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의 달 8월, 우리 민족의 지난 100년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연극 ‘나는 너다’가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이어진다. 지난 7월27일,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성황리에 막을 올린 연극 ‘나는 너다’는 안중근을 영웅적 존재로 그리는데 머물렀던 기존의 역사극·시대극과는 달리 안중근의 막내아들 안준생을 등장시킴으로써, 역사적 인물인 영웅 안중근과 그의 희생으로 오늘을 살게 된 동시대 관객사이에 굵은 감정의 끈을 놓고 있다. 오는 8월22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나는 너다’는 윤석화 씨가 제작·연출을 맡았으며, 배우 송일국 씨가 안중근과 안중근의 아들 안준생 1인 2역을 연기해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모아왔다.
연극 ‘나는 너다’의 첫 공연에는 국회 문방위원장 정병국과 국회의원 김을동 등 국회문광위원들, 연출가 임영웅,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 최치림, 광주시향 상임지휘자 구자범, 도올 김용옥, 배우 강부자 등 각계각층 인사가 자리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작품이 진행되는 중에 수차례 중간 박수가 터지고 공연이 끝난 후 기립박수가 이어지는 등 안중근의혼이되살아난듯객석의열기가식을줄몰랐다. 또한 일본·태국·터키·미국(하와이) 등 송일국의 각국 팬들이 찾아와 대한민국의 역사를 연극을 통해 배우고 느끼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오늘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안준생’은 누구인가?
연극 ‘나는 너다’는 안중근의 아들 안준생을 등장시킴으로써 안중근을 영웅적존재로 그리는데 머물렀던 기존의 역사극·시대극과 차별을 둔다. 안준생은 이토 히로부미의 손자에게 부친의 위업을 사죄하고 그 대가로 받은 돈으로 힘겹게 삶을 이어갔으나 결국 친일파로 낙인찍힌, 우리 역사의 ‘지워진 이름’이다. 100년 역사의 주변에서 서성이며, 죽어서도 안식을 얻지 못하고 떠도는 안준생의 절규와 함께 연극 ‘나는 너다’는 시작된다.
‘호부견자’(호랑이 같은 아버지에 개 같은 아들)로서 평생을 아프게 살다가 생을 마감한 안준생은 작품의 말미에 아버지에게 묻는다. “나라가 망했으면 망한 대로 살면 되고, 나쁜 놈 나서서 설치면 구경하면 되는 거지 왜 집안을 망치고 자식을 망칩니까? 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에 아버지 안중근은 대답한다. “너를 위해서….” “나는 너다.” 이처럼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는 연극 ‘나는 너다’는 역사라는 아날로그적 소재를 미니멀한 무대와 첨단 디지털 영상 위에서 풀어내 행간의 메타포를 효과적으로 살려내며 더욱 주목을 끈다.
기존 연극 무대에서의 영상 활용이 주로 역사적 다큐멘터리를 활용하는 보조적·평면적 장치에 머물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영상이 반투과되는 막으로 감옥 안과 밖을 표현하거나, 실제 만주·하얼빈 답사에서 찍어온 2D 영상을 3D 입체물로 재현하는 등 실험에 가까운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첨단 디지털 영상 기술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KB하늘극장의 원형무대는 이러한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실험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관객들의 오감을 충족시켜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