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신과 화려한 등극 그리고 발목 잡은 낙지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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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신과 화려한 등극 그리고 발목 잡은 낙지파동
  • 김길수 편집국장
  • 승인 2010.11.03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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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살펴보는 한나라당 차기 대권주자들의 근황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겨우 절반을 조금 넘겼을 뿐인데, 차기 대권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이 빠르고 폭넓게 포착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박근혜 前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잠룡으로 분류되는 거물급 인사들의 정치적 행보가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박 前 대표를 제외하고, 이들 대부분은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연일 쏟아져 나오는 각종 발언들과 행보들에는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정치적 움직임이 활발해질수록 서로에 대한 견제 역시 치열해지는 법이라, 최근 한나라당 내부에서 소용돌이 쳤던 계파갈등과는 또 다른 양상의 충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박근혜 前 대표의 변신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 대권 주자 중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前 대표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격적인 회동 이후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것. 친이계 소장파 의원들을 비롯해 여성의원들과 잇따라 모임을 여는 한편 각종 매체와 인터넷을 통해 대국민 소통과 노출수위를 나날이 높여가고 있다.

이는 지난 8월21일 청와대에서 가졌던 이명박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동 이후 나타난 변화다. 일각에서는 계파갈등의 핵심으로 당내갈등의 축이었던 두 사람이 화해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차기 대선과 관련한 모종의 밀약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박 前 대표의 정책활동 역시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지난 9월8일 ‘과학 대통령 박정희 리더십’ 출판기념회 인사말을 통해 “과학기술이 우리 경제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며 ‘과학기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 前 대표는 친박계 모임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매달 모이는 ‘이공계 의원들의 모임’에는 자주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하반기 국회에서 새로 배정받은 기획재정위원회 활동에도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박 前 대표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소외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모두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기획재정위에서 각종 경제정책 목표를 잘 이룰 수 있도록 다짐하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9월2일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가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위해 정부가 좀 더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박 前 대표의 행보를 두고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정치적 논쟁에만 휘말려온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박 前 대표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발맞춰 친박계 내부에서는 ‘조직 재정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경선 대비 캠프를 늦게 꾸려 역전패한 쓰라린 기억 탓이다. 친박계 소장파를 중심으로 특히 기획과 조직 그리고 홍보 기능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친이계의 김문수 띄우기는 박근혜 잡기 위한 포석?

한편 지난 10월13일부터 열린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대권도전에 대한 질의를 두고 한바탕 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야당의원들은 대권도전 여부에 대해 솔직하게 밝히라는 집요한 요구를 던졌으며, 이에 여당 소속의 의원들은 “국민들의 요구가 있으면 그때 가서 결정할 문제”라며 김대중 대통령이 한 때 정계은퇴를 감행했다가 다시 복귀한 사례를 들며 김 지사를 지원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는 연일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친이계 후보군 중 유력 차기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지방선거 전까지 1~2%대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최근 들어 10%대에 육박하며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박근혜 前 대표와 비교하기에는 미흡한 지지율이지만 현재의 상승기세로 볼 때 머지않아 박 前 대표의 대항마로 자리매김 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지사가 경기도지사로서 중앙정치무대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만큼 정치적 행보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를 대상으로 연일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는 최근 세계무대에서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는 사안과 관련해 정부는 물론 국회와 언론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간부회의 시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듣는 등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의 지지율 급상승을 관심 있게 바라보는 일각에서는 이러한 그의 행보가 국가리더십을 쌓기 위한 사전 준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렇듯 6.2지방선거 이후 잠행하던 김 지사가 조금씩 부상하고 있는 배경에는 친이계의 ‘김문수 띄워주기’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와 흥미롭다. 여권 내에서 박 前 대표를 대신할 유력 대권주자가 전무했던 상황에서 대권주자로서의 잠재적 역량이 검증된 김 지사에게 배팅을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친이계 그룹은 조건부이긴 하지만 김 지사가 당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당 소속 시도지사가 중앙당 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과거 경기도지사들과 달리 손쉽게 당무회의에 입성하게 되면 김 지사는 상대적으로 대권도전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되는 셈이다. 이 문제를 두고 친박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 역시 이러한 친이계의 ‘김문수 띄워주기’에 대한 경계심리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낙지에 발목 잡힌 오세훈 서울시장

한나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른바 ‘낙지 유해성 논란’으로 어민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게다가 어민들의 극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장을 굽히지 않아 더욱 큰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여권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해 수도권 방어공신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진 오 시장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지난 9월13일 “낙지 내장과 먹물에 기준치를 초과하는 카드뮴이 들어 있다”고 발표했고 이로 인해 낙지어획 및 판매에 종사하는 어민들과 상인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약 보름 후인 9월30일 식약청은 “서울시의 검사 방법이 잘못됐고, 낙지머리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내장에서 검출된 카드뮴 수치는 1주일에 2~3마리를 평생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수치”며 “조사를 진행한 어떤 지역의 낙지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치가 검출되지는 않았다”는 발표였다.

급기야 이 논란에 검찰이 나섰고, 10월19일 검찰은 “서울시가 국산이라고 발표된 낙지 3마리 중 1마리가 중국산으로 밝혀져 납품업자가 허위 원산지표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서울시가 제시했던 근거의 상당 부분에 허점이 있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에 대한 사과는커녕 기존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서울시는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자 난데없이 10월20일을 ‘낙이데이’로 선포하고 이날 시청 식당의 점심 메뉴를 ‘낙지 생야채 비빔밥’을 제공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낙지 소비 촉진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제공된 낙지는 머리를 제거한 것으로 밝혀져 어민들의 분노에 부채질을 한 꼴이 됐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논란으로 낙지 어민들과 상인들이 큰 손해를 입었는데, 왜 낙지업자만 구속하느냐”며 “잘못된 내용을 발표한 서울시가 책임지고 사과와 배상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각 정당들의 비난 논평이 쏟아졌다. 한편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22일 국회 앞 모 해물탕집에서 ‘낙지 시식회’를 가졌다. 이날 시식회에 제공된 낙지는 내장과 먹물 등 머리부분이 제거되지 않은 통낙지였다.

이번 ‘낙지파문’을 통해 제품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등 어민들의 피해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며, 이에 대한 각종 항의집회가 이어지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양상이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 중 한 사람으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함께 박근혜 前 대표의 대항마로 부상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위상도 상당 부분 파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이재오 특임장관 ‘겸손행보’ 해석 두고 화제 만발

지난 7.28재보선의 승리를 통해 극적 귀환에 성공한 이재오 의원. ‘왕의 남자’라는 별칭에 걸맞게 8.8개각에서 특임장관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는 요즘 각종 정치현안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한편 특임장관 취임 이후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각계 인사들을 찾아다니며 현 정부의 정책전도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선거기간 중 보여줬던 ‘깍듯한 90도 인사법’과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근을 지속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새삼스러운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다. 이 장관의 이러한 ‘겸손행보’에서 기존 정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평가와 함께 고도의 ‘정치적 쇼’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공존하고 있다.

어쨌든 이 장관의 ‘조용한 행보’가 정치권 전반에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이 장관이 차기 대권 후보군으로 자연스럽게 부상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90도 인사법’이 진정성이 배인 ‘겸손행보’이든,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내세우는 ‘쇼’에 불과하든 그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7.28재보선을 통한 귀환 당시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예측했던 정치권이 그를 ‘킹’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이 장관의 주변에서도 직접 대선에 나설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이후 그의 행보 역시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특임장관 취임 이후 부쩍 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한편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민생현장과의 접촉면을 지속적으로 늘여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장관은 차기 대선과 관련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장관이 차기 대선에 대한 말을 아끼면 아낄수록 그의 행보와 발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대선이 2년 앞으로 다가왔고,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 사실상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어도 내년 중반 이전에는 소리 없이 이어가고 있는 발걸음의 끝을 확인하게 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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