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이 흐르는 곳에 향기롭고 따뜻한 꽃바람이 부는 법이지요”
하남중학교(www.hanam.ms.kr/이하 하남중) 권삼진 교장은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우리 공교육의 참담한 현실을 거론하며 이렇게 입을 열었다.

권 교장은 “학교교육의 근본 목적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길러주는 데 있다”며 “그 힘은 학생 개개인이 가진 잠재력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전혀 새로운 ‘힘’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본디 가지고 있는 ‘힘’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그는 다양한 학문과 기술이 서로 어울려 전혀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만들어내는 현대사회의 구조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의 말을 대변하고 있는 대표적인 新문명이 인터넷이다. 국경과 연령을 초월한 사람들이 몇 가닥의 선으로 얽혀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생산해내고 있다.
권 교장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우리 교육의 또 다른 방향성 하나를 간파해냈다. 그것은 최첨단의 교육기자재를 확충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빠르고 안정적인 회선을 통해 보다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인터넷세상처럼, 좀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한다는 것이다.
교문 밖 세상과 소통하며 교육현장의 나아갈 바를 밝힌다
“타인을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덕목(德目)이 아니라 새 시대에 발휘될 또 다른 능력으로 봐야 합니다. 내 통장 속에 든 100원은 인출하기에 귀찮은 소액이지만, 그 100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모일수록 엄청난 금액으로 불어나게 되는 법이니까요.”

학교가 중심이 되고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연계해 활성화시킨 다양한 체험활동은 그렇게 탄생했고, 그것을 창의·인성교육에 적합한 수업모델로 깔끔하게 구현해냈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문제해결능력을 겨루는 ‘도서관 활용 정보검색대회’와 자율성을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각종 동아리활동 등은 하남중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교육활동이다.
특히 ‘학부모 교육프로그램’과 ‘학부모가 함께하는 독서교육’ 등은 창의·인성교육에 대한 지역사회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돼, 그 의미를 더했다. 또한 이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교육참여로 이어져 하남중과 권 교장의 교육철학에 힘을 실어주는 중이라고 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걷는 길에서는 좋은 일도 많이 만나게 되는 법이다. 학생과 교사는 물론이고, 학부모와 지역사회까지 팔을 걷어붙인 하남중의 ‘유별난’ 교육열은 이미 교문을 벗어나 소문처럼 퍼져나는 중이었다. 소문은 칭찬으로 이어져 상도 많이 받았단다. 2008년에는 ‘교육정보화 우수학교’를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학교평가 우수학교’와 ‘교실수업개선 우수학교’를 연거푸 수상하는 등 겹경사가 있었다. 이에 부산광역시교육청은 “올해 초 ‘창의성 영역 교실수업개선 정책학교’로 하남중을 선정했다”고 밝히며, “교과 내 창의성 교육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아낌없는 지원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칙과 상식이 실현하는 ‘소박하지 않은 꿈’
마음에 품었던 뜻을 펼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 뜻이 크고 단단한 것이라면 그만큼의 세월과 열정을 더 필요로 하는 법이니까. 창의·인성교육의 희망찬 가능성에 매진하고 있는 권삼진 교장,

“고상한 이론이나 거창한 구호 같은 건 없었습니다. 그저 다들 가지고 있을 법한 원칙과 상식 정도였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만,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는 세상이라 그것을 지켜오는 것도 제겐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그가 지켜온 원칙이란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기본적인 법률과 논리이고, 그가 보듬고 있던 상식이란 질서와 예의에 벗어나지 않는 몸과 마음이라 했다. 일견 간단해 보이는 이 신념과 철학이 오늘날의 하남중에서 불타오르고 있는 교육열정의 연료였던 셈이다.
“선진국 부모는 남에게 폐가 되거나 질서를 해칠 수 있는 일은 절대 하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칩니다. 우리 기준에서도 매우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교육내용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말문도 채 열지 못한 아이에게 외국어를 가르치고, 선행학습을 필수 과정으로 여기며 살아갑니다. 선진국 아이들은 기본적인 것만 배우고, 우리 아이들은 어렵고 수준 높은 것을 배우는 셈인데, 과연 우리는 그들을 따라잡고 있는 것일까요?”
인터뷰를 끝내며 그가 던진 물은 묵직한 울림으로 전해졌다. 어려운 것을 실천하느라 힘을 다 빼버린 탓일까, 쉬운 것을 실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 화두와도 같은 물음에 잠시 분위기가 무거워지려는 찰라, 그는 화사한 맺음말로 악수를 청했다.
“원칙과 상식의 맑은 물이 흐른다면, 온 세상에 꽃바람이 불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하남중학교에는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개울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는 원칙과 상식의 씨앗을 머금은 해맑은 아이들이 뛰노는 중이었고, 개울은 교문 밖으로 끝없이 흘러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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