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2012년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함에 따라 이전 건립할 신사옥 기본설계공모과정에서 고층으로 설계된 공모작들에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경기 화성갑)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3월 신사옥 기본설계공모작 중 '에너폴리스(Enerpolis)'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 발표한바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앞으로 부지 14만9,372㎡에 높이 235m, 지상 41층, 연면적 12만4,492㎡ 규모의 광주전남지역 최고 높이의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그런데 선정결과에서 설계작들이 제시한 층별 높이에 따라 서열화가 뚜렷이 나타나면서 한전이 초고층 빌딩에 대해 ‘욕심’을 부리는 이유에 대한 의혹을 부르고 있다.
기본설계공모 평가결과를 보면 최종 선정작인 1위가 공모작 중 최고층인 41층, 2위가 한층 낮은 40층, 3위부터 6위까지는 26층에서 31층, 꼴찌인 7위는 최저층인 24층으로 나타났다. 중간순위 층수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1, 2위와 7위간의 층수 서열화는 극명했다.
평가점수에서도 이 같은 성향이 뚜렷했다. 기본설계공모 평가방식은 기술심사(10점)와 본심사(90점)로 이루어지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본심사의 경우 총 5개 항목(만점 810점)에 대해 공모작별로 얻은 점수 합계를 심사위원의 수(9명)로 나누어 평가한다. 이때 5개 항목별로 90점에서 315점까지 각기 배점이 다른데 건물의 층수, 면적 등 건물 외관계획과 관련된 「건물계획」 항목의 배점이 315점으로 타 항목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에 「건물계획」 항목의 각 공모작별 점수를 확인한 결과 최종 순위와 거의 일치한 순위를 보였으며(표1), 최고점과 최저점간의 점수차는 무려 약 88점에 달했다(표2). 이는 다른 4개 항목의 점수차가 15~44점인 점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난 것이고, 항목별 순위 역시 유일하게 최종순위와 유사한 항목이어서 최종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사과정에 참여한 외부위원들이 자신들은 이러한 평가를 한 적이 없다며 심사결과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측이 평가에 사용된 심사위원별 채점자료를 폐기했다고 밝히고 있어 신사옥 건립과 관련한 의혹의 여지는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현재 삼성동 본사 매각가치가 2조원을 웃도는 가운데 정부로부터 이전 건립비로 책정된 예산은 3천억원 정도로 약 7분의 1에 불과하다보니 그 돈을 쉽게 생각하고 초호화, 초고층 사옥건립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그 모든 돈은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아껴서 국민들에 이익이 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공기업의 자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삼성동 한전 본사는 97,156㎡의 부지에 22층 본관과 5층, 4층인 별관까지 총 3동을 한전을 비롯한 9개사(6개 자회사, 2개 출자회사 포함)가 공동으로 쓰고 있으나 그나마 4층 건물은 강당과 식당 용도로 사용 중이라 사무실 용도로는 2개동 총 27층 규모다. 그러나 이번 신사옥 설계에는 자회사 등 외부인원이 모두 빠짐에도 1.5배 더 넓은 부지에 본관 층수만 14개층이 더 늘고, 2개동인 별관도 지상 4~5층에 달해 너무 과다하게 설계계획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서울 수도권과 먼 곳으로 이전하는 것에 임직원들의 애로사항이 큰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최고급’, ‘최상급’의 업무환경으로 임직원의 사기를 진작시키려 한다면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사기는 오히려 저하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지자체들 역시 대형 공기업 이전을 앞두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 ‘지역 랜드마크’식의 초고층 빌딩 건립에 우호적인 상황이나 이로 인해 공공기관들이 층수 높이기에 과열양상을 보일 조짐이 있다”면서 “이는 국가재정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