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적 생활 진보’의 깃발 든 손학규 체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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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적 생활 진보’의 깃발 든 손학규 체제의 미래
  • 정대근 기자
  • 승인 2010.11.0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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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급상승 등에 업고 대여(對與) 공세 높여가는 손학규 신임대표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직업행위가 아니다. 비록 일인당 한 표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 담긴 국민들의 매서운 시선과 평가가 수백만의 표심으로 결집해 빚어내는 대서사극다. 이런 점에서 정치의 작가이자 연출가는 국민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정치와 권력에 있어서 절대 강자는 있을 수 없다. 무소불위의 거대 여당이 야당으로 자리바꿈을 하거나, 유력 대권주자가 군소정당의 수장으로 전락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사상 최대의 표차라는 오명을 쓴 채 야당의 길을 걸었던 민주당의 도전과 열정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격동의 민주당, 당대표 깃발 잡은 손학규 신임 대표

손학규 대표 체제 출범과 함께 민주당 내 정치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정세균 前 대표와 함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친노세력과 ‘486인사’들이 손학규계에 밀려나게 됐다. 정 前 대표가 10.3전당대회 다음날 열린 첫 최고위원회에 불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 시각 정 최고위원은 측근들과 조찬을 겸한 대책회의를 열고 최고위원직 사퇴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손 대표가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우선 이번에 선출된 최고위원들의 정치적 성향과 그 동안의 행보를 고려해 볼 때 민주당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노선투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 손 대표가 중도적 성향의 실천적 진보인사인 데 비해 다른 최고위원들은 하나같이 ‘강력한 진보’를 주문하고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팽팽한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들이 당권뿐만 아니라 잠재적 대권경쟁자로서 버티고 있다는 것 역시 손 대표로서는 부담스러운 점일 수밖에 없다. 그들을 포용한 가운데 당을 이끌어나가는 동력으로 흡수해내느냐, 아니면 계파갈등의 절정을 이루며 당내 대권경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느냐가 관건이다. 이와 함께 여권을 견제하고 차기 대권을 겨루는 과정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와 원활한 소통구조를 확보하는 문제도 중요하게 대두된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 내에 새로운 힘의 균형이 서서히 맞춰지고 있는 조짐이다. 각 계파 간의 견제와 협력 구도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정동영,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견제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이들은 당내 비주류세력으로 분류되는 쇄신연대 소속으로 최근 손 대표가 정부의 4대강사업에 대한 강경 기조에 동의하고 있으나 한미FTA 재협상 등 당 정체성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서는 각자의 성향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에 손 대표는 직전의 주류세력이었던 정세균 최고위원과의 정치적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가운데 김영춘 최고위원을 통해 486그룹의 이인영 최고위원을 흡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주선, 이인영 최고위원의 경우 어느 한 계파에 소속되기 보다는 중립지역에서 무게감을 유지하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손 대표는 여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손 대표를 향해 견제구

이렇듯 당내 역학구도의 격동 속에서도 손학규 대표의 대여(對與) 공세의 수위를 나날이 높여가고 있다. ‘얕은 수’, ‘술책’ 등 원색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을 동원해 4대강사업을 ‘대운하 위장사업’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집회시위에관한법률 개정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 붓기도 했다.

지난 10월20일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경기도당위원장 이·취임식에서는 “현 정부가 국민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있다”며 “오로지 돈과 건설업자, 부동산 투기만 알아서는 사람이 살 수 없다”며 이명박 정부를 더욱 압박하기도 했다.

한편 손 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강도 높은 대여공세를 퍼붓는 동안 민주당 내 경쟁자들의 견제도 본격화 양상을 띠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윈은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한미FTA를 둘러싸고 양국 사이에 물밑 재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입장 하나 가지고 있지 못한 야당의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전면 재협상 등에 대한 당론 채택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정 최고위원은 “새로 만들어진 당헌·강령에 대한 후속작업이 진척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당헌 1조의 당원주권 원칙에 입각해 당 개혁을 추진할 제도혁신기구의 즉각적인 구성”을 요구했다. 전당대회 기간에 정 최고위원을 비롯해 천정배 최고위원 등이 제기한 ‘상향식 공천’과 ‘전당원투표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자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정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들은 사실상 손 대표를 향한 견제구에 가까운 것으로 풀이됐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김대중, 노무현 前 대통령을 언급하며 “두 전직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민주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당의 정통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듯 보였다. 표면적으로는 원론에 가까운 발언이었지만, 이 역시 손 대표를 향한 은근한 견제 발언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10월20일 저녁 손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9명은 여의도 한 식당에서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공식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석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최고위원 추천 몫의 당무위원 16명 가운데 12명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당직문제가 거론되는 자리인 데다 최고위원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만큼 당내 현안을 두고 계파 간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난무했으나 “당의 혁신과 화합을 위해 힘을 모은다”는 원칙 속에서 별다른 이견 없이 무난한 대화가 오고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테면 이날 모임은 각 주자 간 ‘탐색전’ 수준에 그친 셈이다.

민생행보 ‘뚜벅뚜벅’…지지율은 ‘훨훨’

한편 손학규 대표는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치는 뚜벅이 민생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0월16일 광주, 19일 대구를 방문했던 손 대표는 21일 부산을 찾아 김영춘 최고위원과 함께 부산민주공원을 참배했다. 이날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방문해 작업현장을 살펴본 뒤 중소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10.27재보선에서 야권단일후보로 나선 부산 사상구의회 라선거구의 민주당 김병준 후보와 나선거구의 민주노동당 김선희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손 대표는 “현 정부는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고, 할머니에게 목도리를 둘러주는 것을 친서민 정책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이번 배추파동은 이명박 정부가 서민생활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10월19일 새벽에는 서울 남구로역 인력시장을 찾아 일용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빈곤층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후 “진정한 서민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노동자들의 손을 일일이 붙잡았다.

이러한 손 대표의 민생행보를 둘러싸고 당내에서는 ‘부유세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보편적 복지론을 주장하고 있는 정동영 최고위원을 의식한 차별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앞으로 치열하게 진행될 당 정체성 투쟁에서 노선논란에 대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손 대표는 부쩍 ‘일자리 창출’ 등 서민정책에 관한 언급을 자주 하고 있다.

그가 당내 견제와 여권의 압박에 대응하지 않고 묵묵히 민생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데에는 당 대표 당선 이후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지지율이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지율 상승세에 힘입어 당 안팎의 갈등이슈에 휘말리기보다는 소리 없는 민생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민들의 지지를 더욱 모아나가는 것이 여러 모로 유리한 측면이 강한 까닭이다.

실제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대 지지율에 안착하고 지속적인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前 대표에 이어 전체 2위를 기록 중이며, 야권에서는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이는 10.3전당대회 이전보다 약 2배 가까이 상승폭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통상 5%대의 지지도는 대권주자에 진입하는 첫 관문이며, 10%대 지지도는 유력주자 반열에 등극했다고 본다는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대표에 당선됐다고 해서 무조건 지지율이 동반상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10.3전당대회 이후 이어진 손 대표의 갑작스런 지지율 상승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손 대표의 지지율에 어느 정도의 거품이 포함됐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이어졌던 지지율 상승세가 구체적인 정책성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이른바 ‘컨벤션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빅3’와 박빙승부를 벌이는 가운데, 극적 승리를 이루며 손 대표에 대한 상대적인 기대심리가 쏠린 결과이며, 한나라당 및 비호남 출신으로 호남지역 지지층의 선택을 받은 것 또한 일시적 지지율 상승에 기여한 측면이 크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현재의 지지율에 고무되기 보다는 ‘앞으로의 문제’에 대해 더욱 신경써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번 지지율 상승이 일시적인 측면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최근 수도권 여론조사에서 큰 폭의 약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에 실망한 수도권의 중도층 및 야당 성향층이 손 대표에 주목하고 있다는 결과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 대표는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터라 경기지역에서는 ‘한나라당 사람’이라는 인식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후 수도권은 손 대표에게는 가장 민감하고 취약한 지역이었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 이후 이 같은 수도권 주민들의 인식이 완화되고 있는 징후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당 대표 당선 직후부터 4대강사업이나 개헌문제 등을 놓고 여권과 대립의 각을 세운 것 역시 야권주자로서의 위상을 상승시킨 데 큰 몫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 대표로서의 활동을 본격화 하는 시점이라는 측면에서 손 대표의 지지율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정치인의 지지도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단기상승이 급격하게 이뤄질 경우 일정기간의 조정을 거치는 측면이 있으므로, 향후 지지율의 향배는 손 대표 본인의 활동과 선택에 달려 있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손학규 브랜드’의 정치메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므로, 그 유동성의 폭은 더욱 크다 하겠다. 또한 상대적으로 취약한 당내 지지기반 역시 만만치 않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번 전당대회의 승리는 당심과 민심의 전략적인 선택일 뿐 절대적인 지지가 아니었던 까닭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대권주자, 손학규 대표의 경쟁력

손 대표의 지지율이 거품이냐, 대세냐를 떠나 초반 기세가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전당대회 직후 실시된 첫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前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단숨에 지지율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향후 지지율 추가 상승과 안정화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박근혜 前 대표와의 양강구도를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터라 여야의 잠룡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나라당은 손 대표를 압박해 대권의 테두리 밖으로 일찌감치 밀어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탈당 전력이 있는 그가 제1야당의 대표로 선출된 것에 대해 은근한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초반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취임 이후 손 대표 지지율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는 등 오히려 한나라당 지지층과 겹쳐 여당의 대권주자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부동의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前 대표는 공개적으로 손 대표를 평가절하 하는 등 크게 신경 쓰지 않다는 분위기다. 손 대표가 한나라당 소속이던 시절 그는 이명박-박근혜에 이어 3위에 불과했으며, 비록 제1야당이라고는 하나 1위를 했다고 한들 큰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심 손 대표가 가진 저력에 대해서는 극도로 경계하는 눈치다. 손 대표의 지지율이 추가상승하고 친이계 대표주자인 김문수 도지사가 양강구도를 형성할 경우 높은 지지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잠행의 기간이 길었던 박근혜 前 대표의 입지가 큰 폭으로 좁아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유력 대권주자로서 손학규 대표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일각에서는 지난 2002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노무현의 열풍’이 재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노 前 대통령이 2001년 대선후보 전국 순회경선 당시 광주전남지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당시 유력주자였던 이인제 후보를 꺾고 대선후보에 안착할 수 있었다. 이는 사실상 호남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민주당이 영남출신의 후보를 내세워 대선 경쟁력을 극대화했던 대표적인 전략투표의 결과였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손 대표는 호남 연고의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을 제치고 당권을 장악했다. 이 또한 당내 비주류이자 영남출신 인사였던 노 前 대통령이 당권을 장악했던 과정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그리고 평시의 당대표가 아니라 앞으로 본격화 될 대권레이스를 위한 전초전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선에서 이변창출의 주요 요인이라 할 수 있는 중도성향의 부동층의 움직임도 손 대표를 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가 한나라당 소속이던 당시 그를 지지했던 중도보수층이 차기 대선과정에서 손 대표를 중심으로 재결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같은 관측이 현실화 된다면 손 대표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인 ‘한나라당 탈당 전력’이 최대의 호재로 작용하는 대반전이 실현될 수도 있다.

이번 전당대회 승리의 원동력이었던 호남권 지지층의 움직임 역시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손 대표가 ‘중도’와 ‘진보’ 사이에서 어정쩡한 행보를 이어갈 경우 호남권을 비롯한 수도권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이 급속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렇게 이탈한 지지층은 미세한 격차로 손 대표를 추격하고 있는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前 장관에게로 몰리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경선에서 그랬듯이 단일화 승부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손학규 체제의 안착 여부가 민주당의 운명 갈라 놓을 듯

손학규 대표호의 출항과 함께 민주당과 손 대표 자신은 최대의 정치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그는 전당대회 기간 ‘수권정당’, ‘잃어버린 600만표’를 부르짖으며 차기 대권도전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당내 분위기 또한 차기 집권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이 당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로 가득 차 있었고, 그 흐름은 손 대표의 당권장악으로 결론이 났다.

이로써 호남 기반의 견고한 지역의 장벽을 뚫은 것이며,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정체성 시비 또한 가볍게 털어냈다. 야권의 ‘적통인사’로 안착하기까지는 보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정책적 행보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여느 ‘철새 정치인’의 부정적 이미지에서는 완전히 벗어났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또한 비호남 출신으로서 민주당에 드러워져 있던 지역정당의 이미지를 상당히 해소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나아가 ‘전국 정당’으로서의 꿈도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이에 실천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진보’를 표방한 그가 당내 개혁을 통해 수권정당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도전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주목된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비전들이 만만치 않은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제1야당의 존재감을 더욱 높이고, 집권을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무거운 사명을 떠안게 됐다. 결국 거의 모든 것은 손 대표의 선택과 역할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당내 계파 간 이해관계를 풀어내고 집단지도체제라는 정치실험을 완수하는 과정에서 손 대표가 가진 리더십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손학규 체제의 안작 여부에서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민주당의 미래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차기 대권주자 중 한 사람인 ‘정치인 손학규’의 운명도 포함돼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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