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 한 사람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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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 한 사람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
  • 송재호 이사
  • 승인 2010.08.1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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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MBA의 선두에 선 안태식 원장의 도전과 사명

진리의 상아탑이요, 학문의 전당으로 불렸던 대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흐름 앞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학문 그 자체의 탐구와 발전을 넘어 효율과 실용에 주목한 지식활동에 돌입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실용학문이 기존 학문의 순수성을 붕괴시킨 후 등장한 점령자적 가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이하 서울대MBA) 안태식 원장은 “변화와 변질은 분명히 구분해야 할 현상이며, 세상이 실용지식에 주목한다고 해서 대학의 진리탐구 기능이 붕괴되어서도 안되고 실용지식에 능하다고 해서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대학의 본질은 진리탐구이며 진리에 기초한 실용이 응용학문의 특성이다. 경영대학의 모토는 진리와 실용 (Veritas et Utilitas)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일부 학생들이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 없이 좋은 대학, 높은 학점, 좋은 직장에 목을 매는 건 매우 안쓰러운 일입니다. 물론 돈 잘 버는 경영자가 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임팩트 있는 리더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일부 학생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단지 ‘풍요로운 미래’만을 꿈꾸며 경영대로 몰려드는 학생 수가 결코 적지 않음을 떠올린 듯 보였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경영대 학장을 겸임하고 있는 안 원장은 다시 ‘희망’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노릇이지요. 오히려 이 대목에서 대학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학생이 원하는 것보다 더 큰 그림을 제시해 주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큰 그림’은 열정을 유발시키기 마련이고, 그것은 곧 젊은이다운 도전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국내 최고일 수밖에 없는 서울대 입학생과 졸업생들에게 “그대들이 그동안 성취한 게 많다고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길에 과감히 도전하라”고 당부하는 것도 이러한 안 원장의 속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까닭이다.

‘한국형 MBA의 세계화’를 향한 도전과 사명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는 경영학 이론을 학습하는 경영학 석사과정(MS)과 달리 경영학 실무에 집중하는 ‘경영전문석사’ 학위 또는 프로그램을 일컫는 것으로, 일반대학원이 아닌 ‘경영전문대학원’에 개설된다. 산업화가 본격화 되고 기업들이 과학적 경영을 추구하던 19세기 후반의 미국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MBA 과정은 경영학에 대한 학문적 접근보다 기업경영의 전반적 실무를 익히는 데 더욱 중점을 둔다. 일반대학원의 경영학 석사과정이 특화된 분야를 학문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는 반면 MBA 과정에서는 현장에서 활용하기가 용이한 실용적 내용을 먼저 다루는 것이다.
이러한 MBA교육은 종주국인 미국을 비롯해 서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명문 MBA 대부분이 이들 국가에 집중되어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부터는 경제 중심의 헤게모니로 재편되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아시아계 MBA의 약진이 도드라진다. 홍콩, 싱가포르 등 중국계 MBA의 경우, 국가 성장세와 저렴한 유학경비 등의 가격경쟁력에 힘입어 세계 MBA 교육시장을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대 MBA 안태식 원장은 이렇듯 치열한 세계 MBA 교육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교육부가 주도한 ‘한국형 MBA'의 역사는 고작해야 5년, 언뜻 듣기에 다소 걱정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식 MBA를 카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의 말을 듣다 보니 묘한 기대와 신뢰가 일었다.
“세계 MBA 교육시장이 아시아계 MBA를 주목하고 있는 데는 아시아 경제로의 무게중심 이동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서울대 MBA가 세우고 있는 한국형 MBA 모델은 서구식 전문성에 아시아적 가치, 한국적 경영을 포함한 독특한 색감을 부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열정을 교육의 중심에 두는 것”이라고 했다.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전문지식만으로는 곤란하다”는 게 안 원장의 판단이었다. 이는 그가 전문경영인을 양성하는 직업 교육자가 아니라, 경영학을 중심으로 진리를 탐구해 나가는 학자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전문적 능력을 기본으로 하고, 덕성과 재능을 어떻게 갖출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이것은 공적 가치를 반영하는 가운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리더의 필수 소양으로 부상할 것입니다.”
진정한 세계화는 우리가 세계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우리에게로 몰려오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미국식 MBA를 카피하는 게 정답일 수 없으며, 21세기 MBA 교육시장이 우리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게 만들 것”이라 강조하는 안 원장의 교육철학에 더욱 단단한 신뢰를 싣게 한다. 그리고 “서울대 MBA를 세계적인 경영전문대학원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다부진 그의 다짐은 이미 상당 부분 실현된 바이기도 하다.
美 뉴욕대(New York Univ.), 콜롬비아대(Columbia Univ.), 유럽의 ESSEC, 중국 북경대, 싱가포르국립대학, 일본 히토츠바시 대학 등 선진 명문대들과의 협정을 체결해 서울대 MBA의 든든한 자산을 더해냈다. 특히 美 듀크대학교(Duke Univ.), 중국 북경대, 유럽 ESSEC 대학교와의 복수학위협정은 서울대 MBA의 교육 프로그램이 얼마나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매년 서울대 MBA 과정을 이수한 다수의 학생들이 미국의 DUKE, 프랑스의 ESSEC, 중국의 북경대학에서의 복수학위 과정을 통해 추가로 학위도 취득하고 해외의 문화와 언어를 습득하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학생들의 지원 비율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세계 MBA 교육시장에서 비중을 넓히는 서울대 MBA의 목표가 이미 현실화 되고 있음을 선명히 나타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올해 외국인 특별전형 지원자는 20개국 50여 명이었는데, 이는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이러한 외국인의 지원 비율이 단순히 수적증가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어권 국가 외에도 유럽권, 중남미권, 아프리카권 등 출신지역이 다양해졌고, 외국 명문대 출신이면서 화려한 경력을 보유한 재원들의 지원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국내 MBA 중 유일하게 졸업생 취업률 100%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고, 올해 서울대 MBA의 신입생 경쟁률은 국내 13개 한국형 MBA의 평균경쟁률 1.7 대 1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3.7 대 1에 달했다. MBA 전, 후의 경력전환 비율이 50~60%에 달한다는 점도 지원자 집중현상의 한 요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는 “국내 MBA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서열화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전망한 후 “서울대 프리미엄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지 않으며, 국내 경쟁을 넘어 해외 명문 MBA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실용성과 유용성이 곧 실력이 되는 치열한 MBA 교육시장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다짐이며, 결코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이러한 서울대 MBA의 결연한 각오는 ‘국내 1위, 최초, 유일’ 등 온갖 선도적 수식어를 휩쓸고 있는 강자의 의지라는 점에서 한국형 MBA의 세계진출에 든든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그는 “성장가치가 높은 고성장 신흥개발 국가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들을 권역화한 후 지역별 협력거점국을 선정하여 대학차원의 교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해당 국가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이 현지 임직원을 서울대 글로벌 MBA에 파견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의 공조를 통한 장학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며 세계를 겨냥한 서울대 MBA의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람의 힘’ 그리고 이것을 이끄는 힘
바야흐로 인재경영의 시대다. 한 명의 핵심인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리고, 몇몇의 핵심역량이 화석연료가 발휘하던 동력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국경을 초월한 협상에 나서고, 10년 후의 미래를 전망하며, 미래를 향한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미래를 결정하고, 기업과 함께 상생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안 원장은 이러한 흐름을 짚으며 은근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내 모 그룹에서 각 계열사 CEO를 평가할 때 ‘얼마나 많은 인재를 확보했는가’를 중요한 항목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CEO들은 지속적으로 인재확보팀을 운영하고 직접 외국 MBA 프로그램을 방문하기도 하지요. 서울대 MBA 학생 수준은 미국 최고의 MBA 학생들과 비교해 봐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이미 세계 최고의 MBA에서 다년간 교육을 경험한 세계적 수준의 외국 교수진들도 깜짝 놀랐다고 했을 정도이니까요.”
그는 10년 이내에 세계 Top 10 MBA 랭킹에 진입하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서울대 MBA에서 배출한 인재들이 국내 글로벌 기업은 물론 세계 각국의 기업에 진출하여 실력을 검증받으면 입학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전망은 이미 현실화 단계에 진입한 듯 보였다. 학교 관계자는 단독 취업설명회를 요청하는 기업들이 벌써부터 줄을 잇고 있다고 귀띔해 주었기 때문이다.
좁은 땅덩어리, 그나마도 분단된 현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빈국. 이는 우리가 물려받은 서글픈 자산이다. 하지만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고스란히 ‘사람의 힘’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안 원장이 제시하는 비전은 단순히 세계 속에서 차지하는 한 학교의 순위가 아닐 것이다. 한 사람이 수만 명을 이끌고, 수만 명이 한 사람을 다시 이끌어내는 상생의 순환고리, 그것은 세계를 향해 발돋움하는 토종 MBA가 가지는 시대적 사명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가 서울대 MBA의 거침없는 도전과 열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 선두에 안태식 원장이 있다. 그는 약육강식의 세계 MBA교육시장 진출을 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수(將帥)이다. 또한 제자들에게 “겸손한 자세로 큰 그림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가르치는 교육자이며, 세계를 겨냥한 구체적인 비전을 설계하고 제시하는 경영자이기도 하다. 동시에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열정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리더양성”을 거론하면서는 경영학의 사회적 가치를 탐구하고 고민하는 학자의 모습 또한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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