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지방자치법 제111조 제1항 제3호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그 형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부단체장이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의 확정 여부와 상관 없이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막대한 권한을 가진 자치단체장의 권한을 발휘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규정이 우리 헌법 제27조 제4항이 규정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형사피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 무죄로 간주)’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일반 국민은 물론, 공무를 수행하는 공인이라 해도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박연차 前 태광실업 회장과 정대근 前 농협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바 있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하지만 당선 직후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아 7월1일 취임 직후 직무가 정지됐다.
헌재는 “주민들이 직접선거로 선출함으로써 4년 임기가 보장된 자치단체장을 범죄의 직무관련성이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직문에서 배제하는 것은 공무담임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한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향후 이와 관련된 법 개정 시 직무 관련성이나 고의성 여부, 주민의 신뢰 훼손 정도 등을 가려 직무를 정지해야 할 이유가 명백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만 직무정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유권자가 선거 전에 이미 이 지사의 유죄선고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 지사가 상당한 지지를 받아 당선된만큼 다수 주민들의 정서에 반하고, 도정의 파행운영에 따른 피해가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주요 판단 사유로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005년에는 같은 법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당시에도 임기가 보장된 자치단체장을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직무 정지 조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지방행정의 도덕성을 향상과 공백 최소화라는 공익적 목적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에 힘이 실렸었다.
그리고 5년여 만에 다시 헌재의 결정이 뒤집힌 것이다. 자치단체장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한편 무죄추정과 평등의 원칙을 수호하고 주민자치 등 보편적인 가치에 주목함으로써 안정화 단계에 접어 든 지방자치제에 대한 성숙도에 힘을 보탠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