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고비마다 ‘이건희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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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고비마다 ‘이건희 신드롬’
  • 신현희 기자
  • 승인 2010.06.0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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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머뭇거릴 시간 없다. 신사업, 투자하고 선점하라”
조귀복귀 관련 일부 쓴소리, 이건희 아니면 사람 없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직함은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 회장의 경영 복귀는 비자금 사건에 따른 특검 수사로 2008년 4월 퇴진한 이래 23개월 만이다. 삼성 사장단협의회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사업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경영 복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건의문을 전달했고, 1개월 여의 고심 끝에 이를 수락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연말 이 회장을 특별사면하면서 그의 경영 복귀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삼성그룹 핵심 CEO들 역시 이 회장의 경영복귀 필요성을 내비쳤고, 이 회장 스스로도 경영 참여 가능성을 몇차례 언급했다.

전략기획실의 부활, 이재용의 퇴진인가
경제계는 이 회장의 경영 복귀를 환영하면서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경련은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아울러 삼성은 오너의 책임 경영을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창조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논평을 냈다. 이 회장은 특별 사면된 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회복해 평창올림픽 유치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일부에선 이 회장의 복귀가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2년 전 삼성특검 등으로 인한 대국민 사과와 총수일가 퇴진 등을 담은 경영쇄신안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없이 사면되자마자 경영에 복귀했다는 것이다.
또 이 회장의 복귀와 함께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도 사실상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 안팎에선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사장 중심의 삼성시대는 상당기간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선 삼성 내부의 권력관계의 변화를 암시하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이 회장의 복귀가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2년 전 삼성특검 등으로 인한 대국민 사과와 총수일가 퇴진 등을 담은 경영쇄신안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없이 사면되자마자 경영에 복귀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전격적인 복귀 선언을 한 이인용 삼성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복귀배경에 대해 최근 일본 토요타 자동차 사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월 중순부터 토요타 사태를 지켜보면서 사장단이 느낀 위기감이 컸다”면서 “삼성 사장단협의회가 지난 2월 17일과 24일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 문제를 논의한 끝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글로벌 사업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경륜과 리더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건희 아니면 안되나, 이른 복귀에 따가운 눈총
물론 이 회장의 전격적인 그룹 경영 복귀에 대해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도 여전하다. 최근 몇 년 새 삼성공화국과 삼성특검 등으로 국내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큰 논란을 일으켰던 삼성사태에 대해 이건희 회장 총수 일가가 책임지고 물러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4월 삼성경영쇄신안으로 국민에게 약속했던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위기론’과 함께 총수일가의 경영복귀를 정당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삼성 내부의 권력관계의 변화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이학수 삼성고문을 중심으로 한 과거 권력의 공식적인 복귀로 이재용 부사장 중심의 미래권력의 후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사실상 2년 전 퇴진은 말만 퇴진이었지 막후에서 모든 실력생사를 해왔기에 복귀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이는 이 회장 복귀와 전략기획실을 부활 등은 이학수 고문을 중심으로 한 과거 권력의 공식적인 복귀와 함께, 상대적으로 이재용 부사장 중심의 미래권력의 후퇴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삼성의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경제 활성화의 선봉장 역할을 해내야만 조기 복귀에 대한 일각의 비판적 견해를 불식시킨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의 연간 투자규모로 사상 최대인 26조 원 투자
이건희 회장의 사무실은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42층이다. 이 회장이 삼성복귀 보름 만에 일본 재계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을 가진데 이어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유럽으로 출국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자 업계에선 반색하고 있다. 반도체나 전자제품 관련 사업은 변화의 폭이 큰 분야이기 때문에 강력한 오너십이 필요한데 이 회장이 이를 충족시켜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복귀하면서 삼성그룹에서는 굵직굵직한 투자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11조 원, LCD 5조 원 등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 8조 원을 포함해 총 26조 원 규모의 올해 투자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26조 원은 삼성전자의 연간 투자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앞서 삼성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친환경 및 헬스케어 신수종 사업에 총 23조 3,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개 분야에서다.
또한 삼성전자가 올해 전략적으로 힘을 싣고 있는 3D TV의 콘텐츠 관련 협력 계획을 밝혔다. 사실상 3D 콘텐츠가 전무한 상황에서 하드웨어(삼성전자) 및 방송장비(아바타 촬영팀), 소프트웨어(SM엔터테인먼트) 진영 간 협력은 유의미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한편 구글이 지난 21일 ‘구글TV’라는 스마트TV 프로젝트를 공개하면서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TV에 대한 종합적인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TV용 앱스토어인 ‘삼성앱스’를 여는 등 이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재계는 투자의 내용 및 수준을 보면서 “이건희 회장만이 내릴 수 있는 최고수준의 의사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계열사 사장단 수준에서는 쉽게 내릴 수 없는 결단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투자확대로 지난 1993년 이 회장의 ‘프랑크푸르트선언’ 이후 17년 만에 ‘제2의 신경영 신드롬’이 재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이건희 회장이 복귀한 이래 던진 화두는 ‘선제투자’, 이 한가지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 앞만 보고 가자”며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복귀 이후 주로 경영에 관한 발언만을 해왔다.
하지만 이 회장의 복귀 이후 상대적으로 계열사 사장들의 행보는 뜸해지고 있다. 특히 그간 삼성전자를 대표했던 최지성 대표이사 사장은 이 회장 복귀 직후인 지난 4월1일 사내방송을 통해 언론에 모습을 보인 이후 외부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삼성그룹의 정례 사장단모임인 수요 사장단회의가 공식출범한지 2년만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건희 회장이 참여하지 않는 사장단회의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정례 사장단회의를 주재하진 않을 것이지만, 필요에 따라 사장단회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결국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건희 회장이 주재한 회의에서만 이뤄질 것”이라는 재계의 시각에 더욱 힘이 실린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에는 이건희 회장 말고는 경영자가 없느냐”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삼성그룹 공식트위터를 통해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피력함으로써 오직 활발한 경영행보에만 집중했다.
‘총수 부재’의 문제가 해결된 삼성, 이건희가 다시 한 번 저력을 발휘해 ‘이건희 신드롬’을 일으키게 될 지, 신호탄을 쏘아올린 거대공룡 삼성의 움직임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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