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 상존으로 경제전망 불확실성
2010년 들어서 한국경제의 회복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세계경제의 회복, 반도체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수출과 투자가 크게 확대되면서 2010년 1/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7.8%로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국 등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대외수요가 회복되면서 수출과 생산이 급증함에 따라 설비투자가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교역 조건 및 소득개선으로 민간소비도 성장제고에 기여했다. 또한 경기침체로 급감했던 재고도 감소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 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획재정부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은 지난 6월7일 YTN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GDP) 8.1%는 잠재 성장률(5%) 수준을 크게 웃도는 것”이라며 “경기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안정적인 성장 궤도로 복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2월 중순 이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금융시장은 남유럽 재정위기, 민간부문의 취약한 자생력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5월 들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국경제는 내수와 수출이 동반 성장하며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경제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남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 가능성, 중국의 본격적인 긴축전환, 美 금융규제안 발표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 경제성장률에 대해 상반기의 전기 대비 1.4%(전년 동기 대비 7.0%)에서 하반기에는 0.3%(전년 동기 대비 3.4%)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며 “대내적으로도 기준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 물가오름세 확대, 부동산경기 악화 등이 향후 경제전망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는 5% 수준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한국은행 5.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5.8%, 한국개발연구원(KDI) 5.9%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은 “세계경제가 양호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경제도 경기, 고용이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가·부동산은 조정과 하락국면 지속 될 듯
올해 하반기 국내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이지만 주식과 부동산시장은 조정과 하락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조선과 자동차, 가전 등 내수 시장이 부진해 중국 등으로의 수출시장 다변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필요성이 지적됐다.
이상호 GS건설경제연구소 소장은 “올해 부동산 시장은 입주·분양 물량 증가,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 등으로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하락추세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소장은 “건설투자의 회복이 더디고, 국가부채 및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하반기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부정적 요인이 산재해 있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부동산시장의 회복 시기는 지연될 것이라는 얘기다.
수출시장의 경우 상반기에는 중국 등 신흥국 경제의 성장세 지속과 수출단가 상승 등으로 반도체, 자동차 부품, 승용차 등 주력품목의 수출이 급증한 반면 하반기에는 원화 강세, 세계 경제 회복세 둔화, 반도체 공급 부족 완화 등에 따른 가격효과 축소로 수출증가율이 둔화될 전망이다. 반면 수입은 상반기에 전년동기 대비 40.3%, 하반기에는 26.9% 증가하면서 연간으로는 수출보다 높은 32.9%의 증가세를 기록할 전망으로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다봤다.
송병준 산업연구원 원장은 “조선과 정보통신 기기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들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하반기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내수는 자동차와 조선, 가전 업종 등이 부진하고, 생산은 일반기계,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임금인상 및 고용회복 등으로 민간소비 회복세는 지속될 듯
임금인상 및 고용회복 등에 힘입어 민간소비의 회복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 하반기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09년 3/4분기까지 감소했던 초과급여와 특별급여가 2009년 4/4분기에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임금총액도 증가했다고 보고하며 최근 고용상황의 개선도 향후 민간소비 회복세 지속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하반기 민간소비가 소비 모멘텀의 약화로 2.7%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회복의 가장 큰 모멘텀을 제공했던 승용차 판매가 둔화됨에 따라 하반기에는 소비지출 증가세가 처분가능소득 증가세 수준으로 수렴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후차량 교체 세제지원이 시작된 2009년 2/4분기부터 가계의 실질소비 지출 증가세가 실질처분가능소득 증가세를 상회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010년에는 반도체생산 급증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자동차생산 호조가 경기회복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같은 민간소비 회복으로 그동안 안정세를 지속하던 서비스가격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총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 소비자물가에 대해 비용 및 총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확대되면서 연간 3.1% 상승할 것으로 전망, 상반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2.7%, 하반기에는 3.5%로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불안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회복세 지속으로 그동안 억제되었던 도시가스요금,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일자리 창출 폭은 다소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나 2010년 실업률이 3.7%대(상반기 4.1%→하반기 3.4%)로 민간소비 회복에 다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하반기에는 자산효과에 의한 고소득층의 추가적인 소비증가는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상무)은 내부적 변수와 관련해 “높은 실업률과 주택경기 반등 지연으로 소비 부문도 상당기간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상반기에는 국내 소비와 투자가 활발, 성장률이 높았지만 소비는 하반기로 가면서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례로 작년에는 자동차 판매가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호조세를 누렸지만, 세제혜택이 종료되면서 호조세는 지속되기가 어렵다”며 “얼어붙은 소비가 하반기 성장세를 다소 둔화 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 유가↑ 금리↑의 ‘3고 현상’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하반기 중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상무)은 “중국에 대한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이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변에 있는 경상수지 흑자국에도 통화절상 압력이 나타날 것”이라며 “환율은 떨어지고, 유가와 금리는 올라가는 ‘3고 현상’ 가능성도 우려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 시장금리는 5.4%로 상반기에 비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며 4/4분기 물가 상승세가 본격화되면서 시장금리 상승세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상반기에 금리 안정 요인이었던 외국인 채권 순매수가 둔화되면서 하반기에는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외국인 채권순매수 규모는 2010년 들어 27조 원을 넘어서면서 시장금리를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남유럽 경제 불안 지속 등에 따라 하반기 중 외국인 채권 매수는 상반기에 비해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2009년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속되었던 1/4분기 중 외국인 채권 순매수 규모는 4.7조 원으로 4/4분기 19.8조 원의 23.7%에 불과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4월 산업 활동 동향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연기할 정도로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기준금리 인상을 내년으로 연기해야 할 큰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현황분석실 연구위원도 “국내경기 회복세 지속,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등이 금리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책금리 인상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금리인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만약 내년으로 넘어간다면 1분기 성장률까지 확인한 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최근 보고서에서 “선제적인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으나 현재의 대내외 경제 상황으로 판단할 때 당분간 금리인상을 유예할 여유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하반기 대외적인 위험으로 유가 급등 우려와 남유럽 재정위기 등이 있어 금리인상 시점을 판단할 때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도 보고서를 통해 “2010년 상반기 7% 성장에서 하반기에는 3%대로 경기흐름이 약화된다는 점과 남유럽의 재정문제, 선진국의 경제 불안 등 대외여건이 아직 불투명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우선 총액한도대출, 각종 펀드에 지원했던 자금 회수 등 남아 있는 위기대응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철회하고 이후 경기상황, 물가 및 자산 가격 불안 여부를 판단하여 금리인상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에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4분기에는 국내 달러 공급 위위 기조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대외 불안 요인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의 하락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 대외적으로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우려, 중국의 출구전략, 미국의 금융 규제 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달러가 일시 강세를 보일 전망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상무)은 “하반기 경제의 주요 변수를 수출과 내수로 나눠 본다면, 수출부문에 있어서는 중국과 같은 신흥국의 성장세가 어떻게 될 것인가와 남유럽사태가 어떻게 진행 될 것인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외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도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수급 펀더멘탈 개선 효과가 하반기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유동성 감소 효과의 갭을 채우면서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유가는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5월31일(현지시간) 두바이 현물유가는 전일 대비 배럴당 2.47달러 상승한 74.65달러를 기록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유가는 배럴당 85달러 내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현재의 거시경제 정책기조 당분간 이어갈 듯
2010년 한국경제는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이 예상되지만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상반기에 높은 성장률을 보이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낮아지는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회복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런 추세로 가면 경제성장 등 경제흐름이 정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충분히 여러 가지 위험 잠재요인이 있어 정부는 현재의 거시경제 정책 기조를 당분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 시행은 하반기 경제상황을 살펴본 이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우선 남아 있는 위기대응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철회함으로써 경제 운용의 정상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어 한국경제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하는 원화의 급격한 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당국의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는 전한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최근 우리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나, 남유럽 재정위기,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 아직 불확실성이 많다”며 “기업들이 정확한 경제전망을 토대로 올바른 경영전략 수립과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현재의 경기 회복세가 고용 개선과 안정적인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미래 인력을 양성하고 신성장산업을 확대하는 등 전방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최근 실물·금융·심리지표 모두 회복 추세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이 저하되고 있어 생산 요소 활용도 제고, 생산성 향상 등 경제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료참조 : 삼성경제연구소 ‘2010년 하반기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