인터넷 종량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KT가 2007년부터 사용량만큼 요금을 부과하는 종량제를 도입키로 하자 네티즌들의 반발이 거센 것이다. 인터넷을 사용한 시간과 데이터 전송량에 따라 요금을 물리는 '인터넷 종량제'의 필요성이 초고속망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종량제가 시행되면 인터넷 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 속에 그 동안 과다 출혈경쟁을 해온 통신업계가 책임을 네티즌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현재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상위 20%의 가입자가 80%의 트래픽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임시국회에서도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인터넷 종량제' 안 하면 초저속망 국가된다?
'인터넷 종량제'란 '인터넷 사용시간이나 자료(패킷과 같은 뜻) 전송량(트래픽, 사용량도 같은 뜻으로 사용함)에 따라 초고속통신망의 사용 요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현재 시행 중인 인터넷 정액제의 반대 개념이다. 인터넷 정액제는 정해진 기간에 대한 일정한 금액만 내는 제도로 현재 월 3∼5만원 사이의 금액을 받고 있는 '월정액제'를 채택하고 있다.
▲'인터넷 종량제' 안 하면 초저속망 국가된다?
이용경 KT 사장이 자신의 블로그(blog.paran.com/lyk)를 통해 인터넷 종량제 도입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용경 사장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의 인터넷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종량제 도입의 당위성을 구체적으로 설파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지난 5일 확인됐다. 이 사장은 "많은 네티즌들의 반대가 있는 줄 잘 알고 있지만 종량제는 전면적이 아니면 일부라도 시행해야 한다"고 말문을 연 뒤 "정액제가 인터넷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 왔지만 이제는 종량제를 도입할 때"라고 역설했다. "수입은 늘어나지 않는데 인터넷 트래픽량은 매해 두 배씩 늘어나고 있고 망에 지속적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머지 않아 우리 나라 인터넷은 초고속이 아니라 초저속이 될 것"이라며 "e-메일의 80%를 차지하는 스팸에도 요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인터넷 접속 시간이 도시 사용자에 비해 적은 농촌 사용자가 도시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요금을 대납해주고 있다는 비유를 들면서 "쓰는 만큼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이 사장은 "일부 네티즌들이 말하는 대로 종량제를 하면 인터넷 산업이 죽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대로 가면 얼마 안 가서 우리 나라 인터넷이 올 스톱하게 된다"고 경고하며 "우리 모두가 이성적으로 목표를 공유하며 나아갈 때"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온라인 상에서 인터넷 종량제 논의를 한층 가열시켰다.
▲'인터넷 종량제' 찬-반 정면충돌
하지만 포털업체들과 네티즌 등 종량제에 반대하는 쪽은 "인터넷은 쓰는 양에 따라 원가가 올라가는 수도나 전기와 다르다"며 "업체들의 종량제 주장은 요금을 올리기 위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네티즌들은 "케이티가 종량제를 도입하면, 케이티 및 자회사 통신상품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 사장의 블로그에는 누리꾼들이 찬반 댓글이 이어지면서 토론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디키'라는 누리꾼은 회선품질의 개인별 차이 등 종량제 시행 전 선결조건을 제시하며 "정확한 룰을 가지고 납득이 가는 수준으로 접근해야지,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산적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저지르고 보자는 식의 접근방법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종량제가 인터넷 이용과 콘텐츠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매니아들이 국민들의 인터넷 활용을 이끌고 있다"며 "종량제로 이들의 발목이 묶이면, 인터넷 산업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케이티가 인터넷 종량제를 도입하고 싶으면 먼저 네티즌들부터 설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왜 종량제로 가
야하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수치부터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이용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높아지며, 이로 인해 인터넷 활용도가 떨어짐으로써 인터넷을 통한 정보소통량이 극심하게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거의 모든 산업에 손실을 가져오게 되어 국가의 경제발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찬성하는 이들은 "인터넷에 중독 돼서 하루종일 컴퓨터를 켜놓거나 대용량 파일을 주고 받는 사업자들 때문에 속도가 느려지는 걸 왜 우리가 감수해야 하느냐"며 "이들과 같은 요금을 내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어느 한쪽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가입자에게는 정액제가 오히려 불평등하고, 종량제가 시행되면 파일교환서 서스(P2P)를 통한 음란물이나 불법복제물 유통 등 불필요한 인터넷 사용이 줄어들어 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이 '들썩'거리고 있다.
종량제 주장의 근본적인 '오류'
KT는 현재 국내 통신 선로 대부분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인터넷 시장도 60%를 점유하는 독점 기업이다. 급변하는 인터넷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 각 나라와 기업이 시설 투자에 열심인 반면 KT는 정 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KT의 주주들은 오로지 주가관리와 배당,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에만 돈을 쓸 뿐 투자나 국내 IT산업 발전에는 관심이 없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진 이유는 명백하게 시설투자의 감소에 있음에도, KT의 주주는 그 책임을 계약 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트래픽을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돌리고 있으며, 시설투자 감소로 인한 매출 하락과 이익 감소 부분을 요금인상이라는 방법으로 메우려고 하는 것이다. 종량제는 국가 정보산업 후퇴와 정보불평등을 조장하므로 실시되어서는 안된다.
KT 측은 인터넷의 사용량은 늘 수밖에 없는데도 종량제를 실시하면 사용량이나 사용시간이 줄 것처럼 말하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현재의 수치를 제시하며, 이를 엉뚱한 논리로 포장하고 있다. 일부 사용자가 트래픽을 점유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인데도 잘못된 현상으로 몰고 있으며, 트래픽을 점유하는 사용자가 나라의 핵심 인력일 가능성이 큰데도 오히려 범법자로 몰고 있다. 또한 인터넷 중독은 교육의 문제인데도 인터넷 사용시간과 종량제 인터넷 중독을 비례관계로 묶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사용자는 정해진 트래픽 안에서만 사용하는 정당한 사용자인데도 그것을 나쁘거나 불법처럼 묘사하고 있다는데 '오류'가 발생한다. 인터넷 환경이 급변하면서 전세계 국가와 기업이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하고 있는데도, KT는 주주 이익을 위해 세계 흐름과는 반대로 시설 투자를 줄였다. 그로 인해 인터넷 속도가 느려진 것인데도 그 책임을 정상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국민의 탓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처럼 KT를 비롯한 초고속통신망사업자는 자신의 종량제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근거 없는 주장을 펴면서 국민과 국가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 종량제' 시행되면 어떻게 되는가?
일단 종량제가 도입될 경우 상대적으로 인터넷 이용이 적은 나머지 95% 이용자의 요금 부담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 현재 대다수 네티즌들은 간단한 문서 작업을 할 때도 인터넷에 접속한 상태에서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거나 메신저로 의견을 나누는 등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 이렇듯 컴퓨터의 이용 방식이 인터넷 접속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데 필요할 때만 접속해서 인터넷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이미 불가능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종량제는 상위 5%가 아닌 모든 네티즌의 요금 부담이 증가될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인터넷을 전기나 수도에 비유하는 것도 적절치 못한 설명이다. 인터넷은 전기나 수도처럼 소모되는 물자가 아니다. 오히려 인터넷은 하나의 매체라는 점에서 TV나 신문에 비유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들 매체는 한결같이 정액제 요금 체제이다. TV 시청 시간이나 신문에서 읽는 기사의 개수에 따라 비용을 차등 지불하는 것이 아닌데 유독 인터넷이란 매체에만 종량제를 도입한다는 것이야말로 형평성에 위배되는 처사이다.
인터넷 종량제는 오히려 여러 가지 심각한 부작용만 초래한다. 일단 경제적 측면에서 국내IT 산업기반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다.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게임, 인터넷 쇼핑몰, 그리고 골목마다 빼곡히 들어선 수많은 PC방에 이르기까지 현행 정액제의 기반 위에서 형성된 모든 인터넷 산업이 일시에 와해될 것이다. 또한 정치적 측면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급격히 확장되고 있는 네티즌들의 참여 민주주의가 급속히 퇴조할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온라인 행동을 전개하는 그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요금 고지서에 담겨 날라 온다면 인터넷은 그저 필요한 정보나 검색하는 침묵의 바다로 전락할 것이다.
▲초고속 인터넷 및 인터넷 관련 문제들에 대한 해법
이 '뜨거운 감자'의 해결점은 소비자들이 통신품질에 더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나아가 시장활성화 및 장비의 품질향상 및 기술발전의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 모뎀자급제를 활성화하고 이동 통신 시장처럼 통신업체는 서비스 제공에 대해서만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이 통신시장 전체를 독점하겠다는 발상은 시장을 키우지도 못하며,
기술발전의 발목도 잡아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잡는 지금과 같은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소비자가 거부하는 종량제가 아니더라도, 용량기반으로 얼마든지 요금을 차별화 할 수 있다. 통신업체는 소비자들이 원하고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2000년 초고속 인터넷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정부산하기관에서 발표한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 급증요인분석을 보더라도 저렴한 요금제도가 하나의 원인이라고 소개할 뿐, 정액제 요금제도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나와 있지 않다.
이처럼 정부정책에 영향을 주는 기관에서 만든 문서들을 보아도 인터넷에 대해 정부기관의 투자나 기술의 발전으로 바라보는 측면이 강하고, 사용자들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모뎀을 사용하던 시절에서도 전화요금에 대한 종량제 도입으로 인해 활성화가 억눌린 적이 있으며, 그 동안 수많은 정보통신 정책들이 성공하지 못한 사례들이 많다. 실패한 이유는 다름 아닌 사용자 중심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나온 정책들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학교에서는 초고속 인터넷에 대해서 전화선에 비해 속도가 빠르고 요금도 종량제가 아닌 정액제로 인터넷을 많이 이용할 때는 초고속통신망이 비용면에서도 경제적이라고 교육을 시키고 있다. 만약 인터넷 종량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면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학교교육부터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네티즌부터 설득하라
종량제 혹은 부분정액제를 주장하는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의 논리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입각하여, 더 많이 이용하는 사람에게 좀더 많은 비용을 부과하고 반대로 덜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좀더 적은 비용을 부과하자는 얘기다. 원칙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원칙이 사업자들의 수익 개선을 위한 포장논리로만 이용되는 것은 경계한다. 그리고 사업자와 정부가 수익 개선 차원으로만 이 문제를 일방적으로 풀어 나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인터넷은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의 것도 아니고 정부의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힘있는 네티즌 단체들의 전유물도 아니다. 인터넷은 이미 전국민의 생활필수품
이 되어버렸다.
이제 인터넷은 공공자원의 속성을 가진다고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와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은 전 국민을 네티즌화 시키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모든 분야가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인터넷 만능주의 나라를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사업자의 수익 개선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종량제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이다. 따라서 공공자원에 대한 정보접근성과도 직결되는 종량제 논의를 쉬쉬하며 정부와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만의 테이블이 아닌, 관련된 모든 주체들이 참석하는 공청회이자 토론회의 형식을 빌려서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종량제는 개별 사용자들의 주머니 사정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보다는 디지털콘텐츠 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다. e러닝, 인터넷방송이나 각종 멀티미디어 콘텐츠, 온라인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위축도 야기될 수 있다. 그리고 정말 말 그대로 수익자부담 원칙에 의거하여 더 많이 쓰는 사람에게 더 거두겠다면, 상대적으로 덜 쓰는 대부분의 일반 유저들에게는 어떤 요금 경감의 혜택이 주어질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자칫 종량제가 우회적인 요금인상에 악용되는 것은 방지해야 한다.
한때 커뮤니티 포털의 선두 주자였던 프리챌은 무리한 유료화 정책을 시행하는 바람에 네티즌들의 발길이 끊겨 지금은 재기의 몸부림을 쳐야 하는 처지로 전락해 버렸다.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선거기간 중 인터넷 언론사에 대한 게시판 실명제가 법제화 되었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지켜지지 않아 있으나마나 한 제도가 되고 말았다. 지금 인터넷 세계에서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터넷 종량제 역시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스스로의 발목에 족쇄를 채운 한국의 인터넷에 조롱의 눈길을 던질 것이다. 그 여파는 지금 종량제 도입을 고집하고 있는 ISP 업체에게도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임을 부디 명심하기 바란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1일 정책성명을 통해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를 야기하는 인터넷 종량제를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혜훈 제4정책조정위원장 명의로 발표된 성명서에서 "국민들에게 인터넷이 최대 정보 유통망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인터넷 종량제를 하는 것은 새로운 정보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경제적·사회적 격차를 심화시키는 정보격차 현상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서비스는 대다수 국민들이 사용하기에 사적 재화가 아닌 공적 재화로서 접근해야한다"며 "기업의 단기적인 수익 창출 목적으로만 이용되는 게 아닌 장기적이고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인터넷 종량제 대신 오히려 국가 재정을 투입해 저렴한 비용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인터넷을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경제적, 사회적 여건이 나빠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는 가정에 대해서는 국가가 이용대금을 전액 보조해 주는 방향으로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한나라당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30일 최고위원. 중진연석회의에서 "인터넷은 이미 생활 필수품과 비슷한 수준인데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1조원이상 올린 KT가 추가 이익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맹 의장은 또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네티즌 반발은 당연한 것"이라며 "인터넷은 단기적인 수익구조보다 장기적인 범 국가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