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하면 늦어요. 지금 이 순간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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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하면 늦어요. 지금 이 순간이어야 합니다”
  • 공동취재단
  • 승인 2010.08.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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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머니 속에 든 동전 다섯 개의 비밀

LIG손해보험 백문기 LC는 호주머니 속에 든 다섯 개의 동전을 만지작거릴 때마다 그 순간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이제 부끄럽지도, 쓰라리지도 않는 기억이라 말하는 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통장잔고는 자꾸 줄어들고 있었다. 빚을 독촉하는 전화는 늘어만 갔다. 드디어 변제할 변명마저 떨어지는 순간을 맞이했다. 세상은 그 참담한 상황을 부도라는 짧은 단어로 요약해줬다. 떠밀리듯 옮겨간 5평짜리 단칸방에 청춘의 열정마저 갇히는 듯 암담했다.
백 LC는 1984년,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현대자동차부품업을 천직이라 여겼다. 대학을 진학한 후, 정식으로 사회에 진출할 때도 그가 선택한 것은 그 일이었다. 1991년 이문동에서 대리점을 개업한 후 5년 동안 영업에 매달렸다. 하지만 열정과 부지런함도 세상의 칼날을 막아낼 수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 이후에도 몇 차례나 더 그러한 실패를 겪어야 했다. “여느 사람 같았으면 나락으로 떨어져도 지하 700미터까지 떨어졌을 것”이지만,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덕분에 그의 심장에는 두꺼운 굳은살이 생겼다.
백 LC는 자동차부품업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고, 대신에 자동차보험업에 뛰어들었다. 어쨌든 자동차와 관련된 일이었으므로 그 느낌만은 낯설지 않았다. 보험연수원에 들어가 와신상담한 끝에 대리점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때가 바로 2003년 겨울이었다.

다섯 개의 동전이 이뤄낸 기적들
“처음 일을 시작할 무렵, 호주머니에 동전 다섯 개를 넣고 다녔습니다. 계약 가능성이 높은 고객과 상담을 끝내면 동전 하나를 한 쪽 주머니로 옮겨 넣는 것이었죠. 그렇게 다섯 개를 모두 옮겨야 비로소 퇴근했습니다.”

백 LC가 호주머니를 뒤지더니 동전 다섯 개를 꺼내 보여주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이 다섯 개의 동전이 채 2년도 되지 못해 여러 기적들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그가 운영하던 대리점이 점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더니, 그 입소문이 쌓여 명성이 되었다. 고객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지만, 그는 매주 그들에게 문자메시지와 DM을 발송한다. 매일 직접 찾아가 안부를 묻고 싶은 마음을 대신하는 것이라 했다.
세상의 기준에 비춰보면 그는 이제 남부러울 것이 없다. LIG손해보험 의정부지역단 의양지점 소속으로 영업소장의 지위에 올랐고, 영업소 내에는 그의 짐을 함께 나눠지는 12명의 든든한 LC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예전의 습관을 하나도 버리지 못했다. 아침 일찍 출근해 직원들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도맡는 것은 기업체를 이끌던 시절부터 있었던 습관이다. 혹시 어려움에 처한 고객이 새벽에라도 전화를 걸어올까 싶어서 휴대폰 벨소리를 최대로 높여놓고 잠이 드는 습관도 여전하다.
한 번은 운동을 하다가 오른쪽 손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는데,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고 한다. 백 LC가 하루라도 소홀히 보내면, 고객들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며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그는 하루하루 고객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왔다는 뜻일 게다. 그래서 그는 아내가 마련해 준 보이스펜을 들고 다니며 고객과 인터뷰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러한 백 LC의 외양만 보고 “얼마나 더 출세를 하려고 그러느냐”고 우스개소리를 건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오해다. 그는 더 채우고 싶은 부족함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어느덧 넘쳐흐르고 있는 자신의 것을 고객에게 나눠주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는 당연하지만, 남에게는 특별한 것
2006년 가을,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어쩌면 특별할 것도 없는 어느 고객의 사고소식이었다. 사고 직후에 건 전화여서 그랬는지, 고객의 목소리가 매우 격앙되어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사고현장을 달려갔다. 어느새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사고의 충격과 엄습하는 추위 탓이었는지, 고객은 부들부들 떨며 서 있었다.

백 LC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점퍼를 벗어 덮어주었고, 우산을 받쳐 들었다. 현장에 있던 상대방 운전자의 긴급출동 서비스는 아직 도착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상대방 운전자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부러워하는 눈치였지만, 백 LC에게는 그것이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공장에 차를 입고시킨 후, 사무실까지 모셔다 드렸다. 그리고 백 LC는 그 고객으로 다시 전화를 한 통 받게 되었다. 그는 법인명의의 차량 10대를 운영하는 법인사업체 대표였다. 여러 개의 보험회사에 분산해 두었던 보험 전부를 백 LC에게 맡기고 싶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백 LC는 좋은 거래처와 고객을 확보했다는 것보다 그 고객이 덧붙여 준 말에 더욱 기뻐했다고 한다.
“10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숱한 보험회사를 상대했지만 백 LC 같은 사람은 처음 봤소.”


“내일 하면 늦습니다”
이렇듯 그가 이뤄낸 성공이 얄팍한 잔꾀나 입놀림이 아니었던 까닭에 많은 이들이 그에게 찾아와 조언을 구한다. 그럴 때마다 그 사람들은 수첩과 펜을 들고 백 LC의 입만 뚫어져라 바라보지만, 정작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쉽고도 간결했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종이 한 장 차이지요. 좋은 경험과 지식을 머리에 담느냐, 가슴에 담느냐가 그 차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단지 담아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당장 행동에 돌입하는 그 순간이 바로 프로가 되는 것입니다. 당장 오늘, 그리고 지금 해야 합니다. 내일하면 늦습니다.”
단 한 명의 고객에게는 250명의 고객이 잠재해 있다는 진리. 그 평범한 상식을 몰라서 모두 성공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단지 그것을 오늘 하느냐, 내일로 미루느냐의 차이였던 것이다. 백 LC는 오늘도 세상 어느 곳에선가 달리고 있다. 땀이 맺힌 그의 이마에서는 아련한 세상의 흔적이 보인다. 그것은 이제 흉터가 아니다. 오늘을 뛰게 하는 원동력이며, 내일이 오면 당당히 꺼내 보여줄 훈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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