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PC, 인터넷 보급률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생활 속에 녹아든 채 평범한 일상이자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1980대 중·후반 PC 보급이 시작되던 시절에는 MS사의 초기 운영체계인 도스(DOS) 프로그램의 특성으로 인해 영어를 모르면 PC사용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후 윈도우 체계와 인터넷 대중화 시대로 넘어오면서 한글화가 많이 이뤄진 까닭에 큰 어려움 없이 PC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PC 활용과 영어는 불가분의 관계인지라 많은 부분에서 한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뒤늦게 대중화 된 인터넷 분야의 경우 도메인, 이메일을 비롯해 많은 영역에서 영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에 인터넷 도메인 주소와 이메일의 한글화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우리글을 쓰자는 단순한 애국심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마케팅의 핵심인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 인터넷 도메인의 한글화에 있다는 것이다.
주소창을 주소창으로만 써야 하는 이유

이미 11년 전 ‘인터넷주소의 자국어화’를 외치며 한글인터넷주소 상용화에 성공했던 (주)넷피아(이판정 대표)는 “주소창을 주소창으로만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가령 ‘청와대’라는 한글키워드를 입력했을 경우 직접 청와대 홈페이지로 연결하면 되지, 굳이 검색결과를 거쳐 접속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주소창을 둘러싼 이러한 시각차는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주소창에 입력된 한글키워드를 ‘검색어’로 보는 이들은 검색광고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수익에 주목하는 것이다.
“기업명이나 브랜드명은 업체의 고유 지적재산입니다. 이를 특정 검색을 통해 가로채기로 검색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은 명백히 부당이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넷피아 이판정 대표는 이러한 온라인 브랜드 가로채기로 인해 기업들이 부담하는 키워드 광고비용이 연간 1조 원에 달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각 기업들이 검색결과 상위에 오르기 위해 지불하는 막대한 광고비용을 줄여 연구개발과 신규 고용에 투자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이 대표는 “한글인터넷주소는 기업과 고객을 직접 연결하는 가장 편한 기억의 다리”라며 “온라인 브랜드 지키기 캠페인을 통해 기업과 고객의 권리를 되찾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캠페인의 골자는 주소창에 입력된 기업명, 브랜드명 한글인터넷주소가 타 사이트로 가로채기 당하는 것에 반대하며 해당 기업의 웹사이트로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또한 넷피아는 이에 동참하는 개인과 기업에 소정의 선물과 브랜드명 한글인터넷주소를 무료로 등록해 주는 이벤트도 펼치고 있다.
“권리란 적극적으로 찾는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사의 브랜드가 가로채기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시면 한글주소 ‘넷피아/캠페인’이나 한글메일주소 ‘고객상담@넷피아콥’으로 신고해 주시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넷피아, ‘자국어 인터넷주소’ 세계표준 달성

그렇다면 인터넷주소가 영문이 아닌 한글로 구성되어 있다면 어떨까? 본지의 사이트 영문도메인 ‘www.sisamagazine.co.kr’ 대신 ‘시사매거진’을 주소창에 입력해 바로 접속이 가능하다면 보다 친숙하고 편리하게 도메인을 외우고 접속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넷피아는 지난 1997년부터 한글인터넷주소 개발에 착수해 1999년 세계 최초로 자국어한글인터넷주소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오늘날 넷피아는 95개국 80개 언어에 대한 자국어인터넷주소 솔루션 개발을 완료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국어인터넷주소를 보급하고 있다. 이미 15개 국가에 보급을 완료했으며, 오는 2015년까지 50개 국가로 넓혀갈 예정이다.
이 같은 자국어인터넷주소는 상용화 첫 해인 1999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APRICOT(Asia Pacific Regional Internet Conference on Operational Technologies)를 통해 세계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2001년 12월에는 한국정통신기술협회(TTA)는 25차 정보통신표준총회에서 한글인터넷주소 표준을 넷피아의 서비스 방식으로 확정했다. 2003년에는 UN의 초청으로 정보화사회정상회의(WSIS)에서 자국어인터넷주소를 발표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또한 넷피아는 자국어이메일주소(넷피아@한글메일) 보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영문 이메일주소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이메일 서비스로 넷피아 홈페이지를 방문해 누구나 무료로 신청해 사용할 수 있다.
“한글인터넷주소로 인터넷 종주국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
이렇듯 넷피아의 기술력은 국제무대에서 충분히 검증받았으며 세계적 입지를 넓히고 있지만 소수의 거대 포털사이트 중심으로 발전해 온 국내 인터넷 환경에서는 오히려 기술의 사장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일부 포털사이트, 업체들이 검색사이트로 연결을 유도하며 막대한 검색광고 이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명과 브랜드명은 고유 지적재산으로 보호받기는커녕 오히려 연간 1조 원에 달하는 검색광고비를 부담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후발주자가 종주국을 따라잡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인터넷 종주국은 미국이었지만, 세계 최강 IT강국은 대한민국이 아닙니까? 우리의 기술력과 저력에 탄력이 생긴다면 전반적인 인터넷 문화 자체를 재편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 출발점이 바로 자국어인터넷주소 서비스에 있습니다.”
(주)넷피아 이판정 대표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단순히 한 분야의 기술이 시장에서 대기업으로부터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대한민국 IT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것이었기에 그의 격앙된 목소리에서는 ‘인터넷 독립’을 부르짖는 외로운 투사의 쓸쓸함과 결연한 의지가 배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