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이 늘어나 탈북민 ‘2만명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고, 이들을 둘러싼 국내외적 여건도 급속히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탈북민 문제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이들의 성공적인 국내적응을 위한 노력의 여부는 향후 진정한 남북사회 통합의 성패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이에 (사)두리하나 선교회(http://www.durihana.com/천기원 목사)는 탈북동포들을 위해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정책과 대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미래 통일한국을 준비하고 있어 찾아가 보았다.
탈북을 감행할 수밖에 없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
(사)두리하나 선교회는 지난 1999년 10월 설립된 초교파 복음주의 선교단체로, 통일한국을 꿈꾸며 북한선교를 위해 기도하던 25명의 동역자들이 북한과 중국의 국경도시와 변방을 드나들며, 굶주림에 지친 북한 동포들과 유리방황하던 어린청소년들의 참상을 바라보며 눈물로 기도모임을 갖게 된 것을 시작으로 발족되어 현재까지 약 800여 명의 탈북자에게 지속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사)두리하나 선교회를 이끌고 있는 천기원 목사는 “죽음을 각오하고 남한으로 입국하면 모든 고생이 끝일 것 같지만, 탈북민이 남한의 사회와 문화, 자본주의에서 살아남는 것은 탈북과 마찬가지로 생존싸움입니다”라며 “향후 남북사회 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탈북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바뀌어야 하며, 이들에 대한 정책적인 기반이 마련되어야 진정한 통일인 문화적 화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북한의 현재 상황은 각종 언론보도에서 다뤄지고 있지만, 경제적 부국으로 발돋움 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먹을 것이 없다’라는 이들의 급박한 상황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은 하루에도 몇 백 명을 기아로 끊임없이 사망하게 하는 족쇄와 같다.
식량이 없어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북한 사회에는 심각한 가족해체가 시작되었고, 부랑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 때문에 생겨난 신조어가 ‘꽃제비’로 먹고 잘 곳이 없어 함께 다니며 동냥을 하거나, 소매치기를 하며 생활을 이어가는 청소년을 뜻한다. 더불어 북한 젊은 여성들은 가족을 위해 자신의 발로 인신매매브로커를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인이 지불하는 대부분의 돈은 브로커의 손에 쥐어지고 가족에게 전달되는 돈은 당장의 굶주림만을 면할 정도로 청소년기의 꿈은 가난으로 인해 짓밟히고 있다.
천기원 목사는 “빵 한 봉지가 우리에게는 맛없으면 안 먹는 것이지만, 북한 동포들에게 빵 한 봉지는 인격을 포기할 만큼의 귀한 먹을거리입니다. 실제로 중국국경지대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사파리’라는 관광은 중국인들이 배를 타고 와서 북한 주민들에게 먹을 것이 담긴 비닐봉지를 던지면 북한 주민들은 비닐봉지를 받아 속에 있는 먹을거리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습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간 굶주림이 스스로의 인격을 포기하게 만든 것입니다”라며 북한의 안타까운 실상을 전했다. 이처럼 북한 주민에게 있어서 탈북은 더 나은 생활이라는 이상적인 구호도 사치에 불과하며, 살기 위한 마지막 남은 방법이 된 셈이다.
탈북민 청소년들에게 희망선사
태어나면서부터 ‘김일성 우상화’라는 세뇌교육에 가까운 교육을 받고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평생을 살아온 탈북민이 자본주의의 사회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탈북자가 남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무지하고, 현재 사회 흐름에 대한 적응력이 부족하니 학교의 교육 없이는 국내적응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천기원 목사는 국제 기독교 대안학교인 ‘두리하나 국제학교’를 설립했다.
국제기독교학교들의 모임인 A.C.S.I(Association of Christian School International)와 협력하여 설립한 두리하나 국제학교는 탈북 청소년이 우리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인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모든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 청소년이 배우는 정규교과목과 더불어 개인 적성에 맞는 교과 외의 프로그램을 실시해 한국의 문화 뿐 아니라, 지성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 중이다. 현재 대안학교로 정식 인가를 받지 못해 교육과정 이수 후 검정고시를 치러야 하지만, 정식 인가 후 국내의 모든 대학교와 세계 유수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학교의 비전이다.
향후 우리나라의 평화적 통일을 앞당길 미래의 주역들을 위한 노력과 지원을 아낌없이 베푸는 천 목사는 “한국에 입국한 탈북청소년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고, 받았다고 하더라도 김일성우상화 수업에 찌든 사상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기에 기존 학교에서는 이들을 위한 대교육과 편입교육이 어렵습니다”라고 전했다.
현재 정부지원을 받는 소수의 대안학교를 제외하고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가 4곳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탈북청소년들이 치열한 경쟁사회인 한국에서 좌절과 절망에 빠져있는 실정이라는 점에서 두리하나 국제학교의 개교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탈북민을 넘어서 새터민으로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한국에 입국하기까지 수차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받게 되는 정신적, 육체적 외상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남아 이들의 사회적응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새터민을 향한 우리의 무관심은 이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있다.
이에 천기원 목사는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이해는커녕 새터민들을 경계하거나 호기심으로 대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라며 “이런 마음가짐으로 된 통일은 정책적으로 이룬 통일일 뿐, 문화적 통일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통일에 앞서 북한 동포와 탈북민에 대한 범국민적 의식을 고취시켜야 함을 강조했다.
(사)두리하나 선교회의 활동은 국내 뿐 아니라 내셔널 지오그래칙을 통해 미국사회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미국 콜로라도 주 정부는 지난해 7월을 ‘두리하나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북한의 인권과 실상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북한인권의 실상을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어렸을 적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그리던 통일’이라는 노랫말과 구호가 입으로는 참 많이도 되풀이 했지만, 정작 통일을 위해, 탈북자와 새터민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자문해 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