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희정 우광재’, 그는 갔지만 그의 사람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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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희정 우광재’, 그는 갔지만 그의 사람은 남았다
  • 신현희 기자
  • 승인 2010.07.0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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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강원 두 도지사의 지방분권 활약에 기대 모아져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왼팔과 오른팔이라 불렸던 안희정, 이광재. 이 두 사람이 당당하게 국민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노무현 사람들’의 부활을 알렸다. 안희정은 42.3%를 얻으며 자유선진당의 유일한 텃밭인 충남도를 접수했으며, 이광재는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을 약 10% 차이로 앞지르며 강원도지사 자리를 꿰찼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을 뿐 아니라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젊은 리더로서 주목받는 인물들이다.
이런 의미에서 ‘좌희정 우광재’의 부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옛정권 세력의 이명박 정권에 대한 복수전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친노세력의 약진은 일명 ‘폐족의 부활’로 불린다. 폐족은 과거 조상의 죄로 인해 벼슬길이 막힌 자손들을 일컫는다.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참패 이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노무현계 폐족’들이 2010년 지방선거의 승리자로 우뚝 선 것이다.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 잡은 격
친노세력의 정치적 생명은 2007년 대선 직후 끊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2002년 16대 대선 승리를 이끌며 참여정부 개국공신이 된 이들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과반의석을 안기며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 실패 등 잇단 실정으로 참여정부 지지율이 급락하며 친노세력의 운도 함께 기울었다. 2006년 지방선거 참패이후 17대 대선에서 압도적인 패배를 당하며 정권을 넘겨줬지만 비극은 끝이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내 마음대로 차기를 지명하라면 한명숙”이라는 평까지 얻었던 한 전 총리와 ‘황태자’ 유시민 전 장관, ‘리틀 노무현’ 김두관 당선자 모두 2008년 총선에서 줄줄이 낙선했다.
‘좌희정 우광재’의 운명은 더욱 가혹했다. 안희정 당선자는 16대 대선 기간 중 선거자금 의혹에 발목이 잡히며 ‘무관(無官)’의 영광에 만족해야 했고 수감생활을 마친 뒤에는 전과자 공천심사 배제 원칙에 따라 총선 출마가 좌절됐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고 18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광재 당선자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이 당선자는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친노세력의 몰락을 선언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기점으로 새로이 ‘노풍’이 불기 시작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노풍이 생각보다 미풍이었다고 하는데, 노풍은 밑바닥 기저에 깔려 있었다. 1년 전 투표로 복수하겠다고 다짐한 사람들은 조용히 그 약속을 지켰다”고 평했다.
안희정 당선자도 “이명박 정권의 퇴행적 독선적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이라며 “비극적으로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재평가와 복권의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젊은 피를 수혈한 충남에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대목이다. 충남은 현재 세종시와 4대강이라는 태풍의 눈에 있다. 안 당선자가 어떻게 도정을 꾸려가느냐에 따라 충남도민은 최대의 수혜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 하나하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희정 당선자는 인수위원회 대신 ‘행복한 변화, 새로운 충남 기획위원회’라는 명칭을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름에서 보듯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다.
안 당선자는 후보 시절부터 세종시 원안 사수와 4대강 사업 저지, 수도권 규제 완화 등을 제1공약으로 내세워 왔다. 당연히 정부 여당과의 마찰이 불가피해 이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또한 그는 지역개발 4대 정책 방향으로 세종시 백지화와 수도권 규제완화·부자감세·4대강사업의 저지와 충청권 광역경제권 구축, 창의와 환경의 21세기 혁신농정, 서민경제와 골목경제 활성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2002년 ‘바보 노무현’을 ‘민주당 대통령 후보 노무현’으로 만든 주인공 안희정. 노풍의 주역이었던 그가 이제는 충남을 ‘안풍’으로 이끌어 갈 차례다.

이광재 당선자, 도지사직 상실 위기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난 시골 소년 이광재가 정치에 꿈을 가진 계기는 ‘책’이었다. 원주중학교를 다닐 무렵 만난 한 친구네 집에 꽂힌 장서를 보며 정치에 대한 꿈을 키웠다. 이 당선자는 “러시아 피오르드 대제, 터키 건국의 아버지 케말 파샤에 관한 책을 읽으며 정치의 꿈을 키웠다”고 밝힌 바 있다.
안 당선자와 동갑내기 친구로 노 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던 이광재 당선자가 당당히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강원도를 젊고 희망찬 도시로 만들고자 한다는 그가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검찰이 다시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6월11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것이다. 이는 도지사 직무정지에 해당되는 것. 도청에 발도 딛기 전이다. 이광재 당선자는 이제 대법원의 상고심을 통해 최종 형량을 받게 되는데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도지사직을 상실하게 된다. 이광재 당선자는 2004년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사돈에게서 1,000만 원을 받고 2004∼2008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미화 12만 달러와 2,000만 원, 2006년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서 미화 2만 달러 등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어 이번 재판에 놓이게 되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이 당선자는 “살면서 어려운 고비는 온다. 이 고비가 끝이길 바라지만 언젠가 또 다른 고비가 온다. 고비를 넘기면 인생은 마디가 생긴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적었다. 그 ‘마디’를 “지혜와 강건함이라는 마디”라고 강조한 이 당선자는 “고비 때마다 격려하고 도와주신 많은 분들이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세상을 살다보면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어떤 일 때문에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 파도가 바닷가 모래톱을 향해 돌진해 오듯한 고비가 넘어가면 또 다른 일들이 크게, 작게 끝없이 밀려온다”라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과 인생의 질곡을 함께 했던 안희정, 이광재. 비록 그는 갔지만 그의 사람들은 남아 정치적 신념을 이루어 줄 것이라는 게 국민의 바람이다. 이들은 이제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역사를 기록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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