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전반적인 주택 시장은 여전히 ‘암울’이다. 11.3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2주 연속 하락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정치·경제적인 불확실성이 연말과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와 같은 외교 정책에 따라 국내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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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9일 부동산114가 전국 912명을 대상으로 ‘2017년 상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6.27%는 매매가가 ‘보합’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하락은 28.07%, 상승에 대한 응답은 25.66%로 나타나 전체적인 ‘약보합세’ 전망이 우세했다.
매매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이유는 ‘대출심사 강화, 금리상승’이 35.94%로 가장 높았고, ‘거시경제 회복 불투명’이 22.27%, ‘주택 공급과잉 우려’ 19.53%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올해 8.25 가계부채 대책·후속 조치, 11.3부동산대책 등 규제 시행과 내년 주택 초과공급, 금리변동 우려에 따른 소비자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달 중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현실화하면 국내 기준금리 변동도 불가피하다. 게다가 내년부터 2018년까지 78만여 가구가 속속 입주할 예정이다.
반면 매매가 상승을 전망한 응답자들은 37.61%가 ‘매매 전환수요 증가’를 꼽았고 22.65%가 ‘분양시장 활성화’를 주요 이유로 선택했다. 사상 최저수준 저금리와 높아진 전세가에 밀려 내 집 마련으로 전환되는 수요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내년 상반기 핵심 변수를 묻는 질문에는 ‘가계부채, 금리 등 실물 경기지표 변화’가 27%로 가장 높았고 ‘주택담보대출, 청약 등 정부의 규제 지속 여부’가 20%, ‘2017년~2018년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가 19% 등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글로벌 경기회복 등 대외 경제여건(18%), 대통령선거 등 정치 이슈(8%), 전세에서 월세로의 임대차시장 변화(6%), 민간 임대시장(뉴스테이) 활성화(1%) 순으로 응답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이 전망한 주택시장은 보합 또는 하락으로 정리된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시장을 우호적으로 바라보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채권금리가 상승하며 국내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소비자의 전망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바라봤던 올 주택시장의 견해처럼 전문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11.3부동산대책, 8.25가계부채대책 후속조치 등의 규제강화와 대내외 정치·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단은 올해 아파트 매매 시장은 금리 인상 여부, 대선, 부동산 시장 규제책, 가계 부채, 물량 공급 등 다양한 가격 변수에 대한 영향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 단지의 경우 정부 규제로 인해 신규 분양시 중도금 대출도 받지 못하고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도 금지되면서 직격타를 맞았다. 여기에 서울시까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신축 층수를 최고 35층으로 제한하겠다고 나서자 투자 수요가 크게 줄었다. 국정농단 사태와 계절적 비수기가 겹치면서 강남 부동산 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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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3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실수요 중심의 시장형성을 통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방안’ 등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더 이상 집값을 올려줄 호재가 없는 상황이라 내년 2분기까지는 강남 집값이 조정을 받으면서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금리인상, 주택 담보 대출 심사 강화, 정부 규제, 탄핵 정국 등 복합적인 요소가 겹치면서 매매 값 역시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전문가들은 강남 재건축발 부동산 과열 현상은 11.3대책 이후 급속히 진정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1월 말 서울 아파트 값은 100주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선데 이어 12월 첫째 주까지 2주 연속 떨어졌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은 6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분양시장의 경우 11.3대책 이후 한 달 새 분양한 단지 중 대부분은 1순위에 청약을 마감했고 일부는 2순위 마감 또는 미달됐다. 전체 청약경쟁률은 낮아졌지만 당초 우려만큼 급랭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단기 가수요가 빠지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등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은 강남4구 및 과천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 회피를 위한 발빠른 사업 진행이 가격 상승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약 광풍이 불고 있는 부산은 도심 입지의, 희소가치가 높은 지역에 수요가 집중하면서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가격상승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공급 물량 부담이 가중하는 대구·경북 등은 아파트 값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서성권 선임연구원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순수 전세 매물 희소성으로 매매 전환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저금리 기조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 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하면서 시세 상승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만한 변수는 산재해 있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이 이미 시행됐거나 예고돼 있는 가운데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거나 미국발 금리 인상이 조기에 현실화하면 자칫 시장이 경착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 내년 상반기 중 추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외국인의 자본 이탈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니 가계부채가 우려되고,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자니 자본 유출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이 부담되는 상황이다.
김덕례 주산연 연구위원은 “미국 경기가 생각보다 완벽하게 회복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시장의 인식”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가 강세로 바뀌어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커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2월 9일부터 신용정보원이 금융권에 DSR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로 꼽힌다. DSR은 대출자(차주)가 모든 금융권에서 일 년 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원금+이자) 정보로, 기존에 부채가 있던 사람은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이 어려워졌다.
또 올해에는 집단대출 잔금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올해 분양공고 아파트부터 해당되기 때문에 실제 잔금 심사는 2년여 후 이뤄지지만 자금력이 없는 수요자들은 아예 분양을 받지 않거나 중간에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금리 인상과 불확실한 정국도 부동산 시장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오히려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와 조기 대선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이것이 장기화할 경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정치·경제적인 불확실성이 부동산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현재와 같은 약보합이 유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현재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가 흔들릴 수 있고 유력 대선 주자들의 공약에 따라 부동산 심리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지금은 야권이 주도권을 잡은 상황이라 친서민 주거안정 정책으로 무게 중심이 쏠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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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이 이미 시행됐거나 예고돼 있는 가운데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거나 미국발 금리 인상이 조기에 현실화하면 자칫 시장이 경착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 내년 상반기 중 추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 시세는 이전 주보다 0.27% 하락해 2011년 11월 셋째 주(―0.32%) 이후 256주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11.3 대책 이후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의 11월 매매가 변동률은 송파구 -1.86%, 강동구 -1.09%, 서초구 -0.71%, 강남구 -0.50%를 기록했다. 3.3㎡당 매매가는 강남구 4,462만 원, 서초구 4,154만 원, 송파구 3,163만 원, 강동구 2,845만 원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제2롯데월드타워 완공, 수서역 개통, 최고 50층 건축 등 호재가 많아 상승세가 이어져왔지만 이번 규제로 호가가 2억 원까지 빠지면서 타격이 가장 컸다.
개포1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42㎡가 10월 10억 6,000만 원에서 9억 6,000만 원으로 1억 원 가까이 빠졌다. 은마 아파트의 전용면적 84㎡는 10월 최고 거래가 13억 8,500만 원 대비 1억 원 이상 떨어진 12억 9,000만 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매매거래는 수도권·지방 모두 유지 또는 감소할 것이라는 인식이 높은 상황이다. 주택거래 BSI지수(주산연 자체 조사) 결과와 거래 추이를 토대로 내년 주택매매거래량을 추정한 결과, 약 94만 건의 거래가 예상된다. 이는 올해 103만 건 추정(2016년 1~10월 누적 86.1만 건) 대비 약 9% 감소한 거래량이다.
개포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그나마 정부의 11.3 대책 이후에도 간간히 오던 투자자들의 매수 문의가 금리 인상과 탄핵 정국 이후에는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며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추가적인 가격 조정이 한 차례 더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서성권 부동산114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금리 인상과 별도로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하면서 아파트 매수자들의 자금 마련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부양에서 규제로 입장을 선회했다. 향후 시장 과열이 지속할 경우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LTV∙DTI 축소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예고하고 있어 지난해와 같은 호황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초 2.5%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2월 최고 4.5%까지 치솟았다. 미국 금리마저 인상되면 내년에는 5%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여 수요자들의 구매 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30일 발표한 ‘2017년 주택시장 전망’에 따르면 전세가격은 전국적으로 0.4% 상승 또는 보합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수도권 전셋값 상승세는 주춤한 모습이다. 수도권은 1.5% 미만 상승을 예상한 비중이 34%, 지방은 보합 유지가 42%를 차지했다. 아파트 전세가격은 상승 응답 비중이 전국 49%, 수도권 64%, 지방 40%로 나타나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가격 상승압력은 수도권이 지방보다 클 것으로 예상됐다.
전세가격은 매매가격 안정화와 입주물량 증가로 크게 둔화됐다. 향후 전세가율이 높고 입주물량이 단기적으로 집중된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세난 발생 우려가 상존한다. 다만 전국적 확산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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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매매거래는 수도권·지방 모두 유지 또는 감소할 것이라는 인식이 높은 상황이다. 주택거래 BSI지수(주산연 자체 조사) 결과와 거래 추이를 토대로 내년 주택매매거래량을 추정한 결과, 약 94만 건의 거래가 예상된다. 이는 올해 103만 건 추정(2016년 1~10월 누적 86.1만 건) 대비 약 9% 감소한 거래량이다. |
서울에선 강동(-0.06%), 성동(-0.04%), 도봉(-0.04%), 서초(-0.01%) 등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신도시에선 일산 0.04%, 경기·인천에선 안양(-0.29%), 구리(-0.21%), 이천(-0.08%), 평택(-0.06%) 등이 하락했다.
특히 안양시는 덕천마을 재개발 단지인 3,521가구 대규모의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가 11월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셋값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 역시 11월 주택전세가격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0.25%)과 대구·부산·대전·광주·울산 등 5개광역시(0.16%), 기타지방(0.06%) 모두 소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서울(0.21%), 부산(0.31%), 인천(0.23%), 광주(0.13%), 대전(0.29%), 울산(0.01%), 세종(0.15%), 경기(0.30%), 강원(0.34%), 전북(0.13%), 전남(0.13%), 경남(0.06%)에서 상승했다. 반면 대구(-0.08%), 충북(-0.02%), 충남(-0.09%), 경북(-0.11%)은 하락했다.
이는 은행 예금의 저금리 기조로 인한 임대인의 월세선호와 막바지 가을철 이주수요가 발생하며 상승세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은진 부동산114리서치팀장은 “내년에 일부 지방에서 입주 물량이 예년보다 늘어나면서 입주 시점에 국지적으로 전셋값이 하락할 수 있다”면서도 “서울 입주예정 물량은 예년 평균 수준인 만큼 저금리에 전세수요가 이어지면서 전셋값 오름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금리 영향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주택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금리인상폭과 속도조절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극도로 확대되고 정책집행이 어려워지면서 내년 2분기가 최대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덕례 주산연 연구위원은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정부는 본격화되는 입주시점에 국민들이 분양받은 신규주택으로 원활히 주거이동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입주지원과 시장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2년째 이어진 공급 증가가 지속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공급관리를 주도하고, 금리·대출규제·가계부채 등 주택금융정책의 규제 강도 조절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_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