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열리던 지난 6월2일, 국민들은 TV화면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시계의 초침이 6시를 가리키자 3사 방송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출구조사를 공개했다. 그 결과 지방선거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대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여기저기서 탄식과 환호성이 이어졌다. 몇 시간 쯤 흘렀을까. 지방선거의 개표 열기가 최고조로 오를 때 쯤, 교육 대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교육감이 당선됐다. 영광의 주인공은 진보 성향의 곽노현 후보. 투표 종료까지도 보수 성향의 이원희 후보와 피말리는 접전을 펼친 곽 후보는 선거 당일 다음날인 3일 오전 9시가 돼서야 이원희 후보에 1.1%앞선 34.3%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헌데 곽 후보가 당선되자 곳곳에서 학부모들의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들이 그토록 기뻐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곽 후보가 내세운 무상급식 확대 공약 때문이다. 곽 후보는 선거 홍보 기간 내내 사회복지제도인 양육비 중 자녀의 점심값을 복지예산으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무상급식 전쟁 중인 대한민국.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차별급식 NO! 상처급식 NO!
아래는 친환경무상급식 풀뿌리 국민연대의 대국민 호소문이다.
“차별급식 NO! 상처급식 NO!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위해 6월2일 꼭 투표해 주십시오! 이제 이틀 후면, 전국의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을 비롯한 지역일꾼들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하게 됩니다. 국민을 대신하여 성실하고 올바르게 일할 일꾼을 뽑는 6.2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온 것입니다. 헌데 국민여러분, 우리 동네에 어떤 후보가 나왔는지 알고 계십니까? 또 어떤 정책을 공약했는지 알고 계십니까? 누가 당선되어야 주민복지를 증진시키며, 우리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건강한 학교생활과 친환경 무상급식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안타깝게도 많은 시민들이 고개를 젓고 있습니다. - 중간생략
시민여러분, 간절히 호소합니다. 정책선거를 실종시키고 시민들의 일상적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짝퉁 무상급식’을 가려내기 위해 꼭 투표해 주십시오. 한나라당의 무상급식 정책은 ‘저소득층 30%만 선별’해서 무료급식을 주는 ‘가짜 무상급식’ 정책입니다. ‘서민 무상급식’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실상은 ‘서민 상처급식’입니다. 지금도 전국의 학교현장에서는 가난한 아이들만 ‘선별’해서 ‘차별’급식을 하는 통에 수십만의 아이들이 성장기 예민한 시기 상처받고 차별을 내면화 하고 있습니다.

또 어떤 교사들이 아이들 상처주기를 원하겠습니까? 부의 세습과 가난의 되물림이 고착화 되고 있는 경제위기 양극화 시대에, 학교에서 만큼은 부모의 경제적 지위와 무관하게 평등하고 행복하게 제 꿈을 활짝 펼칠 수 있도록 ‘무상급식’ 하자고 하는데 이를 반대한다면, 민의를 대변하는 정치인으로서, 지방자치 일꾼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한나라당은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최근 급식연대가 조사한 친환경무상급식 정책질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전면 무상급식’을 찬성한 사람은 82.9%에 달하는데, 그 중 한나라당은 18.8%만 찬성했다고 합니다. 한나라당은 사실상 무상급식과 아이들의 인권에 관심 없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입니다. 수차례 언급하였다시피 저소득층 선별급식은 가난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차별을 내면화해 ‘차별급식, 낙인급식, 상처급식’으로 불리고 있으며, 그 비교육적 문제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2~3년 전부터 경남, 전남, 전북 등 이미 전국적으로 2600여개 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고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 받으며 확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헌데 서울의 오세훈 후보와 경기의 김문수 후보 등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의 한나라당 후보들만 ‘모르쇠’로 일관한 채, 평등한 의무교육현장인 학교에서 ‘밥’으로 차별하고 ‘밥’으로 인권침해를 지속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다시 한 번 간절히 호소합니다. 6월2일, ‘민주주의’와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위해 꼭 투표해 주십시오. 미래의 희망인 우리 아이들이 간절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행복한 꿈을 지켜주십시오.
2010년 5월31일 친환경무상급식 풀뿌리 국민연대
이날 급식연대는 하위 계층, 그것도 20~30% 정도의 소수의 학생만이 선별급식을 실시하는 순간 상처와 차별, 위화감이 발생한다는 것은 학교 현장에서 모두가 알 수 있는 사실인데 도대체 왜 그런 황당하고 가혹한 정책을 유지하려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들은 또 친환경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후보들의 명단을 과감히 공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거셌다. 무상급식에 반대 또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후보들이 6·2지방선거에서 대거 탈락하게 된 것. 이는 달리 보면 무상급식을 선호하는 사람의 수가 그 만큼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민주당 ‘무상급식은 의무교육 중 하나’
무상급식을 적극 찬성하고 있는 민주당은 무상급식 전면 실시 문제를 총력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무상급식이 예산 낭비라는 한나라당의 발언을 빗대어 “2조원 때문에 나라가 거덜 난다는 것은 어린아이 생떼”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어 노 대변인은 KBS 일요진단 무상급식논란 토론에 나와 무상급식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역설했다.
노 대변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또 하나는 현장입니다. 교육현장의 문제입니다. 차별적인 급식은 아이들에게 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욕을 주고 상처를 주는 것입니다. 결국은 그 아이가 평생 짊어지고 갈 수치심을 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비교육적인 그런 처사라고 생각을 하고요. 또 하나는 우리 헌법이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연 교육의 범위를 어디까지 적용할 것이냐를 두고 물론 이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마는 점점 교육의 범위를 확대시켜가는 추세에 있습니다. 옛날에는 학교건물이라든지 그 다음에 책걸상, 칠판, 거기에 선생님 정도가 국가부담이었지만 이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교재라든지 학용품이라든지 거기에 급식 그리고 통학하는 교통편익, 그렇게 교육에 필수적으로 부수되는 비용까지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의무교육의 정신에 맞다라는 쪽으로 확대되는 해석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헌법정신에 그게 맞는다고 보고요. 마지막으로는 예산의 문제입니다. 우리 경제규모가 초·중학교에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실시해도 큰 부담이 없을 정도의 규모가 됐다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노 대변인은 “이번 지방선거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곳부터 전면적 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하고 무상급식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앞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무상급식추진위 의원들과 무상급식을 실시 중인 경기 과천 관문초등학교를 방문해 학부모, 학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현재 초중학교 교육이 의무교육인 만큼 급식도 국가가 담당해야 할 의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은 이 밖에도 헌법 제31조 3항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문구를 예로 들며 때문에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동안 학생들의 교육과 관련된 부대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교육 분야 우선순위사업들부터 차근차근
무상급식은 크게 전면적 무상급식과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나뉘게 된다. 전면적 무상급식이란 초·중학교의 교육이 헌법상 규정된 의무교육인 만큼 국가가 이를 책임지고 급식 또한 무상으로 제공하는 제도이다. 반면 선별적 무상급식은 점진적으로 무상급식의 대상자의 수를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의 학생들에게까지는 무상급식을 제도하지 않겠다는 제도이다.

너도 나도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혈혈단신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먼저 무상급식이 학생의 권리라는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무상급식은 ‘권리’이기보다는 ‘공짜’에 가까우며, 따라서 지불 능력한 충분한 학생에게도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는 것. 소득에 관계없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은 국가 재정의 심각한 낭비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무상급식은 현 사회에서는 이상일 뿐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제도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헌데 이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실제로 국내 교육예산의 경우 풍족하지 못한 게 사실이기 때문. 현재 국내 교육 복지 수준은 이제 겨우 초등학교 수업료에 대한 무상교육과 저소득층에 대한 그 외의 학습보조비, 급식비를 보조해 줄만큼 미비하다. 국가가 교육예산을 매년 조금씩 늘리고는 있지만,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교육 분야 우선순위사업들이 많기 있기 때문에 지금당장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때문에 점진적으로 소득계층별로 무상급식을 확대해가자는 것이다.
한나라당, 부잣집 애들 공짜 밥 주면 안 돼!
한편 한나라당은 지난 2월19일 정치권 일각의 초·중등학교 무상급식 전면 추진 움직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해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오늘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면서 “가정의 경제적 형편을 감안하지 않은 전면 무상급식은 결과적으로 반서민적일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급식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서민과 중산층 가운데 어려운 가정에 대해서는 지원해야 하지만 얼마든지 자력으로 급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유한 가정의 자녀까지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민주당이 그렇게 비판해 온 ‘부자급식’이 되는 것 아니냐고”고 반문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주장하는 무차별적 무상급식보다는 여유가 있는 가정과 부유한 가정의 학생은 스스로 급식문제를 해결토록 하고, 도움이 필요한 중산층 자녀를 돕는데 투자하는 게 훨씬 친서민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진보 성향의 곽노현 후보가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무상급식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고무적인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예산이 낭비되지 않는 선에서 무상급식이 실현 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가지곤 왈가불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