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비림은 우리의 현재를 비춰주는 거울이자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사의 지침이라며 사료 수집에 평생을 바친 이가 있다. 2002년 5월 국내 최초로 비림박물관을 개관한 허 유 이사장. 비림 수집과 연구에 밤늦도록 박물관의 불을 밝히고 있는 ‘역사 지킴이’ 허 이사장을 보은군 수한면 동정리 위치한 한국비림박물관에서 만났다.
우리 역사와 뿌리 알리는 데 일조
허 유 이사장은 그 동안 수차례에 걸친 중국방문을 통해 한·중문화교류에 참여하여 역사(歷史), 문화(文化), 종교(宗敎), 회화(繪畵), 조각(彫刻), 서예(書藝) 등에 관한 자료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중국 섬서성에 있는 고대 비림인 서안 비림과 하남성 개봉시에 있는 한원현대비림을 보고 비림을 알게 되었다.
그는 “비문의 탁본이나 서예, 조각, 정치, 종교, 경제 등 역사자료들을 한자리에 모은 비림은 자국문화예술의 근원 및 발전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림들은 관광객들이 그 나라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많은 기여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말했다. 그때부터 그에게 있어 비림은 ‘삶’ 그 자체가 되었다.
허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후손에게도 역사적 작품들을 한 곳에서 감상하고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2002년 5월 국내 최초로 보은군 수한면 동정리 옛 동정초등학교 8,450㎡부지 내 건물 3동(1,333㎡)과 정문 등을 리모델링 한 뒤 비림박물관을 개관하게 되었다. 그는 비림박물관을 개관하기 위해 오랜 세월 전국 국립박물관과 기념관 등을 찾아다니며 300여 점의 전시품 탁본과 복제품을 수집했으며 원문에 가까운 음양을 내기 위해 중국의 석공에게 석각(石刻)작업을 맡겼다.
허 이사장은 왜 그토록 비림박물관을 건립하는데 온 일생을 바친 것일까. 이는 그가 비림박물관의 중요성을 남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림은 한 나라의 문화의 척도이자, 한 민족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전통문화유산입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말 속에는 비림수집 하는데 일평생을 바쳐 온 이유가 담겨져 있었다.
![]() | ||
또한 그는 “제가 열정을 다해 모은 전통문화유산들이 후손들이 영구히 볼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전통문화체험 및 교육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전통문화유산들은 나 개인을 넘어 이 사회와 국가의 것이라 생각했어요. 지구가 존재하는 한 역사와 함께 해 온 문화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비림은 우리 역사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 뿐 아니라, 우리의 현재를 비춰주는 거울이자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사의 지침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비림박물관, 우리의 역사와 뿌리의 보고
허 이사장은 가치 있는 문화유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소중한 비림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한국비림박물관을 건립하게 된 것이다. 그는 “사단법인 한국비림원은 고귀한 정신을 숭상하고 민족문화의 정신이 발동하는 정신문화의 교육도장을 조성함으로서 국민의 얼과 힘을 결집하는 국가의 번영과 국위를 선양함과 동시에 민족과 문화를 보급개발 하는데 그 목적과 취지를 두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허 이사장은 세계비림협회 한국대표로서 중국 한원비림(翰園碑林) 고문, 중국 상지비림(尙志碑林) 명예박물관장, 중국중원공자학회(中原孔子學會)명예회장, 한국고서연구회 부회장, 극동사회문화연구원장, 고은최치원선생국제교류사업회 국제교류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행정자치부로부터 문화예술부문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비림박물관은 역사 인물들의 사상과 업적을 비석에 각인(刻印)했고, 역사, 문화, 종교, 회화, 조각, 서예 등 시대별 문화상을 엿볼 수 있도록 1,000여 점의 작품을 비(碑)에 담아 문화유산으로 보존·전시하고 있다. 고대 금석문 100여 점이 입비한 ‘비림관’과 국전초대작가 및 국내외 유명 서화 작품이 전시된 ‘미술전시실’, 비림에 입비된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탁본전시가 되어 있는 ‘탁본전시실’과 ‘각종어패류 전시실’, ‘일본군 제 731부대 자료전시실’등을 갖추고 있다.
이 박물관은 국내 중요 관광 코스로 지정돼 내국인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인 및 외국 학생들이 방문해 우리나라의 유서 깊은 역사를 배우는 역사 체험장으로 이름이 높다. 특히 세계 미술대전을 개최해 외국과의 교류를 갖는 등 저변을 확대하고 세계인에게 우리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알리는 홍보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 | ||
이곳에는 광개토왕비와 진흥왕순수비에 새겨진 비문을 비롯해 안중근 의사의 글씨, 김정희, 김생, 신립, 남이장군, 조선시대 왕들의 서체 등 역사적 인물들이 남긴 작품 200여 점이 전시돼 있고 왕희지·안진경·구양순 등 중국 진나라와 당나라 시대의 명필을 옮겨 새긴 비림도 있어 수천 년에 이르는 서예 역사의 진수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군 제731부대의 중요자료 1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잊혀져 가는 우리의 암울했던 역사를 재조명 해 국력신장의 비전과 신념을 갖게 하는 정신문화의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조만간 광개토대왕비도 실제 크기로 복원할 예정에 있으며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여러 종교의 경전을 비에 담고 그것을 전시할 수 있는 박물관 건립도 구상 중에 있다.
허 이사장이 수집한 자료의 양과 질은 규모와 내용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비림 수집을 넘어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해 몸과 마음을 던져온 허 이사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그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예술분야를 망라하는 국제교류에 앞장서 왔다.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러시아, 미국 등의 석학들과 함께 한 국제학술교류를 비롯해 매년 개최되는 국제미술(서화)대전, 일본 731부대 잔학상을 고발하는 국제학술세미나, 각국 지자체 간의 자매결연, 각국 교육기관과의 교류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23일에는 한국비림박물관 개관 8주년 기념행사 및 한중 서화대전을 열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그는 끝으로 “이제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가 비림과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비림의 소중함을 알도록 일깨워 주는 것도 매우 뜻 있는 일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에 와서 역사와 문화를 느끼고 체험하며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열린 광장으로 키워 나가겠습니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