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고, 우리가 상봉 정례화를 역제안한 가운데 24일 오전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남북적십자사 실무접촉이 일주일 만에 다시 열렸다. 지난 17일 열린 1차 회담에서 개최 장소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던 남북은 이번에도 정례화 최종 합의까지는 도출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박용일 조선적십자 중앙위원회 단장과 박형철 대표, 주광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책임부원과 리경진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과장이 참석했다. 우리는 실무접촉 대표인 김의도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 수석대표와 김성근 한국적십자사 남북교류팀장이 참석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 측이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상봉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북한은 과거와 같은 100가족 규모의 상봉행사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북한은 상봉장소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금강산지구 내에서의 개최’를 주장하며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우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4월 우리가 금강산 관광을 중단했다는 이유로 금강산지구 내 시설에 대해 몰수 및 동결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에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계기로 어떻게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장소문제를 물고 늘어지며 시간을 끄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중 피격 당한 故 박왕자 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등의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금강산 관광 재개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 관광 재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으로, 자칫 상봉행사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여지를 안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이산가족 상봉 제의는 금강산 관장 재개가 목적이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특히 북한이 별도 접촉을 위해 보낸 리경진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과장은 지난 2월 개성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 접촉에도 참석한 바 있다.
한편 우리 정부가 역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대해 북한은 10월 중순경 남북적십자 회담을 개최해 ‘인도주의적 사업 활성화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