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나이 셈법을 두고 찬반 논쟁…“혼란가중” VS “문화적 차이”
보통 한국은 태어나면 나이 한 살을 먹는다. 때문에 첫 돌이지만 한국식 나이로는 2살이 된다.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그 다음날 1월 1일 하루만에 2살이 된다. 이런 식의 나이 계산법 탓에 병원이나 관공서 등에서 종종 혼란을 일으켜 행정처리가 엉망이 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정보다 구정을 지내야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으로 인식이 강하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구정이 되면 “제 올해 나이는 ○살입니다”, “저는 올해 만으로 ○살입니다”라고 통일되지 않은 나이 계산법으로 우리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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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_뉴시스] |
우리나라는 ‘한국식 나이’ 즉 ‘세는 나이’와 ‘만 나이’, ‘연 나이(현재연도에서 태어난 연도 뺀 것)’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고 있는 나이셈법을 적용하면 1985년 11월에 태어난 사람은 만으로 30세, 연 나이로는 31살, 세는 나이로는 32살이 된다.
여기에 ‘빠른나이’까지 적용하면 우리나라 나이 셈법은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최근에야 빠른나이란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30대 이후 사람들에겐 여전히 빠른나이 셈법이 존재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같은 해에 일찍 태어난 아이들은 7살에 학교에 입학했다. 때문에 7살, 8살 아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초ㆍ중등교육법이 개정되기 전 초등학교 입학을 3월~다음해 2월 생일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1ㆍ2월생인 아이들은 학교를 나이보다 1년 빨리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2009년부터 입학기준이 1월~12월로 개정되면서 빠른년생이란 개념은 많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되기 전에 학교를 입학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빠른나이가 존재한다. 같은 년생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일찍 들어간 아이는 언니, 형이 되는 애매한 서열 기준이 생긴다.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세는나이’를 사용한다. 세는나이는 중국에서 유래한 셈법으로 동아시아에서 주로 사용했다. 이 방식은 태어남과 동시에 한 살을 부여하고 매년 새해 공평하게 한 살씩 더한다. 2012년 12월 31일 태어난 아이는 올해 5세가 되지만 하루 늦게 태어난 2013년 1월 1일생과 같은 해 약 11개월 늦게 태어난 12월 31일생은 똑같이 4살이 된다.
동아시아식 셈법의 유래에는 여러 가설이 있는데, 한자 문화권에서 0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1부터 시작했다는 가설과 인간존중 사상으로 뱃속 태아에게 나이를 적용했다는 가설이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이유는 없다. 반면 서양식인 ‘만 나이’는 태어난 지 일 년이 되는 날 한 살이 된다. 매년 태어난 일을 기준으로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적으로는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는 한국식 나이를 사용한다. 때문에 각종 공문서에 나이를 착각해 잘못 기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과거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청약 가점제 제도 시행 초기에 무주택기간 산정시 한국식 나이를 기준으로 기간을 계산한 착오가 많았다. 원칙은 만 30세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는데, 대부분 1년 정도 잘못 계산해 오류를 일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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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부터 입학기준이 1월~12월로 개정되기 전 우리나라는 같은 해에 일찍 태어난 아이들은 7살에 학교에 입학했다. 때문에 7살, 8살 아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초ㆍ중등교육법이 개정되기 전 초등학교 입학을 3월~다음해 2월 생일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1ㆍ2월생인 아이들은 학교를 나이보다 1년 빨리 들어갔다. [사진_뉴시스] |
헷갈리는 한국식 나이 셈법으로 포털사이트에서는 ‘만나이계산기’까지 등장했다.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만 나이가 계산된다. 만나이계산기가 등장했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한국식 나이 셈법에 익숙해져 있어 실제 법적으로 사용되는 만 나이 계산에 많은 혼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행 법 체계 내에서도 나이 셈법 통일이 안 되고 있다. 병역법과 청소년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은 효율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 생일이 아닌 연도를 기준으로 나이를 계산한다. 2013년 7월 1일 개정된 민법 제4조를 보면 성년의 나이에 대해 이전에는 ‘만 20세’로 표기했던 것에서 ‘만’자가 없는 그냥 ‘19세’로 바뀌었다. 청소년보호법 등 일부 법률에서는 아직도 ‘만 19세’로 따로 표기하고 있다.
한편 세는 단위는 주로 ‘살’을 사용하고 만 나이는 ‘세(歲)’로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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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헷갈리는 한국식 나이 셈법으로 포털사이트에서는 ‘만나이계산기’까지 등장했다.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만 나이가 계산된다. 만나이계산기가 등장했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한국식 나이 셈법에 익숙해져 있어 실제 법적으로 사용되는 만 나이 계산에 많은 혼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사진_뉴시스] |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람은 하나인데 그 사람의 나이가 중복으로 몇 개나 되는 것은 혼란스럽고 복잡하다”라며 “한 번 설명할 것을 몇 번이나 설명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공공부문 일 처리에서도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식 나이를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엄마 뱃속에 있는 기간을 인정해 태어날 때부터 한살을 인정해주는 우리만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최영갑 성균관 유교방송 대표는 “어머니 배 속에서 10달 동안 있는 시간을 인간으로 인정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나오자마자 바로 1살이 돼야 한다”며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나이에 대해 어렵게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이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생기는 혼선으로 그것이 꼭 나쁘다 좋다 또는 어떤 사회적 비용이 지나치게 많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29명을 대상으로 ‘한국식 나이’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한국식 나이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응답이 46.8%, ‘만 나이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응답이 44.0%로 두 응답이 오차범위(±4.3%p) 내에서 팽팽한 것으로 조사됐다. ‘잘 모름’은 9.2%였다.
매년 새해가 되면 한국식 나이 셈법을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우리나라에 나이 셈법 기준이 통일 되지 않는 한 단연컨대 내년 새해가 밝아오면 또 어김없이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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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돌은 처음 맞는 생일이라는 점에 보통 1개의 초로 생일 축하를 하지만 이듬해 두 번째 맞는 생일엔 한국식 나이 계산법으로 3살이 되는 탓에 보통 3개의 초를 꽂는다. 우리 한국 아이들의 생일 케이크에서는 2살을 의미하는 2개의 초는 찾아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