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5일 오후 2시, 여야 국회의원 11명의 후원회 사무실과 화계담당자 자택 등 5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자는 △한나라당 권경석‧신지호‧유정현‧이인기‧조진형 의원, △민주당 강기정‧유선호‧조경태‧최규식‧최인기 의원,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등이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후원금 명세가 적힌 각종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파일, 회계 장부 등 20박스 이상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청원경찰법 개정안 처리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판단하고, 청목회가 지인 명의나 가명 등 1,000여 개의 계좌를 동원해 의원 후원계좌에 입금한 정확한 액수를 파악하는 한편, 해당 의원들이 후원금의 대가성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달 28일 회원들로부터 8억여 원의 특별회비를 걷어 각 국회의원들의 후원회 계좌로 입금한 혐의로 청목회 회장 최모 씨 등 3명을 구속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자료분석이 끝나는 다음 주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된 현직 의원들의 소환조사가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검찰이 현직 국회의원 11명의 후원회 사무실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은 “국회 본회의 기간 중에 일어난 초유의 사태로 과거 군사정권의 계엄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 있어났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안형환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전에 없던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했고,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군부 독재 시절에서나 있던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압수수색을 ‘국회 유린 사태’로 규정하고 여권을 향한 맹공을 펼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다음 주에 열리는 법제사법위 등에서 격돌이 예상된다.
한편 검찰은 압수수색 직후 이례적으로 언론브리핑을 열고 압수수색의 범위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압수수색한 국회의원들이 모두 수사대상으로 특정되는 것이 아니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으며 “옥석을 철저히 가려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압수수색과 관련해 “검찰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랬지 않았겠는가라고 생각한다”고 짧게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