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백두산’ 1000년의 잠에서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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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백두산’ 1000년의 잠에서 깨어나다
  • 박희남 기자
  • 승인 2010.08.1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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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화산 폭발 가능성 제시, 먹구름처럼 몰려오는 불길한 재앙의 징조 목도

2007년 12월 남북 보건환경 회담이 개최되던 날, 북한이 대뜸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비해 지진계를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한 정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북한의 이러한 요구는 상당히 보기 드문 사례였으며 지진계의 설치를 적극 요구, 북한이 상당히 다급한 상황에 놓였음을 시사했다. 무엇이 이토록 북한을 공포와 두려움에 떨게 한 것일까. 

 

때는 바야흐로 고려 시대인 서기 946년. 백두산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추정되는 화산 폭발이 발생했다. 일본 역사서에 의하면 화산이 폭발하던 순간 하얀 재가 마치 함박눈처럼 내리며 하늘에서는 천둥소리와 같은 엄청난 굉음이 이어졌다. 이를 두고 몇몇 학자들 사이에서는 1000여 년 전 백두산 폭발에서 나온 화산재가 일본 북부지역에 5㎝가량 쌓인 흔적이 역력하며, 그 여파로 인해 해동성국이라 불리며 아시의 강대국이던 발해가 멸망했다는 괴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편 조선시대에도 백두산 폭발에 대한 기록은 계속됐다.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1688년 6월2일 ‘데포 소리처럼 요란한 소리와 함께 큰 돌들이 비처럼 마구잡이로 쏟아졌고, 붉은색의 흙탕물이 넘쳐흘렀다’라는 문구가 기록돼 있다. 이후 1668년과 1702년, 1903년에도 백두산에서 화산 활동이 있었다는 기록이 게재돼 있다.

헌데, 2010년 백두산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 1902년 분화를 마지막으로 100여 년간 숙면을 취하고 있는 백두산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는 것. 이에 누리꾼들은 “세기의 대재앙”이라며 “한반도에 재난이 시작되는 것이냐”고 정부의 철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폭발할 것이라는 위험한 경고.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1,000년 전 백두산 거대 분화 그 모습은?
다음은 지난 95년 부산경남 민영방송인 KNN보도국 공채1기 기자로 입사해 그동안 환경과 관련한 탐사보도에 집중해 온 전재운 저자의 ‘백두산에 묻힌 발해를 찾아서’ 책 내용의 일부분이다.

“그날 천지가 수차례 흔들리기 시작했다. 땅은 갈라지고 기와집 할 것 없이 대부분 다 무너졌다. 이번에는 깔려 죽은 사람이 넘쳐났다. 그리고 또 며칠 뒤인 한 해가 지난 939년 1월 어느 날, 발해만까지 땅이 갈라질 정도의 강력한 진동이 온 만주 벌판을 뒤흔들더니 갑자기 백두산 정상 부근이 소름끼치는 굉음을 내며 하늘로 솟구쳤다. 천지를 뚫고 나오는 화산재는 다 수 분 만에 35km 상공인 성층권까지 도달했다. 화산 폭발 순간 튀어나온 화산탄들은 수십km까지 날아가 부딪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폭탄이 됐다 그리고 성층권까지 하늘을 뚫은 화산재 기둥은 잠시 뒤 중력으로 무너지면서 지상으로 화쇄류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원뿔 모양의 경사가 급한 백두산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400~500도의 뜨거운 화쇄류에 반경 50km 이내의 모든 생명체가 도망갈 틈도 없이 숯으로 변했다. 지옥이라고 생각할 여유도 없이 화산 폭발을 눈으로 본 사람들은 몸 속 수분을 모두 뺏기면서 그 자리에서 재로 변해 사라졌다. 반경 100km이내의 모든 생명체는 폭발의 굉음으로 고막과 뇌가 파열되면서 죽거나 기절해 버렸다. 100개의 대형 로켓이 한꺼번에 터지는 폭발음을 옆에서 드는 것 자체가 귀를 가진 생명체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설령 살아남았다 해도 그 다음 시속 200~300km로 백두산을 타고 쏟아져 내려오는 화쇄류를 피하기는 불가능했다.

곧이어 백두산 정상 부근에 쌓여있던 빙하가 폭발의 뜨거운 열기에 순간적으로 녹아내리면서 홍수가 되어 시속 80~150km라는 무서운 속도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이 홍수에는 분출된 화산재가 대량으로 섞이면서 펄펄 끓고 있는 용암 수준이었다. 거대한 산이 떠내려 오는 듯 거침없이 하류로 쏟아져 내려가면서 부딪히는 모든 것을 파괴한다. 백두산 산림은 뿌리째 뽑혀 홍수에 쓸려 내려가면서 초토화가 된다.

거대한 홍수 줄기는 100km를 넘게 흘러가도 전혀 그 속도가 줄지를 않고 투우사의 창을 맞은 소처럼 맹렬하게 돌진한다. 본능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던 사슴이며 호랑이 곰도 화산 홍수에 휩쓸려 뼈조차 남지 않고 떠내려갔다.”

백두산 매년 4㎜씩 상승, 폭발 카운트 돌입
지난 6월18일 기상청이 주최한 ‘백두산 화산 위기와 대응’ 세미나에서 부산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윤성효 교수가 중국 화산학자들의 의견을 인용 “2014년에서 2015년께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교수는 “상세한 자료를 입수할 길이 없이 정확한 시기를 단언할 수는 없으나 가까운 시일내에 백두산이 분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고 피력했다. 또 윤 교수는 “‘휴화산(休火山)’이라는 용어를 일반인들이 흔히 쓰지만, 인간이 역사를 기록한 시대에 분화했던 화산은 모두 ‘활화산’으로 보는 것이 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다. 백두산도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활화산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윤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구체적인 증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백두산은 2002년도를 기점으로 한 달에 250여 차례의 지진이 계속되고 있으며 마그마방 4개는 이미 지하 5㎞까지 상승해 있다. 특히 인공위성을 이용해 백두산 지형을 측정했는데, 그 결과 2002년부터 산 정상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해 2003년엔 4.6㎝, 2004년엔 1.8㎝나 솟아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뿐만 아니라 지각 아래 맨틀에서 올라오는 헬륨 가스 농도가 높아지고 백두산 정상부 호수인 천지와 인근 숲에서 화산가스가 방출돼 식물이 말라 죽는 등 화산 폭발의 전조 현상이 잇따라 관측되고 있다.

사실 백두산의 지진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985년 설치된 화산지진 관측소에 따르면 1992년까지 총 78회, 1991년 6월부터는 30회 이상의 지진과 미동이 관찰됐다. 지난 2003년 6월부터는 확연이 눈에 띌 만큼 지진이 급증했다. 이듬해 2007년에는 지진 발생 횟수가 다소 잦아드는가 싶더니 금년 2월 러시아와 중국, 북한의 경계 지하에서 진도 7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7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이 힘이 백두산 지하에 저장돼 있는 마그마에 전달됐고, 이것을 계기로 화산 활동이 촉진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한편 이에 앞서 백두산이 매년 4㎜씩 높아지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중국 지린성 지진국 화산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대의 지각이 매년 4㎜씩 솟아오르고 있으며, 이는 백두산 지하 암장(마그마)의 움직임이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천펑쉐(陳鳳學) 화산연구소장은 “백두산 아래에 있는 복합식 이중 암장이 지표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다시 화산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으며 양칭푸(楊淸福) 연구원 역시 “자료 분석 결과 백두산 전체가 서서히 융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지각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용출되는 온천수에서 나트륨과 칼륨이 증가하고 있는 연유도 이 때문이다. 지하 마그마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암석에 있는 성분들이 녹았기 때문. 이는 폭발의 도화선이 되는 마그마가 지층 바로 아래까지 올라와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이 밖에 역사상 백두산 화산분출이 1414년, 1597년, 1702년, 1903년, 2003년 등 100년 주기로 발생한다는 점도 백두산 화산 폭발설의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북한의 핵 실험, 화(火)를 키운 셈
그렇다면 휴화산이었던 백두산이 활화산으로 변모한 까닭은 무엇일까.

현재까지는 북한의 지하 핵실험이 지각변동을 일으키는데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들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지진 전문가들은 지난 2002년 6월 백두산에서 200여 Km떨어진 러시아와 북한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지진이 잠자고 있던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깨우게 했고, 백두산에서 불과 140여 Km 떨어진 풍계리에서 북한이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지하 핵실험을 한 것이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며 핵 실험이 백두산 화산폭발을 촉진시킨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화산폭발이 ‘핵실험 때문일 수 있다’는 국내 네티즌 UCC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돼 화제가 됐다. UCC영상은 MBC ‘시사매거진 2580’과 KBS 1TV ‘시사기획 KBS 10’에서 보도된 내용을 인용해 최근 백두산은 지하의 마그마가 상승해 산 정상부가 부풀어 오르고 지각 아래 헬륨 가스 농도가 높아지는 등 화산 폭발 전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두산 화산폭발이 발생한다면 우리나라에 미치는 실질적인 피해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라며 ‘시뮬레이션 결과 화산재는 함경도, 일본, 동해로 확산, 백두산 주변은 화산재가 1M, 함경북도에 5Cm 덮이는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나 이것 역시 전적으로 가설이기 때문에 핵 실험을 둘러싼 의견은 분분하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1,000배 위력
아름다운 천지(天地), 폭발하면 아비규환 될 듯
지난 봄 영국에 인접해 있는 아이슬란드에서 230년 만에 대규모 화산이 폭발했다. 이후 검은 연기가 지구촌 곳곳에 계속 뿜어져 나왔다. 이로 인해 영국을 비롯한 프랑스,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 22개국이 공항을 전면 폐쇄하고 항공운항을 중지하는 등 최악의 항공 대란이 며칠간 지속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백두산의 화산 폭발이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 보다 규모면에서 훨씬 위력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대체 백두산 폭발의 위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이러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것일까. 이에 대해 윤 교수는 ‘유럽 항공대란’의 주범인 아이슬란드 화산과 비교하자 백두산이 분화하면 이보다 훨씬 심각한 화산 폭발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 역시 백두산이 다시 폭발한다면 반경 수∼수십km 이내 지역 초토화는 물론, 천지에 담긴 20억 톤에 달하는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 압록강을 비롯해 쑹화강, 두만강 등 대홍수를 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방대한 양의 화산재가 편서풍을 타고 일본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동아시아 일대의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이 백두산 폭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밖에도 백두산 폭발로 화산재가 쌓이게 되면 식생이 황폐화 되고 농사짓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에 대규모 기아 사태가 초래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백두산 화산 폭발은 국내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성층권에 머무는 화산재는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작은 입자들로 화산재가 태양의 복사를 차단함으로써 지구 전체에 한랭화를 초래, 4계절 내내 가을과 같은 서늘한 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4계절 내내 서늘한 날이 지속되면 농작물 재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북한은 물론, 국내 역시 기근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에서 일어난 폭발은 전세계를 화산재로 뒤덮으며 세계의 연간 평균 기온을 섭씨 5도 이상 떨어뜨렸다. 당시 화산분출의 직접적인 여파로 사망한 사람보다 기근에 시달려 사망한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끝으로 전문가들은 식수(저수지, 강물)와 바닷물 오염도 주의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화산 폭발이 발생하면 화산재와 가스 등으로 식수에 심각한 오염이 따를 수 있는데, 수천만 서울 시민의 식수원인 한강상류가 오염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하수의 경우 대부분이 오염되어 돈을 주고 물을 사먹어야 하는데, 많은 인구가 먹을 물을 공급하는 일은 말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울러 물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질병 및 전염병까지 사전에 예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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