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입주폭탄’ 부상, 미입주 대란 현실화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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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입주폭탄’ 부상, 미입주 대란 현실화 되나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0.08.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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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이자부담에 분양가 이하 매물 속출, 미분양보다 미입주가 더 큰 문제
주택시장이 연일 끊이질 않은 악재로 울상이다.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주택시장이 전국에 걸쳐 대규모 미입주 아파트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올 상반기 입주가 시작된 경기 용인 등 수도권 일부지역의 경우 입주율이 50%도 되지 않는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기준금리 인상으로 추가적인 집값 하락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각종 입주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입주자들은 살던 집을 팔아도 분양금을 내지 못할 지경이어서 입주대란이 현실화 될 것으로 예상돼 건설업계가 초비상이다.

경기도 용인의 아파트 단지. 지난 6월부터 2,000여 가구 입주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절반은 미분양 상태다. 그나마 있는 계약자들마저 입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도 2,500여 세대의 대단지에 현재 입주율은 겨우 30%에 불과하다. 입주가 시작된 청주 소재 A아파트는 분양된 576세대 중 105세대, S아파트는 66세대 중 29세대, K아파트는 173세대 중 19세대 등이 미분양, 불 꺼진 아파트로 인해 이미지마저 좋지 않다. 영종도의 한 아파트 단지, 입주가 시작된 지 1년이 되도록 전체 300여 채 중 절반가량이 불 꺼진 아파트로 남아있다. 대부분 잔금이 모자라 입주를 못하기 때문이다.

이자·잔금 부담에 속출하는 미입주 
부동산 경기가 좋던 2, 3년 전에 공사를 시작한 아파트들이 올 들어 대거 완공되면서 올 상반기 수도권 입주물량 8만 3,000여 가구 중 상당수가 미입주로 남아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에만 전국에 290개 단지 17만 1,100여 가구가 입주해야 한다. 이중 서울과 수도권에만 10만 가구, 용인시 1만 4,054가구, 고양시 1만 3,511가구, 파주시 1만 2,027가구, 남양주시 1만 1,595가구, 광명시 1만 156가구, 인천 1만 637가구로 1만 가구 이상의 대형 물량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007년 말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일시 공급한 물량의 입주시기가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7년에 사업승인을 받은 주택은 55만 5,800여 채나 됐지만 2008년에는 37만 1,300채로 뚝 떨어졌다. 특히 2007년 10월에는 한 달간 10만 채가 넘는 주택이 사업승인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계약자들이 제때 입주를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받은 계약자들이 잔금 치를 여력이 없어 입주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과 잔금연체에 아예 입주를 포기하고 급매물로 내놓아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팔려도 제 값을 못 받아 분양대금을 내기 힘들어 적기에 입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또 전세를 놓아 잔금을 내려 해도 공급량이 워낙 많아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전문가는 “집을 살 돈도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투자 분위기에 휩싸여 대출에 기대 분양을 받았다가 잔금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하는 수요자들이 기존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고, 잔금을 대출받아야 하는 입주 예정자들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거래 중단 장기화로 잔금을 못 낸 입주자 중 상당수는 연 21%에 달하는 연체이자에 신음하고 있고 입주 지정 기간에 잔금을 못 내는 최악의 경우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된다. 2008년 인천의 142㎡형(분양면적) 아파트를 계약한 진모(50) 씨는 정식 입주기간이 끝난 지난달 320만 원의 이자를 내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중도금 대출금은 6개월 상환 연기를 해 정상이자 월 120만 원이 나왔지만 잔금에 대해서는 연 15%의 연체이자가 매겨진 것이다. 용인의 한 아파트를 계약한 유모(35) 씨는 “중도금 대출 이자를 못 낼 경우 신용불량으로 직장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은행 직원의 말을 듣고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잔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GS건설이 입주를 시작한 인천 ‘영종자이’ 분양대금 미납자들에 대해 무더기 계약해지 통보가 됐다. GS건설은 2006년 말 분양한 ‘영종자이’ 아파트 1,022가구 중 분양대금 대출 만기가 도래한 429가구에 대해 이자납부 최종 독촉장을 보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개인자산의 70내지 80% 가량을 집 한 채 매입하는 데 쓰는 경우가 많은데 거래도 되지 않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개인의 재무관리 자체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입주에 골머리 썩는 건설사들
이는 건설사도 마찬가지. 미분양에 미입주까지 겹치면서 아파트 팔아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건설사들의 자금난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분양시장이 침체되면서 건설사들이 계약금을 5∼10%로 낮추고 잔금을 최대 35%까지 늘리면서 미입주 가구에 대한 건설사들의 부담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건설사가 아파트 한 채당 평균 3억 원인 1,000가구 아파트가 100% 계약이 됐다고 하더라도 입주율이 40%에 그치면 1,200억 원 정도가 묶이는 셈이 된다.

분양이 다 됐어도 입주율이 70% 이하로 떨어지면 자재대금이나 공사대금을 못 주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입주가 늦어지면 계약자들의 중도금 대출금에 대해서도 지급보증을 선 건설사가 금융사에 대신 내야 한다. 실제로 한 대형건설사는 올 1분기 계약자의 중도금 대출액에 대해 3조 3,666억 원의 지급보증을 섰다. 모 건설사의 경우 이런 지급보증액과 공사비 등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금액을 합쳐 지난 7월9일 현재 총 8조 9,669억 원을 떠안았다. 시행과 시공을 같이 하는 건설사의 경우 그 여파는 더 크다. 입주율에 따라 한 순간 부도로 내몰릴 수 있는 것.

건설업계의 한 임원은 “2007~2009년 지방 미분양 사태로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시작됐다면 올해에는 대량 미입주로 잔금을 받지 못해 휘청이는 업체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금융권 대출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중도금·잔금 회수마저 원활하지 않을 경우 대형 건설사들도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입주 부진의 정도는 앞으로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수도권에 입주할 예정인 아파트는 9만 3,000여 가구, 이중 70% 가량이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이라는 게 문제다. 중대형 아파트는 투자용으로 구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채권단에게 빚 대신 미입주 아파트를 넘기고 공매를 요청하는 건설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입주 폭탄’에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속속 등장
대규모 입주가 일시에 몰리다 보니 매매는 물론, 전세금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를 놓아 잔금을 내려 해도 공급량이 워낙 많아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말까지 1만 가구가 넘게 입주할 예정인 식사·덕이지구가 위치한 일산은 벌써부터 매매가와 전세금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6월4일 현재 용인시 아파트 값이 연초 대비 3.24% 급락했고, 파주시가 3.26%, 고양시가 2.69% 급락하는 등 입주물량이 많은 대부분의 지역 집값이 떨어졌다. 일산의 식사지구와 가까운 일산 동구 풍동 5단지 132㎡는 4월 호가 5억~5억 5,000만 원 선에 매물이 나왔으나 최근엔 거래가 거의 중단된 채 4억 6,000만 원까지 낮아졌다. 상반기에 2,500여 채가 공급된 서울 강북구와 앞으로 6,000여 채가 넘는 입주물량이 예정되어 있는 서울 은평구도 집값이 이미 연초 대비 2% 이상 떨어졌다.

지난 7월1일 은평뉴타운 2지구 두산금호 7단지 135㎡가 6억 6,000만 원 선, 174㎡는 7억 1,000만 원 선에서 급매물이 거래됐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각각 6억 7,200만~7억 2,000만 원으로 분양가에 비해 1,000만 원 이상 가격이 내려간 상황이다. 특히 은평뉴타운 내 200㎡ 이상 대형 아파트는 최고 1억 원 이상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도 등장했다. 용인시 신봉동 자이1차 153m²는 연초에 평균 5억 9,000만 원이던 시세가 지금은 1억 원 가까이 떨어졌고, 고양시 장항동 호수삼환3단지(156m²)도 매매가가 같은 기간 1억 3,000만 원 하락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주 아파트가 쏟아져 나오는 용인시나 파주시 등은 전체적으로 기존 주택의 가격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주택시장 거래활성화 대책 내놓을 예정
기업, 분할납부제·이사비 지원 등 이색 마케팅 등장
얼어붙은 주택시장이 정상적인 거래를 되찾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주택시장의 거래활성화를 위한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LTV, DTI 같은 대출규제를 완화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자칫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이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신규아파트 실수요자들이 기존 집을 빨리 처분할 수 있도록 기존 집을 사는 사람들에게 대출한도 이상을 대출해주도록 4.23대책을 마련했었는데, 대상자 폭을 더 확대하는 등의 추가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건설업계도 계약자들의 입주를 위해 이색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용인시 성복동 성복힐스테이트 잔금(분양가 20%) 납부 일을 1년 연장했다. 잔금을 낸 입주자에게는 입주 후 1년간 대출이자를 대신 내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3월 완공한 광주 양림 휴먼시아에 잔금 분할 납부제를 도입했다. 분양가의 40~50%를 입주 후 3년간 이자 없이 나눠 낼 수 있도록 한 것. 입주지정기간 안에 입주하면 관리비나 취득·등록세 등을 대신 내주기도 한다. ‘부영애시앙’은 신규 계약자에 한해 입주 후 2년 동안 무이자로 분양가의 60~65% 분양대금을 나눠 치를 수 있는 할부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8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고양시 식사동 ‘위시티자이’는 1,2,4단지 전 계약 가구를 대상으로 총 분양대금의 60%에 대한 이자를 1년간 대납해 준다. 인근 가좌동 ‘가좌 꿈에그린’도 신규 계약 가구에 한해 중도금 대출이자를 1년간 대납해 준다. 잔금 35%는 무이자로 2~3년간 납부유예 기간을 주고 있다.

또 인근 중개업소에 법정 중개수수료를 웃도는 수고비를 지급해 적극적인 거래를 유도한다.
벽산건설은 지난 4월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이천 관고동의 벽산블루밍에 이 같은 마케팅으로 입주율을 95%나 끌어올렸다. LH역시 8월 입주하는 천안 구성 휴먼시아의 전세 거래를 중개해 준 인근 중개업소나 계약자에게 75만 원의 중개수수료를 줄 계획이다.

이 외에도 빈집을 없애기 위해 직접 전세를 놓기도 하며 입주 선호도가 낮은 중대형 세입자에게 관리비나 이사비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또 아파트를 미리 둘러보거나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직접 체험하는 체험마케팅도 입주율을 높이는 데 효과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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