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합법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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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합법화 논쟁
  • 글/ 정숙경 기자
  • 승인 2005.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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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로 오른 대마, 마약인가 기호품인가
'사회적 금기'로 여겨졌던 대마초 합법화 논쟁이 열린 공간에서 본격 시작됐다. 대마초에 대한 논쟁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배우 김부선씨가 대마를 마약으로 분류한 현행법이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임을 제기했고 이에 문화예술인들이 동참하고 나섰다. 대마가 담배나 알코올보다 중독성이 약하고 건강에도 해롭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약으로 분류되고 더욱이 이와 연루된 문화예술인을 심각한 범죄자 취급하는 사회의 인식 때문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회적 금기 '대마초'햇빛 속으로
박찬욱, 김기덕, 송해성, 이현승, 장선우, 김동원 등 영화감독과 배우 지진희, 홍석천 등이 참여한 '대마 합법화 및 문화적 권리 확대를 위한 문화 예술인'모임이 지난해 12월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화배우 김부선씨가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률이 행복추구권 등을 위반한다며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대마초가 담배나 술보다 중독성이 훨씬 약한데도 필로폰 등 중독과 환각이 매우 심각한 약물과 같은 '마약'으로 분류돼 처벌받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이중 처벌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찬욱 감독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영화배우 김부선씨는 결코 부도덕하거나 반사회적인 인물이 아니다. 근거 없는 사회적 금기를 깨고, 비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부탁했다.
이들은 대마는 담배나 알코올보다 중독성이 훨씬 낮다고 주장한다. 미 국립약물중독연구소가 1994년 낸 자료에 따르면 대마초는 의존성, 금단성, 내성, 강화성, 독성 등 5가지가 모두 니코틴과 알코올보다 월등하게 덜 해로운 것으로 밝혀졌으며 특히 의존성?금단성?내성은 카페인보다도 해롭지 않다는 것. 1998년 유엔마약위원회 통계에서도 담배로 인한 사망자 수는 43만700명, 술로 인한 사망자수는 11만643명임에 반해 대마초 흡연으로 인해 사망에 이른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현재 네덜란드는 소량의 대마초를 사용하거나 소지하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또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도 대마초를 단속하더라도 징역형으로 처벌하지는 않는다. 보수적인 영국도 대마초를 우울증 치료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또 마약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문화예술계가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인 집단으로 낙인찍히는 등 희생물이 돼왔다고 주장했다. 영화배우 김부선씨는 "1989년 처음으로 대마를 피운 혐의로 8개월 실형선고를 받을 당시 마치 커다란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사회적으로 몰매 맞고 퇴폐범으로 찍혀 가족들마저 주위로부터 돌림병 환자 취급을 받았다"며 "피해자가 없는데도 국가적으로 무자비하게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인들은 "김부선씨의 위헌심판제청이 사회적 금기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라는 점, 문화적 권리를 찾기 위한 개인의 적극적 노력이라는 점에서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필로폰 투여자들이 처음에는 대마초부터 시작한다"며 "대마초에 내성이 생기면 점점 강도 높은 마약을 찾게 되므로 처음부터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있다.
대검찰청도 "대마는 담배보다 훨씬 많은 암유발 물질을 함유하고 있고 다량 섭취할 경우 심장마비, 뇌세포 및 면역체계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한번 규제를 완화할 경우 급속도로 전파돼 또 다른 범죄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법화를 반대하고 있다.
문제를 좁혀 본다면 논란의 핵심은 대마초의 유해성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논란과 별개로 '대마초의 진실' 규명은 과학자들 몫으로 남는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대마초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이뤄질까.
국내 과학자들에게 대마초 연구는 금기시된다. 정부의 엄격한 관리하에 150가구 230ha에서 재래종 대마초가 재배되고 있지만 실험실에서 이에 대한 분석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마초 실험을 원하는 과학자는 법률에 따라 연구의 목적과 방법 등 관련 내용을 정부에 신고하고, 한 달에 한번 실험 과정을 보고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대마 연구'를 주제로 연구비를 따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대마초를 인체에 투여하는 임상실험도 따지고 보면 위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한 관계자는 "대마초를 동물실험에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게 있었지만,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한 건도 이뤄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과학자에게 대마초 연구는 '긁어 부스럼 만들기'다. 국제남용약물연구회 운영위원인 김형춘 교수(강원대·약학과)는 "대마초가 나쁘다는 선언적 규정뿐 아니라 어떻게 나쁜지 살피는 체계적인 연구가 국내서도 필요하다"며 "하지만 규제가 앞서 연구는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영국에서는 류머티스성 관절염 통증 완화 효과가 있음이 증명된 대마초가 스프레이식 진통제로 시판될 예정이다. 분자의 화학구조를 바꿔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뇌질환 치료제로서 대마초의 효과를 증명한 연구도 학계에 속속 보고되고 있다.
한방에서 '화마인(火麻仁)'이라 불리는 대마초는 변비나 머리카락이 나지 않는 질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해외에서 이에 대한 특허로 기술을 선점한다면, 우리나라는 대마초를 직접 기르면서도 관련 약품을 수입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마초가 무엇인가' 하는 표준에 대한 논의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마초가 위험물질로 규정된 이유는 잎과 꽃에 주로 분포하는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이라는 물질 때문. THC는 환각현상을 초래하고 운동기능을 저하시키는 등 부작용이 있다.
전남대학교 농화학과 김영웅 교수는 2001년 '저마약형 신품종 청삼의 육성 경위 및 주요 특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우리 나라 재래종의 THC 농도는 2% 내외로 마약류에 포함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대마초는 재배지와 종자 등에 따라 THC 농도는 다르다며, THC 농도가 낮은 품종의 경우 산업적 이용과 공공보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덧붙였다.

정부, 건국이래 최초 대마초 연구
◆대마초는 약인가, 독인가
지난해 6월 영국에서는 류머티스성 관절염 통증 완화 효과가 있음이 증명된 대마초가 스프레이식 진통제로 시판될 예정이다. 분자의 화학구조를 바꿔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뇌질환
치료제로서 대마초의 효과를 증명한 연구도 학계에 속속 보고되고 있다.
한방에서 '화마인(火麻仁)'이라 불리는 대마초는 변비나 머리카락이 나지 않는 질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해외에서 이에 대한 특허로 기술을 선점한다면, 우리나라는 대마초를 직접 기르면서도 관련 약품을 수입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마초가 무엇인가' 하는 표준에 대한 논의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마초가 위험물질로 규정된 이유는 잎과 꽃에 주로 분포하는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이라는 물질 때문. THC는 환각현상을 초래하고 운동기능을 저하시키는 등 부작용이 있다.
전남대학교 농화학과 김영웅 교수는 2001년 '저마약형 신품종 청삼의 육성 경위 및 주요 특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우리 나라 재래종의 THC 농도는 2% 내외로 마약류에 포함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대마초는 재배지와 종자 등에 따라 THC 농도는 다르다며, THC 농도가 낮은 품종의 경우 산업적 이용과 공공보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강원대 김 교수는 "대마초라고 무조건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THC 농도에 따른 표준을 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마약분석실, 대검찰청 마약분석실, 한국과학기술원 도핑센터 등 국가 마약 관련 연구기관도 대마초 연구에 관한 한 불모지다. 국내 '1호 마약박사'로 불리는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 회장(광운대·마약범죄학과)은 "정부는 왜 대마초를 마약으로 분류했는지 국민에게 연구를 통해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마약분석실 임문교 박사는 "정부 마약 연구기관은 물질 자체에 대한 분석보다는 수사 등의 목적으로 마약을 검출하는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마약류대책협의회에서 정부가 최초로 대마초의 과학적 분석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무조정실 산하 마약류대책협의회는 법무부, 외교부, 교육부, 검찰청, 경찰청, 국정원 등 13개 부처 국장급 실무자간의 논의를 통해 대마초의 과학적 규명 필요성에 공감하고 연구 주체와 예산 마련 등에 관한 구체적 계획을 검토할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외국의 대마초 연구 사례만 참고해 왔으나 우리 실정에 맞는 연구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연구는 대마초의 안전성, 남용 및 치료목적 의약품 사용 가능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마초 합법화 반대" 76.1%
현재 영화배우 김부선씨가 대마초를 금지하는 현행 법률이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위배한다며 위헌소송을 제기하자 사회 일각에서 '대마초 합법화'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이 대마초 합법화를 촉구하는 선언을 하는가 하면 한국마약범죄학회도 대마초를 마약류관리법에서 별도로 분리해 별도 법률을 제정하라고 건의하는 등 그냥 묻어두기에는 간단치 않은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형편이다.
대마초를 합법화하자는 논리의 근거는 대마초가 담배나 술보다 중독성이 덜하고 위험한 행동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의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검찰에서는 "말도 안 된다"며 강력히 맞서고 있다.
지난해 리서치 전문기관 리서치랩(www.relab.net)이 전국 성인 남녀 1,058명을 대상으로 '대마초 합법화'에 대해 물어봤다. 그 결과 합법화에 반대하는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76.1%로 합법화에 찬성하는 23.9%보다 월등히 많아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는 대마초를 용인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마초 합법화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헤로인 등 마약류의 확산 위험'이 52.7%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30.4%가 지적한 '청소년 호기심 자극'이었고, '인체에 유해'와 '시기상조'라는 이유도 각각 9.7%와 7.2%였다.
한편 대마초 합법화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사회적으로 해악이 낮다(31.0%), 담배보다 중독성이 적다(27.6%), 행복추구권 위배(23.4%), 치료용으로 필요(18.0%) 순으로 나타났다.



대마초 합법화 주장 근거 뭔가
대마초에는 여러 이명(異名)이 붙는다. 대마는 영어로 '헴프(hemp)'지만 말아 피우면 '마리화나(marijuana)'가 된다. 꽃에서 나오는 수지를 추출해 가루로 만든 것은 해시시(hashishi)다. 환각효과에 빗대 '하이(high)' '해피스모크(happy smoke)'로 불리기도 하고, 과거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선 '떨' '풀' 따위로도 통용됐다. 이명이나 은어가 많다는 것은 역사가 오랜 것임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논란이 많은 대상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대마초 흡연은 신체·정신·사회적으로 악영향
실제로 대마는 재배역사가 가장 오랜 작물의 하나다. 당연히 환각효과도 일찌감치 알려져 피타고라스도 이를 피웠다고 하고, 근세에는 위고나 보들레르 같은 유럽 문인들 사이에서 대마초 흡연이 유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1960년대 중반 주한미군 등을 통해 알려져 70년대 초 젊은층에 크게 번지다 75년 강력한 단속으로 서리를 맞았다. 2000년에는 기존 대마관리법이 폐기되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관련 법조항이 통합되면서 관리와 처벌수위가 한층 강화됐다.
대마초 흡연으로 기소된 여배우가 최근 위헌법률제청을 신청한 게 이 법률이다. 한 마약범죄학자도 마약과 분리 규제해야 한다며 거들고 나섰다. 대마초에 환각효과가 있긴 해도 중독성이나 폐해가 오히려 담배보다도 약하므로 마약으로 취급해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대마가 일부 질환에 치료효과가 있다는 최근 의학 연구성과도 들고 있다. 그러나 대마초 흡연이 신체적, 정신적, 나아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오래 된 정설이다.
대마초는 의학적 측면 외에 자주 문화적으로도 다뤄져 왔다. 우드스탁 세대로 일컬어지는 60년대 후반 미국 젊은이들의 저항문화에서 주요한 상징의 하나였던 것도 마리화나다.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의 대마초 규제정책을 아예 진보문화에 대한 보수파의 억압,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의 강제 논리로 설명하는 책도 있다. 75년 우리나라의 '대마초 파동'을 당시 정권의 체제유지책으로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대마 흡연자의 천국'도 약용판매만 인정
유럽이나 미국 일부 주(州)에서 대마초 흡연을 합법화한 곳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대마초의 매매·소지·흡연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국가는 없다는 것이 대검 마약과의 설명이다. 흔히 '대마 흡연자의 천국'이라고 알려진 네덜란드도 법적으로는 약용(藥用) 판매만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마초=불법'이라는 사법(司法)적인 틀 내에서 규제 범위와 처벌 강도는 제각각이라고 한다. '마리화나'라고 알려진 대마 흡연자가 워낙 많은 미국, 유럽 국가의 경우 단순 사용자들은 내버려두고 거래상을 단속하는 데 주력하는 반면, 아시아 국가들로 갈수록 공급자나 사용자 양쪽에 대한 처벌 강도가 세진다는 것.
미국의 경우, 연방법에서 대마초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지만 캘리포니아 등 12개 주에서는 단순 소지자나 사용자들을 처벌하지 않고 있다. 영국, 독일, 러시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도 매매 및 다량 소지자, 공공장소나 어린이 근처에서 흡연할 경우에 처벌하고 나머지는 관용을 베푸는 식이다.
반면 일본은 우리처럼 단순 사용자도 처벌하고 있다. 미얀마는 대마초 거래상의 경우 5년 이상 징역형을, 필리핀은 최고 종신형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거래상을 단속하면서 사용자들에게는 강제 치료처분을 내리고 있다. 중국은 사용자도 처벌대상이나 혐의가 경미한 때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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