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장관 딸 특채파문으로 불명예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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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장관 딸 특채파문으로 불명예 퇴진
  • 정대근 기자
  • 승인 2010.09.0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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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관 장관업무 대행…G20정상회의 준비에는 큰 차질 없을 듯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의 특혜채용 파문으로 끝내 불명예 퇴진했다. 유 장관은 이만의 환경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함께 현 정부 출범 후 2년 7개월 동안 일해 온 최장수 장관이었다. 하지만 그는 재임기간 동안 굵직한 논란과 구설에 휘말리는 듯 파란만장한 내각생활을 이어왔다.

정부출범 초기에 터졌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때 책임론이 들끓었으나 위기를 모면한 바 있고, 2008년에는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의장성명 파동과 BGN(미국지명위원회)의 ‘독도분쟁 파동’으로 인한 비판도 이겨내야 했다.

유 장관이 자초한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지난해 4월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의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외통위원이 아닌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들어오자,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고 천 의원을 향해 “여기 왜 들어왔어. 미친X"이라고 말해 야당의 반발과 경질 요구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난 7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ARF 외교장관회의 직후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젊은이들이 한나라당을 찍으면 전쟁이고, 민주당을 찍으면 평화라고 하는데, 그렇게 좋으면 모두 북한 김정일 밑에 가서 살아야지”라고 말해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렇듯 숱한 우여곡절과 고비가 있었음에도 그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신뢰는 확고했다. 더구나 지난 8.8개각 당시 유 장관의 유임이 결정되자 반기문 前 장관(2년 10개월)을 뛰어넘는 신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1980년 9월에 물러난 박동진 前 장관 이후 지난 30년 동안 3년 이상 재임한 외교장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 장관은 결국 분노한 여론에 밀려 하루아침에 낙마하고 말았다. 사실상 경질로 해석되는 이번 낙마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국정이슈로 내세운 직후 발생한 파문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 8.8개각 이후 김태호 총리 내정자를 비롯해 이미 3명의 신임 장관이 낙마한 가운데 청와대와 여권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편 유 장관의 전격 사퇴에 따른 후폭풍도 예상된다. 코앞으로 다가온 G20정상회의 개최 등 주요 외교일정과 현안 대응에 무리가 생기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8.8개각 당시 유 장관의 유임배경에 G20정상회의 철저한 준비를 위한 명분이 깔려 있었고, 이번에 사퇴의사를 수용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점이 고려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주말 김태호 총리 내정자가 낙마한 이후 각료 임명 제청권을 가진 총리가 공석인 상태여서 외교통상부 수장의 공백상태가 예상 외로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유 장관의 후임자 임명이 진행되는 동안 제1차관이 장관업무를 대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 측은 “조직적으로 준비하고 있는만큼 외교장관의 공백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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