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없는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난 95년부터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됐다. 분리수거와 재활용 등 도시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재활용은 146%증가, 쓰레기양은 43%감소. 겉으로 보기에는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구가 늘었는데도 쓰레기 양이 줄었다는 정부의 통계에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실상은 농어촌 등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그 해답을 구할 수 있다. 종량제 시행 10년 동안 종량제 봉투하나 사용해 보지 않은 농어촌들은 지금도 무단투기와 불법소각으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는 등 가시적 효과를 거두면서 정착돼 가고 있지만 보완할 점도 많다. 현재 절반의 성공에 머물고 있는 쓰레기 종량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짚어 본다.
경제성장에 드리워진 환경파괴의 그림자
우리나라는 60년대이래 국내적으로는 경제개발정책이 가져온 환경파괴의 심각성에 충격을 받고, 세계적인 차원에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환경보존의 거센 물결에 영향을 받았다. 특히 선진 세계는 우리가 막 경제성장정책을 추진하던 때인 30여 년 전부터 환경문제에 눈을 뜨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개발 중심의 패러다임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이 바로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이다. '성장의 한계'는 급속한 경제개발과 인구증가로 이해 지구의 '수용능력'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사실을 제기하여 기존의 경제체제에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내 마당에 쓰레기 더미가 쌓이며 악취가 진동하자 제일 먼저 아파트 단지 주부들이 진화에 나서게 되었다. 주부들이 중심이 돼 음식물쓰레기 분리 배출 운동이 전개됐으며, 이어 음식점과 상가, 단독주택까지 적극 동참하면서 분리수거가 완전히 정착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는 쓰레기 종량제 시행이 10년째에 접어들었다.
해당시는 음식물 사료화 시설을 설치, 수거한 음식물쓰레기에서 나무젓가락이나 비닐 등 잡쓰레기는 분리해 소각하고 국물은 종합하수처리장에, 일반 음식물은 사료로 만드는 등 음식물쓰레기 분리 및 자원화 시스템을 완벽하게 정착시켰다. 이같은 분리시스템은 음식물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크게 줄이는 효과도 거뒀다. 94년 하루 135톤에 달하던 음식물쓰레기는 최근 몇 년간 수 만 명의 인구증가에도 75톤으로 급감했다. 매립장 주변 환경도 크게 개선되면서 민원발생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다.
▲절반의 성공, 매립.소각 쓰레기 반으로 줄었지만
환경부는 쓰레기 종량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된 1995년 1월 이후 2004년까지 10년간 매년 평균 1749만t의 생활쓰레기가 배출된 것으로 집계했다. 종량제가 시행되기 직전 해인 94년의 배출량(2121만t)보다 372만t(17.5%)이 적은 양이다. 반면 같은 기간에 해마다 분리수거 돼 재활용된 쓰레기는 634만t으로 94년에 비해 308만t씩 늘어났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종량제로 인한 경제적 이득은 쓰레기 감소에 따른 처리비 절감액 7조1567억원과 재활용품 판매수익 증가 9695억원 등 총 8조1262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종량제로 쓰레기는 줄고 재활용 등을 통해 8조원이 넘는 경제적 이득을 봤다"며 "경제 규모와 인구가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든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1994년 하루 4만9천191t에 이르렀던 매립.소각 쓰레기는 종량제 실시 직후인 1995년 3만6천468t으로 감소했고 2003년에는 2만7천798t까지 줄어드는 등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1994년 하루 8천927t이던 재활용량은 1995년에 1만1천306t으로 늘었고 2003년에는 2만2천938t까지 증가했다. 10년만에 매립.소각 쓰레기는 절반 가량 줄어든 반면, 재활용 쓰레기는 2.5배로 늘어난 것이다. 매립.소각 쓰레기와 재활용량을 합한 생활쓰레기 발생량도 1994년 하루 5만8천118t에서 2003년 5만736t으로 줄었다.
1인당 발생량은 2003년 하루 1.05㎏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뿐만 아니라 일본보다도 적다. 환경부는 종량제로 인한 경제적 이득이 쓰레기 감소에 따른 처리비 절감액 7조1천567억원과 재활용품 판매수익 증가분 9천695억원 등 모두 8조1천262억원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평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매립 또는 소각 쓰레기 감소 효과 중 54%는 연탄재와 음식물쓰레기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연탄재와 음식물쓰레기 감소는 종량제 보다는 생활습관의 변화와 지속적인 홍보 효과에 힘입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은 종량제가 아니더라도 줄어들 쓰레기였다. 재활용량 자체가 실제로 재활용됐다고 볼 수도 없다. 환경부는 재활용 용도로 분리배출 되기만 하면 재활용량에 포함하지만 이중 재활용 용도에 부적합한 쓰레기는 다시 분리돼 매립되거나 소각되기 때문. 반면 종량제에서 제외된 사업장 폐기물이나 건설폐기물은 오히려 늘어나면서 최근 쓰레기 매립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협의회 김미화 사무처장은 "종량제와 함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투자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생활폐기물의 45%가 재활용된다고 분석하지만 여기에는 거품이 있다. 재활용돼 실제로 다른 제품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재활용품으로 분리수거만 되면 재활용된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종량제 실시 이후 쓰레기 불법 소각과 투기로 오염은 오히려 늘었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신고 포상금 제도를 만들어 2003년 한 해 신고 포상금으로 지급된 돈이 11억6400만원에 이르지만 아직도 불법 소각과 투기는 계속되고 있다.
봉투값 아끼려 쓰레기로 몸살 앓는 골목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면서 쓰레기 봉투값 부담 때문에 골목길을 청소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대신 쓰레기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골목길 후미진 곳이면 어김없이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있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쓰레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 하나쯤이야'하는 마음으로 몰래 버리는 경우가 바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쓰레기 불법 투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탓에 처리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주변환경을 망가뜨려 결국 우리동네를 멍들게 한다는 데 있다. 지난 한해 서울시에서만 쓰레기 불법투기 과태료가 4만건에 26억원이 부과되었다. 찾기도 어려운 증거물을 찾아 부과한 것이 이 정도라면 몰래 버려지는 것까지 포함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양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최근 각 자치구에서는 점점 심각해지는 불법 투기 쓰레기 처리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노원구에서는 그동안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어 결국 감시카메라까지 설치하게 되었다.
사생활 침해 논란 속에서도 범죄 예방효과가 큰 감시카메라가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뒤 현장을 방문하여 녹화장면을 검색하다 보면 이른 새벽에 고장난 가스레인지를 얼른 내려놓고 가는 아주머니, 차에 시동을 걸면서 차창 밖으로 검정봉투를 슬쩍 던지고 가는 사람도 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아버지가 아이들과 함께 버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싱크대 대리점을 하는 듯한 아저씨는 아들과 함께 화물차에서 폐자재를 내리고 또 다른 아저씨는 두 딸과 함께 봉고차에서 침대 매트리스와 각목 등을 내리는 믿지 못할 장면도 있다. 아이가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어야 할아버지의 무책임한 행동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버려진 양심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국 농촌 지역의 종량제 봉투 사용률 30%
농촌 지역의 쓰레기 수거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마을 단위 종량제'는 미비한 수거시설과 주민들의 환경의식 부족으로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농촌 지역의 종량제 봉투 사용률은 30% 수준에 머물고 있고 60% 이상의 주민이 자체 소각하는 등 쓰레기가 부적절하게 처리되고 있다. 특히 쓰레기를 소각하는 농민들은 중금속이 함유된 재를 퇴비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토양이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7개 특별?광역시를 제외한 9개 도내 3만9천631개 마을 가운데 3만4천518개(87%) 마을이 종량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자체 소각 등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불법소각이 근절되는 않는 원인으로 ▲t당 1만원 가량의 쓰레기 처리비용에 따른 주민 반발 ▲4.5t당 250만원이 소요되는 쓰레기 수거함 설치 등 수거체계 구축에 드는 지방자치단체 부담 ▲환경에 대한 주민의식 결여 ▲지자체의 단속의지 미흡 등을 꼽고 있다.
농촌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종량제 실시 이후 쓰레기 불법 소각과 투기로 인해 오염이 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종량제가 주로 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된 탓에 농촌은 예전처럼 자체 소각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는 말이다. 환경부가 신고포상금으로 지난해에 11억6천400만원을 썼지만 아직도 불법 소각과 투기는 계속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버스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도 쓰레기 분리배출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일쑤다.
특히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에 11~12월 소각행위 근절을 위한 합동단속을 주문했지만 충북.충남.경북만 나섰을 뿐 나머지 지자체는 지역 주민의 반발을 의식해 단속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농촌마을에 설치된 간이소각시설을 철거하도록 지자체에 지시한 것은 물론 단속 소홀을 감안해 지방환경청과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농촌 불법소각행위를 집중 단속키로 했다. 또 마을단위 종량제 실시를 검토하지 않는 43개 시.군에 대해서는 향후 일정 등세부 계획서를 작성해 내년 1월 중 환경부에 제출토록 했다. 환경부는 이와 함께 마을 단위로 종량제를 촉진하기 위해 지자체별 예산 소요현황을 파악한 후 쓰레기 수거함 설치나 청소차량 증차 비용을 국고로 지원하기로 했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 바뀐다
환경부는 종량제 봉투 가격이 너무 낮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20ℓ들이 가정용 종량제 봉투 기준으로 95년(220원)에 비해 2003년(394원)에 79.1%나 인상되긴 했지만 주민 반발을 우려해 종량제 봉투가격을 더 올리지 못했다. 현행 종량제는 봉투의 가격이 너무 싸서 국민의 완전한 참여를 유도하지 못하고 있으며 불법소각 및 불법배출이 여전히 성행하고 형광등과 살충제 용기, 폐페인트 등 생활계 유해폐기물의 처리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음에서 알 수 있다.
썩지 않는 종량제 봉투 재질도 골칫거리다. 썩지 않는 비닐을 줄이기 위해 생분해성 봉투를 도입했지만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다. 2003년 10억장의 종량제 봉투가 판매됐으나 생분해성 봉투는 369만장으로 0.4%가 채 안 됐다. 생분해성 봉투 생산비가 일반 봉투의 다섯 배나 되고 판매가격도 1.5배나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자생단체와 행정당국이 적극 나선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매주 1회 이상 쓰레기 무단투기 지도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결과 무단투기 근절과 쓰레기 종량제를 정착시키는데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가격을 더 올려야 쓰레기 원천 감량 노력을 제대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논리다.
실질적인 재활용률을 높이려면 특정 날짜에만 배출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편리한 시간에 아무 때나 배출할 수 있도록 재활용 수거함을 곳곳에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종량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폐기물관리법을 정비해 확고한 원인자 부담원칙을 적용하고 생붕괴(분해)성 종량제 봉투를 도입해야 하며 생활계 유해폐기물을 별도로 관리하는 등 개선방안이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실질적인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분리수거가 잘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강화하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일반 주택가에서는 재활용 수거함을 두고 편리한 시간에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 쓰레기 수거 처리비용의 30% 수준에 불과한 종량제 봉투 가격을 인상, 분리 배출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큰 봉투엔 가격 누진제를 적용해 재활용품까지 마구잡이로 담아 배출하는 사례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업의 재활용을 유도하기 위해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EPR) 운영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EPR)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 재활용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재활용이 쉽도록 제품을 설계.생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쓰레기 불법 투기 문제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남을 배려하는 작은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하는 한사람 한사람의 자발적인 실천이 없다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감시카메라 설치 후 정말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이런 변화가 언제나 깨끗하고 상쾌한 아침을 위해 스스로 실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뀐다는 말처럼 우리의 쓰레기 배출문제를 빨리 고치지 않고서는 청정 환경을 유지할 수 없다.
우리 선조들이 물려준 깨끗한 바다와 넓은 초자원 그리고 생활주변이 쓰레기 무단투기로 인해 환경 생태계가 서서히 파괴되어 가는 현실은 참으로 우리들을 슬프게 한다. 이러한 잘못된 쓰레기 배출 문화를 빨리 개선시키지 않고서는 이미지를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우리들의 삶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