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부대에 새 술’ 여야 공감대 인식
與 “2007년 2~3월 국민투표” 예상, 野 “정략적으로 사용하진 말라” 경고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지 18년. 당시 대통령직선제로의 개헌은 군사독재를 마감하는 민주화의 상징이었다. 장기집권을 막았다는 의미가 컸다. 이후 민주화는 발전을 거듭했고, 새 술을 담을 새 부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앞세운 개헌론이 수면 위로 완전히 떠오른 것이다.
여야 모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90년대 들면서 대통령 임기 말에는 개헌론이 늘 등장했었다. 매번 여당이 주도했지만 야당이 반대했고 모두 불발로 끝났다. 하지만 집권 반도 넘기지 않은 현상황에서 개헌론이 직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유례 없던 현상이다. 본격적인 개헌 내용이 아직 당론 중심에 들어서진 않고 있지만 각 당은 이른 시간 안에 본격적인 개헌 연구에 착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개헌의 내용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 논의가 시작되면, 여야는 치열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내년 안에 개헌 윤곽이 모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개헌론이 지난 18년 간 부침을 거듭하는 동안 정치권은 개헌의 필요성에 여러 번 공감했다. 하지만 그 시기를 언제로 하느냐를 놓고 늘 고심했다. 정치권에 던져질 핵폭탄이 될 수도 있는 개헌론이 현실로 들어설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와 개헌에 대한 여야의 입장을 정리했다.
개헌 현실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 이유
개헌론의 중심축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대통령임기를 둘러싼 논의가 때만 되면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선거가 너무 많다는 것. 개헌의 첫째 이유로 거론된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가 서로 다른 주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선거 없는 해가 없을 정도로 선거는 지겹게 반복됐다. 이에 따른 불만이 계속 누적됐다. 지난 95년부터 10년 동안 전국 규모 선거는 8차례나 됐다. 여기에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집계된 자금만 계산해도 1조4천669억원이나 된다. 하지만 이는 공식 집계일 뿐. 정치권에서는 실제 선거비용이 5조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본다.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선거비용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그렇다고 대선이나 총선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통해 대선과 총선을 묶는 방법밖에 없다. 선거 과잉을 해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데 여야 모두 이견은 없다.
둘째, 집권당과 야당이 죽기 살기로 싸우는 정치풍토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5년 단임제를 탈피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도 아니면 모’ 식의 정치투쟁을 야기 시키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생산성 없는 싸움정치를 여론이 외면하고 있다는 점도 정치권에 자극이 됐다. 이기면 모두 갖고 지면 모두 잃는 대통령제를 지양하지 않는 한 이 땅에서 통합정치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인식도 만연해 있다. 실제로 여야 의원들은 당론대립에서는 온갖 심한 소리를 늘여 놓으며 서로 잡아먹을 듯이 어르렁거리지만 개별적으로 만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정당 구조와 권력 논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된다는 변명도 흔히 보고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국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싸움정치를 지양하기 위해서라도 4년 중임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셋째, 대선 이후에 이어 지는 총선이나 지방선거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인식되면서 레임덕 현상을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정치 불안을 조성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정치권이 민생정치보다 정치세력화 작업에 치중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개헌 성사 여부는 야당 뜻
개헌론이 아직 당 중앙에서 논의되는 과정은 아니다. 하지만 각 당에서는 외각 연구원이나 연구모임 등의 조직 등을 통해 개헌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정책연구소인 열린정책연구원은 올 사업계획안을 마련하면서 권력구조 개편연구를 중점 연구대상에 올렸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원집정제, 내각제 등이 연구 주제다. 연구원은 “5년 단임제에 대해 여야가 공히 일련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 2006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역대의 경우를 놓고 볼 때, 개헌의 성사 여부는 야당의 의지에 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개헌 작업을 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2월초 임시국회에 앞선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김덕룡 원내대표가 개헌론을 직접 언급했다. 이로서 개헌론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김 원대표는 연설에서 “여야가 상생의 정치를 펴나가기로 결심만 한다면, 정치개혁을 하는 데 금년처럼 좋은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개헌 논의를 적극 옹호했고, “전국 단위의 중요선거가 없는 해이기 때문이다”는 부연 설명까지 곁들였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개헌과 관련 이 정도의 입장을 보인 것은 유례 없는 일. 이로써 개헌 논의는 본격적인 정치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월 당직자 회의에서도 열린우리당의 개헌 논의와 관련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등 매년 선거를 치르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의 개헌) 문제 제기가 옳은 점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박세일 정책위의장은 “내가 여의도연구소에 있을 때 이미 검토해 왔다”며 개헌 논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한 바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역시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월 들어 개헌론이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 아직까지 정치권에서 개헌론에 대한 즉각적인 거부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4월 예정인 재보궐선거 이후 여권이 개헌 논의를 정국타개책으로 이용할 경우 정치권은 또다시 대치상황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5주년을 맞는 남북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성사될 경우 ‘통일헌법’이 개헌 논의의 핵심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향후 개헌 논의의 변수로 지목되는 것들이다.
與 “2007년 2~3월 국민투표” 예상, 野 “정략적으로 사용하진 말라” 경고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지 18년. 당시 대통령직선제로의 개헌은 군사독재를 마감하는 민주화의 상징이었다. 장기집권을 막았다는 의미가 컸다. 이후 민주화는 발전을 거듭했고, 새 술을 담을 새 부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앞세운 개헌론이 수면 위로 완전히 떠오른 것이다.
여야 모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90년대 들면서 대통령 임기 말에는 개헌론이 늘 등장했었다. 매번 여당이 주도했지만 야당이 반대했고 모두 불발로 끝났다. 하지만 집권 반도 넘기지 않은 현상황에서 개헌론이 직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유례 없던 현상이다. 본격적인 개헌 내용이 아직 당론 중심에 들어서진 않고 있지만 각 당은 이른 시간 안에 본격적인 개헌 연구에 착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개헌의 내용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 논의가 시작되면, 여야는 치열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내년 안에 개헌 윤곽이 모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개헌론이 지난 18년 간 부침을 거듭하는 동안 정치권은 개헌의 필요성에 여러 번 공감했다. 하지만 그 시기를 언제로 하느냐를 놓고 늘 고심했다. 정치권에 던져질 핵폭탄이 될 수도 있는 개헌론이 현실로 들어설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와 개헌에 대한 여야의 입장을 정리했다.
개헌 현실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 이유
개헌론의 중심축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대통령임기를 둘러싼 논의가 때만 되면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선거가 너무 많다는 것. 개헌의 첫째 이유로 거론된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가 서로 다른 주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선거 없는 해가 없을 정도로 선거는 지겹게 반복됐다. 이에 따른 불만이 계속 누적됐다. 지난 95년부터 10년 동안 전국 규모 선거는 8차례나 됐다. 여기에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집계된 자금만 계산해도 1조4천669억원이나 된다. 하지만 이는 공식 집계일 뿐. 정치권에서는 실제 선거비용이 5조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본다.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선거비용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그렇다고 대선이나 총선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통해 대선과 총선을 묶는 방법밖에 없다. 선거 과잉을 해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데 여야 모두 이견은 없다.
둘째, 집권당과 야당이 죽기 살기로 싸우는 정치풍토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5년 단임제를 탈피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도 아니면 모’ 식의 정치투쟁을 야기 시키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생산성 없는 싸움정치를 여론이 외면하고 있다는 점도 정치권에 자극이 됐다. 이기면 모두 갖고 지면 모두 잃는 대통령제를 지양하지 않는 한 이 땅에서 통합정치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인식도 만연해 있다. 실제로 여야 의원들은 당론대립에서는 온갖 심한 소리를 늘여 놓으며 서로 잡아먹을 듯이 어르렁거리지만 개별적으로 만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정당 구조와 권력 논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된다는 변명도 흔히 보고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국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싸움정치를 지양하기 위해서라도 4년 중임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셋째, 대선 이후에 이어 지는 총선이나 지방선거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인식되면서 레임덕 현상을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정치 불안을 조성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정치권이 민생정치보다 정치세력화 작업에 치중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개헌 성사 여부는 야당 뜻
개헌론이 아직 당 중앙에서 논의되는 과정은 아니다. 하지만 각 당에서는 외각 연구원이나 연구모임 등의 조직 등을 통해 개헌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정책연구소인 열린정책연구원은 올 사업계획안을 마련하면서 권력구조 개편연구를 중점 연구대상에 올렸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원집정제, 내각제 등이 연구 주제다. 연구원은 “5년 단임제에 대해 여야가 공히 일련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 2006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역대의 경우를 놓고 볼 때, 개헌의 성사 여부는 야당의 의지에 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개헌 작업을 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2월초 임시국회에 앞선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김덕룡 원내대표가 개헌론을 직접 언급했다. 이로서 개헌론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김 원대표는 연설에서 “여야가 상생의 정치를 펴나가기로 결심만 한다면, 정치개혁을 하는 데 금년처럼 좋은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개헌 논의를 적극 옹호했고, “전국 단위의 중요선거가 없는 해이기 때문이다”는 부연 설명까지 곁들였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개헌과 관련 이 정도의 입장을 보인 것은 유례 없는 일. 이로써 개헌 논의는 본격적인 정치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월 당직자 회의에서도 열린우리당의 개헌 논의와 관련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등 매년 선거를 치르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의 개헌) 문제 제기가 옳은 점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박세일 정책위의장은 “내가 여의도연구소에 있을 때 이미 검토해 왔다”며 개헌 논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한 바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역시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월 들어 개헌론이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 아직까지 정치권에서 개헌론에 대한 즉각적인 거부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4월 예정인 재보궐선거 이후 여권이 개헌 논의를 정국타개책으로 이용할 경우 정치권은 또다시 대치상황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5주년을 맞는 남북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성사될 경우 ‘통일헌법’이 개헌 논의의 핵심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향후 개헌 논의의 변수로 지목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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