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분당…보수정당 재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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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분당…보수정당 재편 시작됐다
  • 편집국
  • 승인 2017.01.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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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계, 가칭 ‘개혁보수신당’… 창당 준비완료

새누리당 비박계 현역의원 35명이 지난 12월 21일 집단 탈당을 결의하면서 보수정당 사상 최초의 ‘분당’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4·13 총선 공천 등 주요 고비 때마다 불거졌던 집권여당의 계파 갈등이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의결을 계기로 결국 ‘친박당’과 ‘비박당’의 분당이란 결말로 끝을 맺게 된 것이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이후 당내 붕괴 조짐은 지난 11월 22일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탈당하면서 계파 갈등이 서서히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2일 남경필 경기도 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탈당 의사를 밝힌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외에 이미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를 포함, 원희룡 제주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도 21일 잇따라 탈당 방침을 밝히면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이 사실상 모두 새누리당을 떠나게 됐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박계 회동 직후 황영철 의원은 탈당결의문을 낭독, “오늘 저희는 새누리당을 떠나기로 마음을 모았다. 가짜 보수와 결별하고 진정한 보수 정치의 길을 모으고자 새로운 길에 뜻을 모았다. 대한민국 정치를 후퇴시킨 친박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보수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새 출발을 하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또 “친박·친문 패권 정치를 청산하는 새로운 정치의 중심을 만듦으로써, 안정적으로 운영할 진짜 보수 정치의 대선 승리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 저희는 개혁적 보수 정치의 미래를 위해 다시 바꾸기 위해 어떠한 고난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대표는 이날 오전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데 대해 가슴이 아프다”며 “새로운 길을 가기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석고대죄하면서 용서를 구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희는 2012년 박근혜 정부 탄생을 위해 온 몸을 바쳐서 뛰었다”며 “그러나 박 대통령의 불통 정치는 헌법 유린으로 이어지면서 탄핵이라는 국가적 불행을 초래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사당으로 전락해 국민과 당원을 실망시켰다”고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집단 탈당’을 결의한 데 대해 “한 숫자라도 적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정도 규모는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 그런 얘기가 나왔을 때 교섭단체가 구성될지가 1차 관건이었는데, 20명을 넘어서 35명 규모라고 하니까, 처음에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했던 인원 정도 아닌가 봤다”며 “그 정도 규모가 과연 탈당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지만 결국 35명이란 게 기존의 뭉쳐져 있던 세력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을 통해 탈당을 결의한 비박계는 김무성, 유승민, 김성태, 김영우, 박인숙, 이종구, 김학용, 김재경, 김현아, 유의동, 이진복, 이군현, 황영철, 오신환, 정운천, 나경원, 이학재, 정양석, 홍문표, 강석호, 장제원, 강길부, 권성동, 김세연, 정병국, 이은재, 하태경, 박성중, 윤한홍, 이혜훈, 주호영 의원 등 총 31명이다. 여기에 심재철, 박순자, 홍일표, 여상규 의원 등 4명은 회동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집단 탈당에 동참키로 했다.
특히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 탈당 규모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귀국 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당 내 중립성향 의원 중 반 총장의 귀국 후 행보를 보고 탈당을 결정하겠다는 의원들도 상당수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반 전 총장이 귀국하기 전에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이 아닌) ‘제3지대’에 있더라도 돕겠다”며 반 전 총장의 행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즉 반 총장이 귀국하면 탈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2차 탈당을 생각하고 있는 의원들이 충청권 의원 10여 명과 중립파의원 20여 명 총 3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이후 당내 붕괴 조짐은 지난 11월 22일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탈당하면서 계파 갈등이 서서히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친박계는 비박계의 ‘집단탈당’에 대해 “나갈 테면 나가라”며 여유 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은 비박계의 집단탈당 가능성에 대해 “탈당으로 가든지, 분당으로 가든지 그건 모르겠다”면서도 “분당은 무슨 분당이냐, 탈당을 해서 당을 만들면 되는 것”이라고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서 의원은 “분당을 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자기들이 당을 만들면 되는 것이지, 나갈 사람은 나가고 남는 사람은 남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도 ‘전권 비대위원장’ 카드가 무산되면 탈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 유승민 의원을 향해 “그건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라고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최 의원은 “지금은 당을 통합하고 화합해서 혁신해야 한다. 여기서 지지고 볶고 싸워서 답이 나오겠냐”며 “무슨 말을 해도 당을 화합시킬 사람이 아니면 어려운 국면”이라고 ‘유승민 비대위’ 체제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 같은 새누리당의 분당 사태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우리로서는 외부 상황이 어찌됐든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하는데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내 갈등에서 비롯된 분당 사태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한 상황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청와대 차원의 언급은 또 다른 오해를 불러오거나 민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국정농단 사태가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뿐만 아니라 집권여당의 분당이란 결과까지 초래한 데 대한 착잡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의 뜻은 알 수 없지만 어떻게 일으켜 세운 당인데 둘로 쪼개지는 게 대통령 입장에서는 좋은 뉴스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정국과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여당이 버팀목이 돼 주지 못하고 원내 제1당의 지위까지 잃게 된 데 대한 아쉬움으로 여겨진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존 정당에서 화합하지 못해 분화돼 나온 정파나 개별 정치지도자들이 모이는 것이 무슨 희망이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새로운 정책 노선에 기반을 둔 정당 창출인가”라며 평가절하 했다. 그러면서 “(비박계의 탈당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 정치실험이라 평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친박·비박 나누기 이분법으로 ‘나보다 더 검은 것이 저기 있으니 나는 희다’는 식으로 면죄부를 얻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라고 비박계를 비난했다.

   
▲ 새누리당을 탈당한 정두언(오른쪽) 전 의원은 12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당 10인의 고백 토론회’에 참석,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청문회에서 박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 문제가 거론됐던 점을 회고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 정두언, 정문헌, 박준선, 정태근 전 의원 등 새누리당 탈당파들이 참석했다.
새누리당 비박계 ‘집단 탈당’을 자극한 건 친박계의 ‘혁신과통합’을 출범이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2월 13일에는 새누리당 친박계가 비박계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친박계가 ‘혁신과통합’을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새 대결을 예고한 것.
이들은 “보수의 분열을 초래하고 당의 분파 행위에 앞장서며 해당 행위를 한 김무성, 유승민 두 의원과는 당을 함께 할 수 없다”며 비박계와 결별을 선언했으며, 친박 지도부는 두 의원의 출당 조치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비박계는 이정현 대표, 친박계 좌장 최경환, 맏형 서청원 의원과 조원진 이장우 최고위원, 홍문종 윤상현 김진태 의원 등 8명을 ‘친박 8적’으로 규정하며 당을 나가라고 맞받아쳤지만 현실적으로 친박계가 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그다지 위력을 갖기는 힘들다. 때문에 비박계의 선택은 김무성 의원이 이날 언급한 것처럼 대규모 탈당해 밖에서 신당을 만드는 방법과 당내에서 친박과 극한 대결을 벌이면서 주도권을 차지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128명의 새누리당 의원 중 혁신과통합이 62명으로 꾸려진 만큼 중간지대 의원들을 비박계가 포섭할 경우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 설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주친야비(낮엔 친박, 밤엔 비박)’들이 물밑에서 비박계 핵심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어 이들을 하나둘 끌어올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비박계 세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비박계는 탈당할 때 하더라도 친박계에 대한 국민적 비난 여론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선 당내 투쟁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친박의 저항이 거세면 거셀수록 시중 여론은 더욱 친박계에게 비판적이 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비박계는 한동안 당내에 남아 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해서 당권을 잡으면 좋고, 실패해도 친박에 최대한 타격을 입히겠다는 심산”이라며 “보수의 지지를 비박 쪽으로 가져와야 나중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에 왔을 때도 적극적으로 구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박계 현역의원이 집단 탈당을 결의하면서 사상 최초의 보수정당 분당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 개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새누리당 비주류 34명이 분당 결행 후 신당 창당에 나서기로 하면서 정치권이 원내교섭단체 요건(20명)을 갖춘 4당 체제로 재편될 예정이다. 4당 체제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는 민주정의당 125석, 평화민주당 70석, 통일민주당 59석, 신민주공화당 35석으로 4개의 원내교섭단체가 탄생한 이후 28년 만이다. 
이미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친박계가 김무성 유승민 의원을 콕 집어 탈당을 요구하고 출당 조치까지 검토하고 나서자 선제적으로 대규모 탈당을 통해 원내교섭단체로서 ‘신 보수당’을 만든다는 시나리오를 구상했었다.
이와 관련 비박계 수장 김무성 전 대표는 12월 13일 “지금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친박이 장악하고 있는 현재 새누리당으로는 좌파의 집권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변신을 하더라도 국민들이 진정성을 믿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제 가짜 보수를 거둬내고 신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아야 한다. 좌파 집권을 막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박계는 국회 원내교섭단체를 등록하기로 했다. 신당 명칭은 새누리당을 ‘가짜보수’로 규정한 만큼, 이를 부각시키는 차원에서 가칭 ‘개혁보수신당’으로 결정했다.
12월 23일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보수의 구심점 역할, 쇄신, 변화의 의미를 담은 명칭으로 개혁보수신당으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당추진위는 전략, 기획 분과 등 7개 팀을 구성해서 운영할 것”이라며 “또 디지털 정당을 통해 창당의 모든 과정을 공개하겠다. 당명은 물론 정강정책 등도 국민의견을 수렴해 마련할 것”이라고 ‘열린정당’을 강조했다.
국회 안에 보수 성향 정당 2개, 진보 성향 정당 2개 등 원내교섭단체 요건을 갖춘 4개의 당이 출범하게 되면서 향후 정국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상당한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신당파가 40명을 넘을 경우 국민의당 의석수 38석을 넘어 제3당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 경우 민주당 121석이 1당으로 올라서고 128석이던 새누리당은 80석 규모의 2당으로 내려온다.
이 같은 예상은 크게 빗겨 갈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반 전 총장의 측근에 따르면 “반 총장은 새누리당이나 기존 정당으로는 안 나온다.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들어 반 전 총장 측과 새누리당 비박 인사들 간 접촉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이 보수를 대변하는 새누리당과 비박계 신당 중 어느 당을 선택할지 여부와 친박(親박근혜)·친문(親문재인) 세력을 제외한 제3지대로의 정계개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비박계 집단 탈당과 관련해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정체성이 불분명한 정치실험을 하기보다는 어렵더라도 대한민국 유일 보수정당, 법통 있는 새누리당에서 재창당 수준의 혁신과 변화로 당을 재건하는 것이 옳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정체성이 불분명한 정치실험을 하기보다는 어렵더라도 대한민국 유일 보수정당, 법통 있는 새누리당에서 재창당 수준의 혁신과 변화로 당을 재건하는 것이 옳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우택 원내대표는 “신년에는 새누리당이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당도 미안하지만 ‘박근혜 정당’이란 이미지를 탈색해야하고 개혁과 신보수 개념을 새롭게 도입해 새로운 새누리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러한 개혁을 하려면 지금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친박당과 비박당 모두 올해 대선까지 쇄신을 전면에 내세우며 국민들에게 “새로운 보수정당은 우리”라며 선명성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의석수만 놓고 보면 비박당이 열세다. 당 안팎에서는 비박당이 최대한 세를 규합해도 의원 수 50명 선에 불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탈당을 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돼 당장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이 낮다.
명분만 놓고 보면 비박당이 우세하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친박계는 ‘비선 최순실’의 국정농단 파문 이후 폐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비박계는 반 전 총장이라는 히든카드가 아직 유효하다. 반 총장이 탈당파에 손을 내민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으며 대선 후보 경선 또한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가장 최근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는 친박당과 비박당의 정당 지지율이 12.6%로 동률을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김현정의 뉴스쇼’의 의뢰로 지난 12월 14일 하루 동안 전국의 성인 1,0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5일 발표한 정당지지율에서 친박당과 비박당이 각각 12.6% 로 공동2위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35.9%로 1위를 기록했고, 국민의당은 11.4%로 4위, 정의당이 6.0%로 5위였다.(응답률 8.9% 총 통화 11,664명 중 1,037명 응답 완료,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p)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 여론은 비박당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순실 특검’과 국정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특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나 김기춘·우병우·이재만·안봉근 씨 등 전직 보좌진의 최순실게이트 연루 의혹이 추가로 나올 경우 그 여파는 친박계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가능성이 크다.[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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