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쌀로 정성스레 빚는 우리의 전통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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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쌀로 정성스레 빚는 우리의 전통 막걸리
  • 임영근 기자
  • 승인 2010.08.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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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전통명주 선발대회’ 우수상 이어 ‘전국 대표 막걸리 16강’ 선정

지난 5월 월드컵 16강을 앞두고 농림수산식품부는 흥미로운 토너먼트를 진행했다. 막걸리 육성에 앞장 선 정부가 대한민국 월드컵 16강을 기원하며 ‘전국 대표 막걸리 16강’을 뽑은 것이다. 시·도지사의 추천을

받은 대표 막걸리 32종 중 주류전문가 등 23명의 심사위원들이 맛, 향, 목넘김, 후미 등을 평가해 최종 16종을 선정했다. 막걸리 육성과 월드컵 16강 기원을 위한 이벤트였기 때문에 농식품부는 토너먼트를 16강에서 끝냈지만 누리꾼들을 비롯한 전국의 애주가들은 과연 결승까지 경기를 치른다면 어떤 막걸리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인지를 두고 기분 좋은 토론을 이어갔다.
전라남도 강진의 병영주조장(김견식 대표)은 ‘막걸리 16강’에 선정된 이후 그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병영주조의 ‘설성동동주’가 ‘만찬막걸리’에 이어 대한민국 대표 막걸리로 인정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 맛을 보려는 이들의 주문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어 하루하루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

시대가 변해도 한국 사람의 입맛은 조상의 손맛을 느낀다
설성동동주는 지난해부터 이미 전통명주로 그 가치를 인정을 받아오고 있었다. 전남의 34개 전통주가 출품되어 경합을 벌인 ‘제1회 남도 전통명주 선발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설성동동주는 농식품부 ‘2009 전통주 품평회’를 비롯한 각종 국내외 박람회에 참가하는 기회도 얻어 설성동동주의 맛을 적극적으로 알려왔다.
“원래 병영주조장은 해방 직후 집안 형님이 운영해오시던 양조장이었다. 그 밑에서 형님을 도우면서 경영에 조금씩 참여하고 있었는데 농촌의 인구감소, 정부의 양곡 정책, 술 소비 감소 등 양조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형님께서 ‘네가 이 양조장을 인수해 운영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셨다. 일을 하면서 전통주에 대한 매력을 차츰 느껴가고 있던 터라 형님 권유에 따라 양조장을 인수했다”라고 김 대표는 당시를 회상한다. 세파에 휘둘리며 흔들리고 변했을 법도 한데 김 대표와 병영주조장의 술맛은 그 시절 그대로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그가 이렇게 한결같은 모습으로 한결같은 술맛을 내는 데에는 어떤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 사람의 입맛은 어떤 음식이든 시대가 변하고 지역이 달라도 조상 대대로 이어져오는 손맛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술도 술 본연의 맛만 제대로 낼 수 있다면 농촌의 인구감소 등의 문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오히려 우리 농촌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면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지역 생산물의 개성과 특색을 살리는 연구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김 대표. 이러한 이유로 병영주조장은 술을 빚을 때 우리 쌀로만 빚는다. 가격 경쟁력만 쫓아 남의 쌀로 우리 술을 빚는다면 온전히 우리 술의 맛을 낼 수 없다는 고집스러운 그의 생각 때문이다.
병영주조장의 술을 찾는 소비자들은 유행처럼 변하는 술맛이 아닌 동동주 고유의 맛을 선호한다. 때문에 김 대표는 끊임없는 연구로 소비자들에게 그 품질을 인정받는 동동주를 생산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대기업에서도 병영주조장의 술맛을 인정해 좋은 제안들을 제시해오고 있지만 김 대표는 영리추구보다는 소비자들이 원하고 또 즐겨 찾는 술을 빚고 싶다는 바람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그에게 최고의 재산은 정직함과 성실함이다. 그 정직함과 성실함이 그를 지금까지 이끌었고 전통 막걸리의 맛을 지켜올 수 있게 했다. 쉽게 변했다면 그에게, 그리고 병영주조에 ‘전통’이라는 말은 함부로 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전통’의 병영주조와 우리 술맛을 지키기 위해 그는 조금 더디 가더라도 정도(正道)를 택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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