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증가에 건설사들 심각한 자금난 봉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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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증가에 건설사들 심각한 자금난 봉착
  • 김미란 기자
  • 승인 2010.08.1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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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수주 따내도 채권단 경영관리 들어가면 사업 불투명

 지난 6월25일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은 금융권 신용 공여액이 500억 원 이상인 1,985개 업체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완료하고 이중에서 65개사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발표했다. 건설 16(C등급 9개사, D등급 7개사), 조선 3(C1, D2), 해운 1(C1), 여타 대기업 45(C27, D18)개사였다. 채권단은 “건설사의 경우 지난해 구조조정 추진해도 불구하고 건설경기 침체 지속 등의 이유로 시행사를 포함한 33개사가 새롭게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C등급 업체는 워크아웃(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 등을 통해 조기에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D등급 업체는 채권금융회사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기업회생절차 신청하게 된다. 워크아웃 대상 업체에 대해서는 워크아웃 개시 전에 은행의 채권회수 등 금융제한 조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워크아웃 개시 후에는 경영정상화 계획 수립 등 워크아웃 절차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하며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위해 워크아웃 건설사 등의 수익성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원활한 보증서(해외건설계약 등) 발급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일시적인 유동성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건설사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금융권 자율로 대주단협약 운영기한을 8월까지 연장 추진키로 했다.

신용위험평가와 PF 대출만기 겹쳐 예견된 상황
지난해 1월20일 금융당국은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주택 증가 등으로 건설사 재무상황이 악화되는 등 일시 연쇄도산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1차 구조조정 명단을 발표한바 있다. 1차 구조조정 때 C등급을 받은 11개 건설사 중에서 워크아웃을 졸업한 곳은 단 2개사뿐이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시장 전망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어 있는 가운데 미분양주택이 해소되지 않는 한 상승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번에 C등급으로 분류된 건설사 다수가 시공능력 20∼30위권으로 인지도가 비교적 높다. 40위권 내 건설사도 4개사다. 경기침체로 워크아웃 기업이 속출해 시장에 대한 ‘충격파’는 지난해보다 약할 전망이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워크아웃 기업이 속출해 충격은 예년보다 약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또한 업계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었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불안감은 올해 들어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다수의 건설사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신용위험평가와 건설사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만기가 겹쳐 지금의 상황은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채권단은 명단공개로 인한 자금조달 악화와 평판리스크 등을 감안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 명단을 밝히지 않았지만 해당기업들은 어느 정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벽산건설, 성우종합건설, 성지건설 등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퇴출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해당 건설사들은 신규 수주를 따내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채권단의 경영관리에 들어가면 사업마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벽산건설은 채권단으로부터 C등급을 받은 지 이틀 만에 경기도 안산에서 959억 원 규모의 아파트 재건축 공사를 따냈다. 벽산건설측은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지지율 67%를 받으며 동부건설과 코오롱건설을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어 7월8일에는 고양 대곡-부천 소사 간 복선전철 민간투자시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에도 벽산건설 측은 채권단 관리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과 일부 사업장 정리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복잡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남광토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6월28일 아프리카 적도기니에서 총 730억 원 규모의 복합건축물 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적도기니 국영기업이 발주한 프로젝트로 공사대금의 30%인 200억 원을 미리 받는 사업이다. 하지만 지난 1998년 1차 워크아웃으로 700명에 달하던 직원을 400명으로 줄여야 했던 경험이 있는 남광토건은 기쁨보다 침울함이 앞서고 있다.

법정관리, 사주와 경영진의 문제 먼저 파악해야
이러한 가운데 대상 건설사 노조들이 기업주의 책임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6월30일 영등포구 대림동 건설산업연맹에서 기자회견을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은 “정부와 사법당국은 사주와 경영진의 문제를 먼저 파악하고 기업을 올바르게 회생시킬 수 있는 주체에게 관리권한을 맡겨야 한다”면서 사재출연을 비롯해 사주와 경영진이 먼저 책임을 지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연합은 이 날 “부실 건설사의 사주와 경영진이 기업회생 신청 시 자신들을 관리인으로 추천해 여전히 회사를 지배하는 일이 계속되어 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사주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는 만연하고 책임은 직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원건설의 경우에는 기존의 대표이사와 계열사 대표이사가 변동 없이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100억 원이 넘는 임금체불건으로 사법처리가 진행된 전윤수 회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출국금지 조치를 행하지 않아 현재 미국으로 도피해 생활 중이다.

노조연합은 이 같은 도덕적 해이가 방치된다면 방만 경영의 책임을 묻는 것은 고사하고 기업회생 절차가 악덕 사주와 경영진에게 이용되는 결과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연합은 구조조정 명단 발표 당일에도 “반성 없는 수박 겉핥기식 구조조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어 부동산 경기에 따라 주택의 과잉공급을 유발하고 부실 가능성을 안고 있는 주택 생산구조를 근본적으로 고쳐야한다고 노조연합은 덧붙였다.

이를 위해 노조연합은 금융권이 높은 이율을 받기 위해 참여하는 주택 PF사업에 대해 정부가 금융권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하며 시공사 지급보증, 금융권 대출의 현행 방식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연합은 보금자리주택보다는 양질의 공공임대 주택을 활성화하고 중견건설사의 해외건설 시장 진출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욱동 노조연합 부위원장은 이 날 “건설 산업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산업이 되고 올바른 기업구조조정 회생을 통한 산업구조의 올바른 형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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