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발언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 내용을 보도할 예정이었던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60분’(이하 제작진)이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진이 발표한 공식 성명에 따르면 지난 16일 “조 후보자와 관련된 특종보도를 준비하던 주이었는데, 시사제작국장이 이 아이템을 엎었다”며 “이는 KBS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 6월말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문제의 동영상을 입수했으나, 당시 조 후보자가 서울청자이었고 7월에 파업이 이어져 취재에 대한 논의가 잠정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8월8일 개각발표 이후 논의를 재개했으며 본격적인 취재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속 국장은 ‘추적60분’ 제작진의 동의 없이 보도국 사회팀에 동영상 존재사실을 통보했고, 사회팀이 당일 취재에 들어가 ‘뉴스9’ 시간에 보도했다. 당초 제작팀은 오는 18일 이를 방영할 예정이었다. 제작진이 입수한 1시간 8분 분량의 동영상에는 노무현 前 대통령 차명계좌 언급과 천안함 유족 비하발언 외에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은 성명서에서 “시사제작국장이 제작진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자신의 편향된 논리로 특정 정파에 유리한 데스킹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KBS는 “통상적인 사전 협의를 거쳤을 뿐 제작진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제작진은 “보도위원회를 즉각 소집해 이번 사건의 정확한 실체를 밝히고 필요하다면 시사제작국장 등 책임자들의 문책과 제작 자율성 침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제작진의 분노가 얼마나 큰 것인지 행동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