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상태바
"뿌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 최연화 기자
  • 승인 2010.08.05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 IT리더의 요람, 대구전자공고를 찾아서

외세의 모진 침탈이 있었다. 동족 간의 비극적 살육도 겪었다. 건물은 모조리 폐허로 허물어졌고, 산과 들판에는 붉은 황토뿐이었다. 음산한 도시의 뒷골목을 파고들면, 영양실조와 폐결핵으로 숨을 헐떡이는 사람들이 그득했다. 어느 외신기자는 전쟁 직후 이 땅의 모습을 “복구에만 100년이 넘게 걸릴 것 같은 참담한 풍경”이라 묘사했다. 외국의 지원이 줄을 이었다. 그들의 동정 덕분에 간신히 아사(餓死)를 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반 백 년이 흘렀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약소국이 아니다. 최강의 IT기술력을 보유한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이며, 아시아를 장악한 한류열풍의 근원지다. 이제 아무도 우리를 동정하지 않는다. 다만, 존경하고 놀라워할 뿐이다.

이러한 기적과 신화를 이룬 것은 오로지 사람들의 힘이었다. 정글 속에서 목숨을 바친 베트남 참전용사의 피 값이 있었고, 열사의 땅을 마다하지 않고 청춘과 열정을 불사른 중동 건설노동자들의 땀 값이 보태졌다.

하지만 무명용사의 봉분 없는 묘지 위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동안, 한숨과 핏물이 흐르던 바다와 강 위에 수출선이 오가는 동안 우리는 그만 깨끗하게 잊고 말았다. 이공계와 엔지니어에 대한 사회적 홀대가 오랫동안 이어졌고, 도약과 발전의 근간이자 요람이었던 전문계고등학교에 대한 비하가 가득했다.

하지만 세월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흐르지 않듯, 소신과 열정 또한 소리를 내지 않는다. 21세기 글로벌 사회에 걸맞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계고등학교의 땀과 열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뿌리는 땅 속에 묻힌 까닭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법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으로 인해 단단한 줄기와 풍성한 잎사귀가 오늘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대구전자공업고등학교(교장 배종봉, www.daegu-eth.hs.kr, 이하 대구전자공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는 인성과 실용에 바탕을 둔 최고의 커리큘럼으로 미래의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전문계고등학교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의 IT강국이므로, 이들은 세계적인 인력을 양성해내고 있는 셈이다.

지난 1990년 개교했고, 정보전자과, 컴퓨터정보과, 정보통신과, 멀티미디어과, 향장화공과 5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전자공고의 토대는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채워져 있다. “21세기를 이끌 인재에게는 올바른 인성과 창의적 역량이 필수적이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배종봉 교장의 리더십과 유별난 제자사랑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교사들이 그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지난해 개최된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전국 7위의 성적을 거두는 것으로 스승의 사랑에 보답했다.

특히 대구광역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2012년까지 현장실습운영 정책연구학교로 지정했다. 이를 통해 산업현장의 요구와 학생들의 열정에 부응하는 현장실습모형개발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또한 아울러 올해에는 취업기능강화 전문계고 특성화사업학교에 선정되어 연간 7,400만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아 취업관련 산학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대구전자공고는 취업기능강화프로그램의 일환인 ‘산업체현장체험학습 단기형인턴제’를 통해 현장실습파견 이전에 5일 동안 산학연계업체에서 실무경험을 갖게 하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또한 진로심리검사, 교내현장실무능력인증제를 통해 각종 교육 프로그램 이수의 체계적인 관리와 산학협력 사업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유도, 공정한 평가를 통해 각종 혜택 부여하고 있다. 아울러 3학년 취업 희망 학생들의 현장실무능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취업 포트폴리오(My Way)도 작성하고 있다.
  
배 교장은 “우리나라 전문계고의 활성화를 위해서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취업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선 전문계 학교 교사들은 열심히 뛰고 있다. 이럴 때 산업체에서도 이에 호응하여 전문계고 학생들을 키우는 취업기능강화사업에 적극적으로 같이 동참해서 힘을 합치면 십년 후의 전문계고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인성교육’을 중요시 여기며 학생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진학과 취업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함으로써 스스로에게 맞는 길을 열어가고 있는 대구전자공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균형 잡힌 직업교육과 전인교육이 전문계고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