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대국' 한국 경제의 버팀목은 '수출'
정부수립 이후 56년간 약 410억 달러 무역흑자
연간 수출액 2천억달러 시대가 열렸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통관기준 수출액이 1960억 9천700만달러로 12월말 사상 초유의 '수출 2천억달러'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수출은 48년 정부수립이후 본격 시작돼 16년만인 64년 1억달러를 넘어섰고 71년 10억달러, 77년 10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95년 1천억달러를 넘어선 지 9년만에 2천억달러의 금자탑을 세웠다. 수출 2천억달러는 규모면에서 벨기에(10위)와 홍콩(11위)에 이어 세계 12위 수준으로 홍콩과는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수출 2천억 달러 시대를 맞아 그 의미와 전망은...
질적인 고도화 속 FTA 체결 확대 숙제
◆경공업 제품에서 첨단기술제품까지
1964년 1억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이 1995년 1천억달러를 넘어섰고 2천억달러를 돌파했다.
1억달러가 10억달러가 되는데는 7년, 10억달러가 100억달러가 되는데는 6년, 100억달러가 1천억달러가 되는데는 18년, 1천억달러가 2천억달러가 되는데는 9년이 각각 걸린 셈이다.
1964-2003년 한국의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21%. 세계 20대 수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 기간 대만은 16%, 중국은 14%의 연평균 증가율을 각각 기록했다. 세계 수출순위는 1964년 83위에서 1977년 100억 달러 달성을 계기로 20위권에 진입했고 지난해 1천 938억달러를 기록, 12위에 랭크됐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0.07%에서 2.6%로 비약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수출순위 경쟁국도 1964년 에티오피아, 모잠비크에서 1971년에는 포르투갈, 필리핀으로, 1977년에는 덴마크, 스페인으로 바뀌었다. 지난해의 경우 벨기에(10위), 홍콩(11위), 멕시코(13위) 등이 새로운 경쟁국으로 부상했다. 1964년 1억달러대의 수출국 가운데 '절대 빈곤'에서 탈출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역구조에 있어서도 양적·질적 변화를 경험했다. 수출상품수는 1960년대 1천개 미만에서 올해는 8천여개로 발전했다. 무역업체수도 1억달러 수출달성 이듬해인 1965년 708개이던 것이 100억달러 달성해인 1977년에는 2천268개사로, 1천억달러 달성해인 1995년에는 6만5천763개사로, 지난해는 9만6천973개사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수출상품 구조는 1960년대와 1970년대가 섬유류, 가발, 신발 등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이 주류였다면 1990년대부터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등 첨단기술제품중심으로 질적인 고도화가 이뤄졌다.
1964년의 경우 어패류, 합판 등이 주요 수출상품이었고 1970년대에는 의류가 주종 수출상품으로 부상했다. 1970년대의 적극적인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1980년대부터는 중화학제품수출이 늘기 시작했고 1995년에는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이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무선통신기기의 수출이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 자동차를 제치고 반도체에 이어 수출 2위 상품이 됐다.
◆FTA 체결 확대 등 '갈길도 멀다'
수출 2천억달러 시대를 맞아 풀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새로운 수출동력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주력 수출산업의 질적 고도화 방안은, 주요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 등 새로운 무역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등도 고민해야할 문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129억달러, 무선통신기기 123억달러, 자동차 122억달러, 컴퓨터 93억달러, 선박류 85억달러 등 5대 주력상품의 수출이 552억 달러를 기록, 전체 수출 1천232억달러의 44.8%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수출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아 이들 품목의 시장환경이 나빠지면 그만큼 전체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대일 무역적자.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느냐도 무역업계의 커다란 고민거리다. 이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무역 비전을 열어가는 것도 관심사. 향후 과제 가운데서도 수출 호조세를 이어갈 지속적 성장동력 확보하느냐가 첫번째로 꼽힌다.
각국간에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FTA 체결 움직임 등에서 소외될 경우 향후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FTA 체결시 안정적인 수출시장 확보와 투자유치 및 기술도입 등의 이점이 예상되는 반면 세계적인 FTA 흐름에서 소외될 경우 수출시장을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수출선 다변화,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 개척, 반덤핑 등 수입규제극복 등도 한국호가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으로 꼽힌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경제가 지나치게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수출확대가 내수경기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2천억달러 달성의 의미와 전망
우리나라의 수출 2천억달러 달성은 자원빈국으로 수출 드라이브만이 살길이던 해방후 반세기 수출 역사를 통해 당당히 수출 대국으로 발돋움한 한국 무역의 위상을 확인한 쾌거다. 직물과 어패류가 주력 수출품목이던 지난 64년 1억달러 돌파로 첫 이정표를 세운 한국 수출 역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질주, 지금은 반도체, 자동차 등첨단 산업 중심의 세계 12위 수출국으로 급성장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수출은 2천배로 늘어나며 연 평균 증가율이 21%로 세계 20대 수출대국중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으며 수출 순위도 64년 83위에서 지난해 12위로 세계적으로도 보기드문 가파른 성장을 지속해왔다. 이같은 수출규모의 고도성장은 그만큼 우리나라가 수출에 총력을 쏟아왔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이에 따라 수출이 우리 경제를 전면에서 지탱해 온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무역의존도는 64년 17.6%으로 지난 2002년엔 66%로 확대됐으며 GDP에 대한 수출의존도도 3.8%에서 34.1%로 확대됐다. 현재 우리나라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무려 90%를 넘어서고 있고 우리 경제활동 중 총생산의 23.3%, 소득은 20.3%, 고용은 17.6%가 수출에 의해 유발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수출대국으로서 위상을 드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수출 의존도 심화라는 부작용도 수반했다. 즉 수출이 없을 경우 우리 경제는 소득이 20% 이상 감소하고 391만명의 일자리가 없어지며 특히 제조업체 근무자의 80%가 일터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와함께 수출 2천억 달러 달성은 수출 규모의 양적인 팽창보다도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수출 품목이 급격히 전환된 무역구조의 질적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이뤄질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64년 직물류, 금속광, 어패류이던 3대 수출품목이 올해는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로 바뀌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은 노동집약적 상품 위주에서 기술집약적 첨단제품 위주로 수출상품 구조가 고도화됐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질적 성장이야말로 경제와 수출을 동시에 급신장 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구조의 고도화는 최근 수년사이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용없는 수출'이라는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출은 지난 90년대말 외환위기를 극복한 주역이기도 하다. 정부수립후 지난 97년까지 누적 무역수지는 898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같은 적자 누적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경제위기로 연결됐다. 그러나 98-2002년 지속된 강도높은 수출 드라이브 정책은 무역수지를 흑자로 반전시키며 외환 보유고를 크게 늘렸으며 이후 우리나라는 정부수립 이후 누적 무역수지에서도 407억9천2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
지금 전세계적인 무역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 경제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식 및 기술혁명이 가속화되고 환경친화적인 산업구조로의 전환과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중국이 세계 경제와 무역의 중심으로 무섭게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무역기구(WTO)와 도하개발어젠다(DDA) 등 다자주의 경제협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통상마찰 및 지역경제 블록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같은 환경변화속에서 오는 2010년 수출 3천800억 달러, 수입 3천700억 달러, 총교역액 7천500억 달러의 세계 8대 무역대국 진입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경제성장률 5% 수준 유지 ▲물가상승률 3% ▲환율 2% 절상▲인구증가율 0.5% ▲수출의존도 상승 등의 전제조건이 달려있다.
IT수출 사상 최대, 대일 적자도 최대
휴대전화와 반도체 수출 증가로 2004년 국내 정보통신(IT) 수출액은 당초 목표액 700억 달러를 훨씬 넘긴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지만, 그만큼 대일 의존도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부가 밝힌 2004년 IT수출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IT수출액은 743억 4천만 달러로 전년대비 29.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출액도 사상 최대이지만 증가율도 최근 5년래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입은 408억 달러로 전년대비 12.1% 증가에 그쳐 무역수지도 335억 4천만달러 규모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정통부는 이같은 수출액은 당초 목표 700억불을 초과 달성한 것으로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긴축정책 등 불리한 대외여건 속에 거둔 실적으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IT수출 증가에 한 몫 단단히 한 것은 휴대전화와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의 높은 신장세다.
특히 휴대전화는 2002년 100억달러를 돌파한 이래 불과 2년만에 두 배인 200억달러 대를 돌파하는 고성장세를 기록했다. 2004년도 휴대전화 수출은 한 때 월 기준으로 반도체를 넘어설 정도로 호황을 누렸는데, 지난해 전체 수출액은 224억 3천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도 꾸준한 신장세로 268억 4천만달러라는 최고의 수출액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반도체 무역수지도 4년만에 24억 8천만달러 규모의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휴대전화 수출이 급증하면서 관련 핵심 부품의 대일 의존도가 심화되어 대일 IT수입 규모나 대일 IT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대일 IT수입 규모는 92억 4천만달러로 근래들어 최고치를 기록했고, 무역적자 규모도 36억 3천만달러로 반도체 흑자규모를 넘어서는 적자를 기록했다. 비메모리 반도체와 카메라 모듈 등 휴대전화 관련 핵심 부품 수입이 대일 IT 무역적자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2004년 하반기 들어 대만과 일본 등 주요 경쟁국들이 투자를 강화하면서 국내 주요 IT수출품인 반도체와 LCD 가격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는 점은 심화되는 대일 의존도와 함께 올해 IT산업이 넘어서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수립 이후 56년간 약 410억 달러 무역흑자
연간 수출액 2천억달러 시대가 열렸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통관기준 수출액이 1960억 9천700만달러로 12월말 사상 초유의 '수출 2천억달러'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수출은 48년 정부수립이후 본격 시작돼 16년만인 64년 1억달러를 넘어섰고 71년 10억달러, 77년 10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95년 1천억달러를 넘어선 지 9년만에 2천억달러의 금자탑을 세웠다. 수출 2천억달러는 규모면에서 벨기에(10위)와 홍콩(11위)에 이어 세계 12위 수준으로 홍콩과는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수출 2천억 달러 시대를 맞아 그 의미와 전망은...
질적인 고도화 속 FTA 체결 확대 숙제
◆경공업 제품에서 첨단기술제품까지
1964년 1억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이 1995년 1천억달러를 넘어섰고 2천억달러를 돌파했다.
1억달러가 10억달러가 되는데는 7년, 10억달러가 100억달러가 되는데는 6년, 100억달러가 1천억달러가 되는데는 18년, 1천억달러가 2천억달러가 되는데는 9년이 각각 걸린 셈이다.
1964-2003년 한국의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21%. 세계 20대 수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 기간 대만은 16%, 중국은 14%의 연평균 증가율을 각각 기록했다. 세계 수출순위는 1964년 83위에서 1977년 100억 달러 달성을 계기로 20위권에 진입했고 지난해 1천 938억달러를 기록, 12위에 랭크됐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0.07%에서 2.6%로 비약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수출순위 경쟁국도 1964년 에티오피아, 모잠비크에서 1971년에는 포르투갈, 필리핀으로, 1977년에는 덴마크, 스페인으로 바뀌었다. 지난해의 경우 벨기에(10위), 홍콩(11위), 멕시코(13위) 등이 새로운 경쟁국으로 부상했다. 1964년 1억달러대의 수출국 가운데 '절대 빈곤'에서 탈출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역구조에 있어서도 양적·질적 변화를 경험했다. 수출상품수는 1960년대 1천개 미만에서 올해는 8천여개로 발전했다. 무역업체수도 1억달러 수출달성 이듬해인 1965년 708개이던 것이 100억달러 달성해인 1977년에는 2천268개사로, 1천억달러 달성해인 1995년에는 6만5천763개사로, 지난해는 9만6천973개사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수출상품 구조는 1960년대와 1970년대가 섬유류, 가발, 신발 등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이 주류였다면 1990년대부터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등 첨단기술제품중심으로 질적인 고도화가 이뤄졌다.
1964년의 경우 어패류, 합판 등이 주요 수출상품이었고 1970년대에는 의류가 주종 수출상품으로 부상했다. 1970년대의 적극적인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1980년대부터는 중화학제품수출이 늘기 시작했고 1995년에는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이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무선통신기기의 수출이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 자동차를 제치고 반도체에 이어 수출 2위 상품이 됐다.
◆FTA 체결 확대 등 '갈길도 멀다'
수출 2천억달러 시대를 맞아 풀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새로운 수출동력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주력 수출산업의 질적 고도화 방안은, 주요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 등 새로운 무역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등도 고민해야할 문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129억달러, 무선통신기기 123억달러, 자동차 122억달러, 컴퓨터 93억달러, 선박류 85억달러 등 5대 주력상품의 수출이 552억 달러를 기록, 전체 수출 1천232억달러의 44.8%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수출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아 이들 품목의 시장환경이 나빠지면 그만큼 전체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대일 무역적자.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느냐도 무역업계의 커다란 고민거리다. 이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무역 비전을 열어가는 것도 관심사. 향후 과제 가운데서도 수출 호조세를 이어갈 지속적 성장동력 확보하느냐가 첫번째로 꼽힌다.
각국간에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FTA 체결 움직임 등에서 소외될 경우 향후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FTA 체결시 안정적인 수출시장 확보와 투자유치 및 기술도입 등의 이점이 예상되는 반면 세계적인 FTA 흐름에서 소외될 경우 수출시장을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수출선 다변화,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 개척, 반덤핑 등 수입규제극복 등도 한국호가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으로 꼽힌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경제가 지나치게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수출확대가 내수경기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2천억달러 달성의 의미와 전망
우리나라의 수출 2천억달러 달성은 자원빈국으로 수출 드라이브만이 살길이던 해방후 반세기 수출 역사를 통해 당당히 수출 대국으로 발돋움한 한국 무역의 위상을 확인한 쾌거다. 직물과 어패류가 주력 수출품목이던 지난 64년 1억달러 돌파로 첫 이정표를 세운 한국 수출 역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질주, 지금은 반도체, 자동차 등첨단 산업 중심의 세계 12위 수출국으로 급성장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수출은 2천배로 늘어나며 연 평균 증가율이 21%로 세계 20대 수출대국중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으며 수출 순위도 64년 83위에서 지난해 12위로 세계적으로도 보기드문 가파른 성장을 지속해왔다. 이같은 수출규모의 고도성장은 그만큼 우리나라가 수출에 총력을 쏟아왔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이에 따라 수출이 우리 경제를 전면에서 지탱해 온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무역의존도는 64년 17.6%으로 지난 2002년엔 66%로 확대됐으며 GDP에 대한 수출의존도도 3.8%에서 34.1%로 확대됐다. 현재 우리나라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무려 90%를 넘어서고 있고 우리 경제활동 중 총생산의 23.3%, 소득은 20.3%, 고용은 17.6%가 수출에 의해 유발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수출대국으로서 위상을 드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수출 의존도 심화라는 부작용도 수반했다. 즉 수출이 없을 경우 우리 경제는 소득이 20% 이상 감소하고 391만명의 일자리가 없어지며 특히 제조업체 근무자의 80%가 일터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와함께 수출 2천억 달러 달성은 수출 규모의 양적인 팽창보다도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수출 품목이 급격히 전환된 무역구조의 질적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이뤄질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64년 직물류, 금속광, 어패류이던 3대 수출품목이 올해는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로 바뀌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은 노동집약적 상품 위주에서 기술집약적 첨단제품 위주로 수출상품 구조가 고도화됐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질적 성장이야말로 경제와 수출을 동시에 급신장 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구조의 고도화는 최근 수년사이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용없는 수출'이라는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출은 지난 90년대말 외환위기를 극복한 주역이기도 하다. 정부수립후 지난 97년까지 누적 무역수지는 898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같은 적자 누적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경제위기로 연결됐다. 그러나 98-2002년 지속된 강도높은 수출 드라이브 정책은 무역수지를 흑자로 반전시키며 외환 보유고를 크게 늘렸으며 이후 우리나라는 정부수립 이후 누적 무역수지에서도 407억9천2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
지금 전세계적인 무역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 경제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식 및 기술혁명이 가속화되고 환경친화적인 산업구조로의 전환과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중국이 세계 경제와 무역의 중심으로 무섭게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무역기구(WTO)와 도하개발어젠다(DDA) 등 다자주의 경제협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통상마찰 및 지역경제 블록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같은 환경변화속에서 오는 2010년 수출 3천800억 달러, 수입 3천700억 달러, 총교역액 7천500억 달러의 세계 8대 무역대국 진입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경제성장률 5% 수준 유지 ▲물가상승률 3% ▲환율 2% 절상▲인구증가율 0.5% ▲수출의존도 상승 등의 전제조건이 달려있다.
IT수출 사상 최대, 대일 적자도 최대
휴대전화와 반도체 수출 증가로 2004년 국내 정보통신(IT) 수출액은 당초 목표액 700억 달러를 훨씬 넘긴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지만, 그만큼 대일 의존도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부가 밝힌 2004년 IT수출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IT수출액은 743억 4천만 달러로 전년대비 29.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출액도 사상 최대이지만 증가율도 최근 5년래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입은 408억 달러로 전년대비 12.1% 증가에 그쳐 무역수지도 335억 4천만달러 규모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정통부는 이같은 수출액은 당초 목표 700억불을 초과 달성한 것으로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긴축정책 등 불리한 대외여건 속에 거둔 실적으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IT수출 증가에 한 몫 단단히 한 것은 휴대전화와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의 높은 신장세다.
특히 휴대전화는 2002년 100억달러를 돌파한 이래 불과 2년만에 두 배인 200억달러 대를 돌파하는 고성장세를 기록했다. 2004년도 휴대전화 수출은 한 때 월 기준으로 반도체를 넘어설 정도로 호황을 누렸는데, 지난해 전체 수출액은 224억 3천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도 꾸준한 신장세로 268억 4천만달러라는 최고의 수출액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반도체 무역수지도 4년만에 24억 8천만달러 규모의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휴대전화 수출이 급증하면서 관련 핵심 부품의 대일 의존도가 심화되어 대일 IT수입 규모나 대일 IT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대일 IT수입 규모는 92억 4천만달러로 근래들어 최고치를 기록했고, 무역적자 규모도 36억 3천만달러로 반도체 흑자규모를 넘어서는 적자를 기록했다. 비메모리 반도체와 카메라 모듈 등 휴대전화 관련 핵심 부품 수입이 대일 IT 무역적자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2004년 하반기 들어 대만과 일본 등 주요 경쟁국들이 투자를 강화하면서 국내 주요 IT수출품인 반도체와 LCD 가격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는 점은 심화되는 대일 의존도와 함께 올해 IT산업이 넘어서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