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교 버스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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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교 버스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
  • 정대근 기자
  • 승인 2010.07.0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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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관련 운전자 3명 형사입건 방침…미흡한 도로안전시설도 피해키워

지난 3일 오후 1시 20분경 인천대교와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도로에서 운전사 정모(53․남) 씨와 승객 23명 등 총 24명을 태운 고속버스가 10여 미터 아래 공사현장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12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어 인하대병원, 적십자병원 등으로 옮겨졌다.

사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인하대 병원 측 관계자는 “사망자들은 상체와 머리 쪽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생존 부상자들도 중상자도 많은 데다 전반적으로 골절이나 폐 손상이 커 추가 사망자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전운전 기본수칙 어겨 일어난 人災
경찰은 이번 사고가 인천대교 영종IC를 통과해 인천국제공항 방향으로 500미터 정도 진행한 지점에서 발생했고 밝혔다. 사고 당시 2차로에는 엔진고장을 일으킨 마티즈 승용차가 멈춰 있었고, 이 차량의 운전자 김모(45․여) 씨는 갓길에서 보험회사에 구조요청 전화를 걸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10여분이 흘러가는 동안 이 도로를 달리던 1톤 화물차가 2차로에 정차해 있던 마티즈를 피하기 위해 1차로 쪽으로 핸들을 꺾은 후 도로 중앙 벽과 충돌했다. 이에 뒤따르던 사고버스가 이들 차량을 피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어 가드레일과 충돌 후 다리 아래 공사현장으로 추락했다.

경찰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40조에는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고장 및 사고가 발생할 경우 후방 100미터 이상 지점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1차 사고원인을 제공했던 마티즈 운전자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이 차량을 피하는 과정에서 중앙 벽면과 충돌했던 1톤 화물차량 역시 정차해 있던 마티즈를 발견하는 순간 비상등을 켜지 않았다”고 밝혔다. 설상가상 이를 뒤따르던 사고버스도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 참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경찰, 사고관련자 3명 형사입건 방침
경찰은 이번 사고과 관련하여 운전자 3명을 모두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현장에 남아있는 스키드마크(타이어 마모 자국) 등을 고려해 볼 때 사고 당시 고속버스의 운행속도는 100.2킬로미터 정도로 추정할 수 있는데, 이는 최소 100미터 이상의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사고를 피할 수 있다.

이에 경찰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전방주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고속버스 운전자 와 화물차 운전자 의 과실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마티즈 운전자 김 씨도 톨게이트 통과 직후 엔진 이상으로 한 차례 정차했을 때 근무자로부터 차량수리 후 고속도로로 진입할 것으로 수차례 권유받았으나 김 씨는 적절한 조치를 받지 않은 채 사고지점으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엔진 이상으로 차량이 완전 정지한 후 100미터 이상 후방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했어야 하나 이를 소홀히 하는 등 안전조치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현장에 남아있는 사고흔적과 타코메트(속도측정기)를 국과수에 의뢰해 사고원인에 대한 정밀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고피해, 왜 이렇게 커졌나?
사고현장은 참혹했다.
다리 아래 공사현장으로 추락한 고속버스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진 채 뒤집혀져 있었고, 사상자들의 소지품들이 차량 주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버스가 1차 충격한 83센티미터의 철제 가드레일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전문가에 따르면 “차량이 뒤집힌 채로 10미터 아래로 떨어져 머리와 상체를 다친 승객들이 많았다”며 “가드레일이 조금 더 높았거나 시멘트 등으로 만들어졌다면 이번 사고가 참사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안전운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운전자들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었다면, 허술한 도로안전 설비가 2차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유가족들은 "지난해 개통한 이 도로의 미흡한 안전시설이 이번 참사를 불렀다"며 "가드레일이라도 튼튼했다면 이토록 참담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땅을 치며 통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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