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는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정부발표가 임박했을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시장변화를 기대한 매수자들의 문의전화가 간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나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춘 상태다. 매도자들도 당분간 매매를 포기한 분위기다. 기대가 컸던 탓에 실망이 더욱 큰 것이다.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고, 투자심리도 크게 가라앉았다. 급매물에 대한 수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추가하락 기대로 인해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의 대책발표 시기가 안개 속에 가려져 있고, 설상가상 휴가시즌까지 시작돼 이러한 거래침체가 고착화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망 속에 빠져 있기는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한가위 이후로 분양을 미루고 있다. 연기발표가 있었던 다음날, 각 건설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특단의 대책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규제완화는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일시에 무너져 버린 탓이다.
어쨌든 조용한 시장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더구나 지난 7월초 기준금리가 전격 인상되면서 대출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커진 데다, 주택가격은 추가하락 기미마저 보이고 있어 당분간 주택시장의 가격조정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번 연기사태를 하락의 바닥으로 판단한 수요자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과 하락추세를 지켜보다 곧 매수에 나서겠다는 실수요자들의 움직임 감지되고 있다는 점은 불행 중 찾아낸 희망으로 꼽을 수 있겠다. 이는 정부가 좀 더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경우 이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극적 반전이 시작될 가능성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렇듯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우리 부동산시장 상황을 두고 “꽁꽁 얼어붙은 겨울의 풍경”에 종종 비유하지만, 이번 발표연기 이후에는 “폭염 속에서 온통 원기를 잃어버린 한여름의 풍경”이 연상된다.
우리는 자기 명의의 집 하나를 마련하기 위해 평생 동안 땀을 흘려야 하는 땅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나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에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장기간 계속된 하락추세 덕분에 고통이 무뎌진 느낌이다. 분노의 목소리보다는 체념 섞인 한숨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인 듯 보인다. 그래서 8월 중 다시 발표하겠다는 정부대책에도 큰 기대가 생기지 않는다. 다만, 예로부터 우리가 무더운 여름날을 택해 한 그릇의 보양식을 먹어왔던 것처럼, 최소한 한나절이라도 원기를 회복할 수 있는 온기 가득한 대책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