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대장’ 칭호 부여를 통한 후계자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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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대장’ 칭호 부여를 통한 후계자 공식화
  • 김길수 편집국장
  • 승인 2010.09.2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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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 누이도 '대장'…족벌세습절차 본격화

북한은 28일 노동자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아들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했다. 사실상 후계자로 확정을 공식화한 것이다. 또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에게도 대장 칭호를 부여함으로써 ‘3대 세습’을 위한 친족지도체제 구축을 완료했다.

그동안 김 위원장 건강악화가 사실로 확인된 가운데 급변사태에 대한 내부의 우려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대외적로는 김 위원장의 유고상황이 발생해도 체제가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공표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대북전문가들은 당장의 권력이동은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군내의 기반이 강하지 못한 김정은이 신속하게 권력을 장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민간인 신분인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한 것도 군부의 충성을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포석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누구인가
김정은에 대해 알려진 내용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름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김정운’으로 알려졌다가 지난해 하반기경 김정은으로 확인됐을 정도다. 1983년생이라는 게 정설이지만,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912년과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인 1942년, 그들이 선언한 강성대국 달성해가 2012년이란 점에서 그가 1982년에 태어났다고 선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셋째 부인인 고영희에게서 차남 김정철에 이어 태어난 김정은은 1990년대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와 2002년부터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다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위스 유학시절에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고 집과 학교를 오가는 생활을 계속했다. 이는 “자본주의 사상에 물들어서는 안된다”는 김 위원장의 특별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저택 안에 음악단 단원을 상주시키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고, 각 분야 전문가 및 교수들이 집으로 찾아와 과외형식으로 공부했다고 전해진다.

아직 실체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의 성격과 외모를 그대로 닮아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총애를 받았고, 그 역시 정치적 야심이 강하고 저돌적인 성격이라고 한다. 10년간 김 위원장의 요리사를 지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씨는 자서전 '김정일 요리사'에서 "아버지의 얼굴을 쏙 빼닮고 체형도 흡사한 김정은이 악수할 때 험악한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이 녀석은 증오스러운 일본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듯한 왕자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기술한 바 있다.

한편 신장 175㎝에 체중은 90㎏을 넘어 20대인데도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습절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유사할 듯
이번 후계자 공식화는 김 위원장의 경우와는 달리 신속하게 이뤄졌다. 김 위원장의 경우 22세에 당 조직지도부 지도원으로 활동하다 32세에 정치국 위원을 거쳐 비서국 비서에 오르면서 후계자로 내정됐다. 약 10여 년의 세월 동안 ‘현장수업’을 충분히 받았던 것이다.

그 후 38세였던 1980년에 정치국 상무위원 및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임명되면서 공식 후계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의 경우 후계자 내정 1년 만에 공식 후계자로 등극한 데에는 김 위원장의 건강악화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하지만 기간의 차이가 다소 있겠지만 세습절차는 김 위원장의 경우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 정치국 위원, 비서국 비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등을 거쳐 당내 기반을 다져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후계자 지명설은 2008년부터 소문으로 떠돌기 시작했다. 장남인 김정남이 아버지 김 위원장의 눈 밖으로 말려났으며, 셋째아들인 김정은이 후계자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1월 초, 김 위원장이 노동당조직지도부에 “김정은을 후계자로 확정한다”는 ‘교시’를 하달하면서 소문은 진실로 확인됐다. 북한 후계구도를 둘러싼 국내외의 갖가지 억측도 수그러들었다.

김정은은 생모로 알려진 고영희가 생존 시 ‘샛별장군’으로 불렀다 해서 ‘김 대장’이라는 호칭으로 북한 내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측근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하며 존재감을 높였고, 공식적 등장에 대비한 ‘업적 쌓기’에도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우상화 작업이 본격화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김 대장을 따르자’는 내용의 우상화 가요인 ‘발걸음’이 북한 전역에 퍼졌고, 가사가 적힌 포스터도 평양시내에 나붙기 시작했다.

불안정성 안은 채 열린 ‘김정은 시대’
이번 당 대표자회 이후 김정은은 당과 군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후계자로 부상하겠지만, 앞으로 막을 올리게 될 ‘김정은 시대’가 안정적일 것이란 보장은 없다. 나이가 너무 어린 데다 정치경험이 거의 전무한 수준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유고가 발생할 경우 급변하게 될 북한 국내 정세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부상과 함께 그의 고모이자,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이 ‘대장’ 칭호를 함께 받은 점과 그녀의 남편이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약진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확고한 친족체제 구축으로 김정은을 보호하는 한편 정치적 성장이 완성될 때까지 일종의 보호막을 형성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과거 2대 세습에서 권력이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약 20년 동안의 과도기가 있었는데, 이번 3대 세습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나 북한 내외부 정세를 고려해 볼 때 5년 안팎에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가 확정됐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고모부인 장성택 부위원장과 고모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에 의한 분배형 권력체제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의 시대는 처음부터 불안정성을 안고 출발하게 되는 셈이다.

또한 나날이 극심해지고 있는 경제 악화와 최근의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민심의 변화도 김정은 시대의 안착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번 세습 공식화는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중간단계의 시작에 불과하다. 대장 칭호 부여는 준비단계의 마무리일 뿐이며 후계자로 공식추대되는 확립단계와 권력 이양 및 장악을 마치는 공고화 단계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인 후계체제는 김정은 자신이 모든 것을 구축했을 때 완성된다.

이 과정이 만만치 않은 만큼 북한 내부에 불안정성이 가중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권력 이양 과정에서 기득권층의 줄서기와 권력다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김 위원장 유고 시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희대의 3대 세습,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어
어쨌든 김정은 체제구축이 완료될 경우 세계 역사에서도 희귀한 3대 세습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와 유사한 경우라고는 쿠바의 피델카스트로와 라울카스트로 형제 간에 이루어졌던 권력 이양 정도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3대 세습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권력 승계의 원칙도 무시했다. 레슬리 홈스 박사의 이론에 따르면 사회주의 국가들에서는 3P, 즉 권력 기반, 개인적 자격, 정책입안 능력을 겸비한 후보자들이 전임 지도자의 사망 등 특별한 상황에서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 소련과 중국 등의 경험이다. 현재 김정은은 어떤 자격도 증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북한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너무 오랫동안 한 곳에 권력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김일성-김정일 간의 세습체제가 62년 동안 이어졌다. 그동안 김 씨 일가에 엄청난 권력이 집중됐고, 사회 전반적인 인식과 시스템이 이들을 중심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대중이 독재에 길들여지는 동안 권력 주변 또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해줄 독재의 세습을 ‘체제의 안정’을 추구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또한 변종 사회주의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표방하고 있는 대외적인 체제는 사회주의로, 이는 당에 의한 통치를 중시할 뿐 직계가족 등에 의한 세습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주체사상이라는 변종 사회주의를 통해 김 씨 일가가 곧 당이라는 등식을 강조하며 각종 우상화 작업을 장기간 진행해 온 결과 이 같은 세습이 가능해졌다.

외부적으로는 우리와 미국이 동맹을 이룬 가운데 형성한 적대관계가 북한 내부의 결속력 약화시킨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미국으로부터 공격받고, 남한으로 흡수되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피해의식인 셈인데, “외부로부터 공격받을 바에야 오랫동안 북한을 통치해 온 김 씨 일가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스스로를 지켜내자”라는 논리가 설득력 있게 먹혀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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