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2기 체제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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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표 2기 체제 출범
  • 글/최승걸
  • 승인 2005.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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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권프로젝트 본격 가동 '신호탄'
'당 안정'과 '친정 강화' 두 마리 토끼 사냥
'친정체제 강화 및 보수화'에 대해 비판론도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 등 자신의 임명권한이 미치는 대부분의 당직을 전면 개편함에 따라 박 대표 2기체제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작년 3월 탄핵 후폭풍이라는 누란의 위기상황에서 17대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박 대표 과도체제의 임무가 ‘구당(救黨)’이었고, 총선에서 원내 다수당의 자리를 빼앗긴 뒤 작년 7월 시작된 1기체제의 과제가 ‘새출발’이었다면 이번에 당 지도부에게 부여된 특명은 ‘수권정당화’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잇단 대선 패배이후 야당의 길에 접어든 한나라당이 오는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기 위해선 박 대표 2기 체제가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 안정과 친정(親政)체제 강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본격적으로 '마이 웨이'를 선언하고 나섰다. 박 대표는 지난달 11일 정책위의장에 박세일(초선), 사무총장에 김무성(3선), 대표비서실장에 유승민(초선)의원을 기용하는 당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투 톱'이었던 대변인은 전여옥 대변인 단일 체제로 바꿨다.
6명의 정조위원장에는 황진하 2정조위원장만 유임됐고 유정복(1정조), 박재완(3정조), 이혜훈(4정조), 이주호(5정조), 박찬숙(6정조) 의원 등 5명이 새로 임명됐다. 심재철 전략기획, 송영선 여성, 곽성문 홍보, 박진 국제위원장은 직을 유지했다. 제1사무부총장엔 권경석 의원이 발탁됐고, 원외인 김용균, 이성헌 제2사무부총장은 유임됐다. 박세일 의원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여의도연구소장에는 경실련 정책협의회 의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이 내정됐다.
이번 당직 개편은 박근혜 체제의 2기 출범을 명실공히 알리는 의미가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박세일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정책기획.사회복지수석을 지낸 박 의원은 그동안 여의도연구소장을 맡아 당명 개정, 국가선진화 프로젝트 등을 주도해 왔다. 당 관계자는 “이전 정책 라인이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는 데 주력했다면 신임 박 의장은 여당과 정책 경쟁을 벌이는 데 능한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실용주의 노선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응해 앞으로 이념보다 민생 대책에 중점을 두겠다는 박 대표의 구상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박 대표가 3선의 김무성(金武星) 의원을 사무총장에,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낸 유승민(劉承旼) 의원을 당 대표 비서실장에 각각 발탁한 배경엔 ‘당 안정’과 ‘친정 강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보수적 성향에 영남권 출신이어서 당내 다수파인 영남권 출신들을 달랠 수 있는 데다 평소 ‘박 대표 지지’를 분명히 밝혀 왔다.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 총장은 영남권 중진들과의 가교 역을 수행하면서도 당의 안정적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김 총장이 당내 소장파 그룹과 ‘정치적 묵계’를 맺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총장은 또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와 같은 민주계 출신이어서 박 대표와 김 원내대표 간 거중 조정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통인 유 실장은 남다른 정책 조정 능력으로 박 대표의 신임을 얻었다는 후문. 이 전 총재 시절 2년간 정책과 정치 전략을 총괄하는 ‘책사(策士)’역을 맡았던 그가 박 대표와 이 전 총재의 관계 조율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초선인 박세일(朴世逸) 여의도연구소장의 정책위의장 발탁엔 정책정당을 향한 박 대표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당 선진화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박 의장은 정책정당 추진의 적임자. 박 대표는 이날 “이번 당직 개편은 정책정당으로 가기 위한 체제 정비”라고 단언했다.
당초 박 의장은 정책위의장 제안을 고사했으나 박 대표가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후문. 박 의장은 외유 중인 김 원내대표가 귀국한 뒤(지난달 16일) 인사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으나 박 대표는 “이미 김 원내대표의 동의를 구했다”며 쐐기를 박았다는 것. 박 의장 후임으로 여의도연구소장에 임명된 윤건영(尹建永) 의원도 ‘박세일 사단’이란 점에서 당 정책위와 연구소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박 대표도 ‘코드인사(?)’
새 진용을 보면, 박 대표는 당 장악력 제고와 함께 정책정당 이미지 강화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신과 가장 접촉 빈도가 높은 비서실장에 제3정조위원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을 앉히고, 전여옥 의원을 원톱 대변인에 유임시킨 것은 친정체제 구축의 성격이 강하다. 두 사람 모두 박 대표와 인연이 깊지 않았으나, 1기 체제에서 당직을 맡는 동안 “말이 통한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박 대표와 ‘코드’를 맞췄다.
제3정조위원장이었던 유승민 대표비서실장은 여러 차례 고사한 끝에 박 대표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전여옥 대변인이 “싫어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일을 떠맡기지 않는 게 박 대표의 스타일”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그만큼 박 대표가 유 실장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유 실장도 원래는 이회창 전 총재 계열로 분류된다. 그는 이 전 총재 시절 여의도연구소장을 맡아 당시 비주류였던 박 대표와는 대척점에 서있었다.
그러다 작년 박 대표의 국회 대표연설 준비를 맡으면서 박 대표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표 연설 준비과정에서 유 의원이 제안한 ‘큰 시장 작은 정부’ ‘경제는 심리인데 멘탈이 없다’는 등의 표현에 박 대표가 공감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까지 박 대표와 이메일을 주고받기도 한다.
또 작년 말 공정거래법 개정을 둘러싸고 국회 정무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농성할 때 유 의원이 새벽 5시까지 위원장석을 지킨 뒤 오전 7시에 다시 출근하는 모습을 보고 박 대표가 ‘감동’했다고 한다. 작년 말 여야 지도부 원탁회의때는 “타협할 수 없는 것을 어설프게 타협해선 안 된다”는 원칙론을 제시, 박 대표와 코드가 맞는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특히 유 의원은 지난해 말 4대 법안과 기금 3법의 처리 과정에서 박 대표의 보수적 태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그의 행동반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 안팎에선 “여야 4인 대표회담에서 유명해진 박 대표의 ‘공포의 수첩’은 많은 내용이 유승민 의원한테서 나왔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그는 이회창 전 총재의 최측근으로, 대선에 깊이 관여했던 경력 때문에 박 대표의 정치․경제 ‘과외교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여옥 대변인의 유임은 일찌감치 예견됐었다. 진영 전 대표비서실장은 “당직자 가운데 전 대변인이 박 대표와 만나는 시간이 가장 길다”고 말했다


강경파와 소장파 강력 반발
이번 당직개편으로 드러난 ‘친정체제 강화 및 보수화’에 대해선 비판론도 적지 않아, 박 대표 2기 체제의 순항을 점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불만의 목소리는 소장파와 일부 중진 의원 등 양쪽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강경 보수파인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박 대표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식으로 코드가 맞는 몇몇 그룹만을 품에 안는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 소장파 의원도 “시스템이 아닌 일인지배체제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주류 중진인 이재오 의원도 “편한 사람들만 함께 하려는 태도에 의원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장파들은 박 대표의 ‘개혁성 부족’과 ‘철학의 부재’를 문제삼는 분위기다. 소장파들이 모인 수요모임의 이성권 의원은 이날 당 상임운영위에서 “새 당직자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이 탁월하다 해도, 중요한 것은 사람보다 당의 진로와 방향”이라며 “박 대표는 이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수요모임의 한 관계자는 “박 대표 주변에 보수적 비전의 정치인들이 포진했다”며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수용해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4대입법 및 4월 재, 보궐선거 분수령
어쨌거나 현재 한나라당은 당 내부적으로 단합과 결속을 이끌어내는 것이 시급하다. 이번 당직개편에선 당내 보수성향의 자유포럼과 개혁성향의 국가발전연구회, 소장파인 새정치 수요모임 소속 의원은 대부분 제외됐고 40, 50대가 중심이 됐다. 때문에 당직개편에 대해 당내 보수와 개혁파들이 동시에 불만섞인 목소리를 터뜨리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보수성향 의원들의 경우 당의 우경화 경향에 대한 비판을 우려해 배제된 측면이 강하고, 개혁성향의 의원들의 경우에는 박 대표가 내민 손을 뿌리친 쪽이어서 이래저래 박 대표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로선 온건 보수, 합리 보수 성향을 주축으로 당의 무게중심을 잡아 나가면서 양극단을 설득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나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원, 중진연석회의에 참석, 취임 일성으로 "당내 세대간, 세력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간 조화 여부도 관건이다. 무엇보다도 4대입법 협상과정에 이상기류가 감지됐던 박 대표와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와의 관계복원이 관심이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표는 발표 5일 전에 김 원내대표와 논의를 했고 김 원내대표가 잘한 인사라고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혀 지도부간 충분한 협의를 거친 인사임을 역설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김 원내대표는 김 사무총장과도 가깝고, 박세일 정책위의장과는 문민정부 시절 당청간에 호흡을 맞췄던 사이"라면서 "특히 당 정책위와 여의도연구소에 이른바 '박세일 사단'이 대거 포진, 정책적으로 손발이 잘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당명개정 및 당 선진화 프로그램 추진과정에서 당내 반대를 어떻게 무마하고 당의 구심력을 높여 당의 수권능력을 키워 나가느냐도 관심이다.
특히 일련의 당쇄신작업 과정에 대권주자인 박 대표의 사심이 개입됐다는 논란이 제기될 경우 당은 일대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외적으로는 내달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4대입법을 둘러싼 여당과의 협상이 박 대표 2기체제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 연말 협상 때처럼 당의 정체성에 비중을 두고 대여협상에 나설 경우 여당 및 당내 소장 개혁파들이, 전향적인 협상 태도를 보일 경우 당내 보수파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단 새 지도부가 온건보수 노선을 분명히 밝힌 만큼 대여협상에서도 연말에 비해 상당 정도 융통성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지만 문제는 카운터파트인 여당이 강경파들을 어느 정도 무마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어 오는 4월 재, 보궐선거도 박 대표 2기체제의 착근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근혜 지지도가 흔들리고 있다
새해 첫 여론조사 ‘부정’이 ‘긍정’보다 높아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41%로 40.7%인 긍정적 의견을 앞섰다. 이는 박근혜 대표 취임 이후 처음 발생한 일이다. 한나라당의 지지율도 박근혜 대표와 함께 동반 하락했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22.1%로 지난달의 29.8% 보다 무려 7.7%나 빠졌다. 이에 따라 1위 자리도 23.8%를 얻은 열린우리당에게 넘겨줬다.
이번 여론조사가 이기준 파문이 본격화되기 전인 1월6일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여론추이와 다소 거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달 보다 높게 나온 노대통령에 대한 지지도와 열린우리당의 정당지지율은 다시 하락세로 반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특별한 악재가 없었을 뿐아니라 4대입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정국하에서 상당한 실익을 챙긴 것으로 평가되는 박대표와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분명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특히, 한나라당의 정당지지율이 ‘널뛰기 장세’를 방불케하는 가운데에도 박 대표의 지지율이 매우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해왔었음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안 좋은 신호이다. 즉, 그동안 국민들이 한나라당과 박근혜를 어느정도 거리를 둔 상태에서 별개로 간주해왔다면 이제는 당과 대표를 머리 속에서 일치시키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한나라당의 박근혜 친정체제로의 개편과도 중요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魔의 35%'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이번 당직개편을 통해 박근혜 대표는 앞으로 상당기간 이회창 후보가 누렸던 ‘여유있는 대세론’을 맛볼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정동영, 김근태, 김혁규, 홍석현 등으로 난립해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25%대의 벽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대표 역시 두자리수에 가까운 여유있는 리드를 여권 모두들을 상대로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도로는 또다시 2007년 대권도전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 후보단일화로 인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개혁진영이 다음 대선에서 후보난립의 지리멸렬 끝에 어부지리로 야권후보에게 정권을 넘겨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박근혜 역시 ‘마의 35%’ 벽을 깨고 40% 고지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좀 더 많은 세력을 포용하던지 아니면 DJP와 같은 정치연대를 성사시켜야 한다.
당내에 그 어떤 경쟁세력도 두지 않으면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집권하려고 한다면 1997년, 2002년에 이어 또다시 쓰라린 패배를 맛볼 수 밖에 없다. 결국 한나라당내 여러 세력들을 포용함으로써 당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정당 이미지의 스펙트럼을 넓히든지, 아니면 확고한 당내권력을 움켜쥔 상태에서 일사불란하게 정치연대를 성사시키든지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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