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구원투수 VS 3선 노린 종로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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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야당을 세울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던지겠다”며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부터 한나라당 박진 후보에게 밀렸지만 점점 따라잡는 형세였고, 막판에는 사실상 경합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48.4%대 44.8%로 박진 의원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
“건강한 야당을 세울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던지겠다”며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부터 한나 라당 박진 후보에게 밀렸지만 점점 따라잡는 형세였고, 막판에는 사실상 경합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48.4%대 44.8%로 박진 의원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을 상대로 선거운동 개시 초반의 15%포인트 이상 지지율 격차를 경합 상황까지 끌어올렸지만 결국 약 3%포인트 차이로 졌다. 통합민주당의 구원투수 손학규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시게 돼 정치적 리더십에 상당한 손상을 입게 됐다. 손 대표는 선거 당일 오후 잠시 당사에 들렀지만 참패를 예상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잠시 지켜본 뒤 침통한 표정으로 당사를 떠났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종로지역 단수 후보였지만 통합민주당의 거물인 손 대표가 종로에 투입되는 만큼 지역 공천에 대한 전략분석으로 인해 늦은 공천을 받았다. ‘종로의 아들’임을 자처하며 지역 3선을 향해 야심찬 행보를 보였던 박 의원은, 설혹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단독으로 종로구에 출마하겠다는 굳은 결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공천이 늦어지면서 마음고생을 했던 박진 의원이 통합민주당의 거물급 인사인 손학규 대표에 대적할 인물로 최종 공천되어 한나라당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무난히 3선 의원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버거운 상대를 맞아 승리를 거둬 3선 고지에 오른 박 진 의원은 당내 차세대 지도자 경쟁에서 입지를 굳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은 달라도 공약은 같다? 정책 실종 선거 논란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전략공천으로 투입된 종로구에서 시간이 부족해 판세를 뒤집을 충분한 유세운동을 하지 못한 것도 패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손 대표는 총선 지원 유세까지 다녀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했었다. 이와 관련해 손 대표 캠프의 한 관계자는 “공천 파동 수습 등에 발목이 잡혀 종로구민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며 허탈해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입장에서 볼 때 패배의 중요 원인으로 야당으로서의 정체성 부재와 함께 여당의 지역개발론 편승이 한몫했다고 평하고 있다. 특히 여당과 차별화되지 않은 같은 공약으로 야당으로서의 신선함을 잃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주요 공약인 ‘종로 패션문화산업단지 육성’ ‘고궁-인사동-대학로 일대 역사문화특구 지정’과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창신 숭인지역 개발’ ‘역사문화거리 조성’이 바로 이 같은 지적 부분이다. 이 공약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진행하는 ‘동대문 디자인·패션 클러스터 구축’과 ‘5대 궁궐 역사문화 관광벨트’와 일치해 공약을 베꼈다는 논란까지 일었었다. 양당 모두 공천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 지역을 위한 공약보다는 당선되기 위한 인물 정치가 아니냐는 ‘정책실종 선거’에 대한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당 공약이 서울시 정책을 베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손 대표 측은 “공약을 만들 때 서울시 정책을 염두에 두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종로구민들이 원하는 지역발전 방향은 정해져 있고, 서울시가 주민의견을 수렴해 진행 중인 정책인 만큼 정책과 공약이 차이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반문했다. 한편, 한나라당 박진 의원 측은 “16대, 17대 때 박 의원이 주민의견을 수렴해 서울시에 건의했던 내용이 서울시 정책에 반영된 것이다. 지역구를 발로 뛰며 주민의견을 듣고, 수렴해 우리 측과 서울시가 만들어 낸 정책들인데 반대편에서 ‘종로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라는 명목으로 갖다 쓰는 것 같아 좋지 않게 보인다”며 일침을 가했다.
전문가들은 “공천도 문제가 있었지만 통합민주당은 야당으로서의 확실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야당이 됐으면 야당에 맞는 새로운 어젠다 개발이 가장 첫 번째로 됐어야 했다. 그런 중요 문제들이 공천으로 완전히 묻혀버렸고, 늦게 공천된 사람들이 뉴타운 같은 상대 공약에 밥숟가락 얹혀가는 편안한 전략을 선택했다”고 패인에 대해 비판했다. 기존의 정책으로 같은 공약 놀이를 한 것은 ‘정책 없는 선거’에 대한 질타를 피하기 힘든 부분인 듯하다.
손-선거패배 책임론, 박-차세대 당권 굳히기
통합민주당 지도부를 이끌어 온 손 대표의 패배는 물론, 거대해진 여당을 견제하지 못하고 제1야당으로서의 명맥을 잇는 수준의 성적표를 거머쥔 이번 총선결과에 대해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통합민주당 내에 심상치 않는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회 입성의 좌절한 손 대표는 최근 당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당 장악력과 리더십이 크게 위축되면서 당내 입지가 현저하게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계는 대선 직후 ‘정치적 파산’ 상태에 빠진 당을 그나마 ‘살려냈다’고 자평하면서 질서 있는 체제정비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손학규계와 긴장관계에 있었던 당내 계파들이 선거패배는 물론 공천실패에 대한 책임문제까지 거론하며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18대 총선에서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서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 승리하며 3선에 접어드는 박진 의원은 명실공히 중진 정치인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로써 한나라당내 입지를 강화한 박진 의원은, 당 안팎에서 당권에 도전할 ‘다크호스’로 평가받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4월 22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된 ‘한나라당 18대 총선 당선자 워크숍’에서 ‘당정 협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당내 중립으로서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17대 총선의 탄핵 역풍 속에서 당선됐고, 18대 총선에서는 야당 대표인 손학규 통합민주당 후보에 맞서 승리를 거둔 박 의원의 역할과 입지가 18대 국회에서 지금보다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