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CCTV를 통해 범죄예방, 수출시장 활성화 도모해야
우리는 위험하고 불행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등교하던 초등학생이 대로와 멀지 않은 교회 화장실로 끌려가 강간당하고, 집에서 납치된 여중생은 이웃의 물탱크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으며, 방과 후 운동장에서 뛰놀던 여아가 변태성욕자에게 납치돼 무참히 짓밟혔다. 이렇듯 극악무도한 범죄가 이어지고 공공의 안전이 위협받게 되면서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의 가치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도입 초기에 일었던 사생활 침해 논란이 수그러들었음은 물론 오히려 보다 많은 CCTV 설치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250만대의 CCTV 우리는 안전한가

CCTV는 렌즈와 카메라 그리고 영상분석 장치로 나뉜다. 이 때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화면의 질을 나타내는 화소인데, 이는 전적으로 렌즈의 성능에 좌우되게 된다. 기존에 주로 활용되었던 아날로그 CCTV 카메라에는 40만개의 화소를 표현할 수 있는 렌즈가 장착되어 있었다. 문제는 화질이다. 이러한 40만 화소급 렌즈로는 말 그대로 사람의 형태만 잡아낼 뿐 얼굴을 제대로 식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최근에 발생한 강력범죄에서 CCTV 카메라를 통해 범인의 행적을 확인하고도 즉시 몽타주를 작성하거나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국내 주요 지점에 설치된 CCTV의 95%가 이러한 40만 화소급 미만의 아날로그 제품이라는 점이다. 설치되어 있는 장비의 수가 아니라, 작동품질에 있어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강력범죄가 발생해도 수사기관은 범인을 추적하고 검거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공공의 안전을 지켜주는 테두리가 얇아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최근에는 100만 화소를 표현할 수 있는 1메가픽셀 이상급 렌즈가 속속 개발돼 디지털 CCTV에 장착되고 있다. 고화질 렌즈가 장착된 디지털 CCTV는 아날로그의 그것과 확연히 다른 품질을 보이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CNB Technology(유봉훈 대표/이하 씨앤비텍)이 개발해 출시한 디지털 CCTV는 2메가픽셀의 풀HD급 화질을 자랑한다. 씨앤비텍 유봉훈 대표는 “스캔방식의 이미지 센서를 활용해 초당 30프레임에 가까운 영상을 전송해 선명하고 깨끗한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촬영된 인물의 옷차림이나 성별 정도만 간신히 식별할 수 있었던 기존의 아날로그 CCTV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성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촬영된 디지털 CCTV의 영상을 확대해 보면 그 진가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얼굴의 작은 흉터까지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디지털 CCTV가 대중화 될 경우 강력범죄 발생 시 경찰이 범죄과정을 신속히 파악하고 대처하게 될 수 있음은 물론 용의자를 식별하고 추적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단순히 화질의 개선을 넘어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CCTV 통제실에서 실시간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말하는 CCTV나 360도, 540도까지 회전하는 카메라도 곧 대중화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 대표는 향후 CCTV 생산업계가 빠르게 디지털 제품으로 채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활발한 신제품 개발활동으로 디지털 CCTV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씨앤비텍의 경우만 보더라도 현재 생산 판매 중인 디지털 CCTV제품군이 20여 종이 달한다.
공공의 안전 위해 CCTV 디지털화 정부가 나서야

그렇다고 CCTV 영상이 전적으로 렌즈의 품질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렌즈의 품질이 높을수록 카메라 기종 등 내부 부품이 함께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격 상승폭이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끔찍한 범죄들 때문에 CCTV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은행 등 보안을 필요로 하는 주요 시설에만 설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의 경우에는 시장이 막 형성되는 시점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상대적으로 시장이 활성화 된 선진국에 비해 내수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은 가격하락의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CCTV의 디지털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이는 범죄예방 효과를 거두는 한편, 애써 개발한 신기술이 내수시장의 침체로 사장되는 상황을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CCTV 시장에서 가장 큰 수요처는 각 지자체이다. 지자체 담당자들 또한 CCTV 디지털화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늘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구입계획을 축소하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존의 아날로그 CCTV를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씨앤비텍 유봉훈 대표는 “초기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문제”라면서도 “CCTV산업이 범죄예방을 통한 공공의 행복과 연관되어 있는 만큼 보다 제도적인 지원과 사회적인 관심을 좀 더 높여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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