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내린 것인가 안내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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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값, 내린 것인가 안내린 것인가
  • 김영식 운영고문
  • 승인 2010.04.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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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전쟁에 소비자들 농락 당한 셈, 한 달 뒤 제자리로 돌아갈 수도

유통업계의 할인 전쟁이 삼겹살에 이어 2라운드 ‘라면’으로 다시 시작됐다. 신세계 이마트가 ‘신 가격인하 정책’을 발표하며 대표적인 라면업계 1위 제품인 농심 ‘신라면’과 2위 브랜드인 삼양사의 ‘삼양라면’을 포함시킨 것 때문이다.
이 정책에 따라 3월4일부터 1만 1,680원에 팔리던 20개들이 신라면 한 상자 가격은 9.0% 내린 1만 630원으로, 삼양라면 5개 묶음 상품도 기존 2,780원에서 2,650원으로 내리고, 1개를 덤으로 주기로 했다. 낱개 가격으로 환산하면 20.5%의 인하 효과가 있는 셈이다.
여기에 주목할 것은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할 정도로 콧대 높은 농심의 ‘신라면’이 출시 24년 만에 처음으로 가격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 제조업체의 출고가격 인하가 아닌 이마트 자체의 유통마진을 줄이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마트는 1인당 구매량을 2상자로 묶어 뒀고 기간도 최소 한달 간이라고 조건을 내걸었다.
삼양식품의 ‘삼양라면’도 상황은 같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미 예정된 5+1 덤 기획행사(할인폭 20%)에 이마트 측이 자체 유통마진 중 4.9%를 추가 할인했다”며 “이마트 측에 한달간만 이 가격에 공급하기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론 한 달만에 가격이 할인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현재 이들 라면의 권장가격은 730원과 700원이다. 1986년 시장에 첫 선을 보이던 당시의 권장가는 신라면 200원, 안성탕면 120원, 삼양라면 100원으로 무려 6~7배 올랐다. 서민식품의 대명사이던 라면은 이제 더 이상 서민식품이 아닌 것이다.
한편, 서울시는 물가안정을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3월1일부터 ‘서울시 물가 홈페이지’를 만들어 농·수·축산물부터 라면 등 공산품과 식당 목욕탕 등 서비스업소 요금 등이 총망라된 생활필수품 물가 제공을 시작했다. 정부도 서민들을 위해 고공 행진하는 생필품가격 인하에 고전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앞장서 물가 안정을 추구하는 이때에도 서민들 상대로 부동의 업계 1, 2위의 자리에 오른 농심이나 삼양은 고객감사 차원에서라도 가격을 내리는 배포 큰 플레이를 벌이는 게 분위기 상 맞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가격인하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눈치다.
라면은 생필품이다. 서민 소비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그야말로 ‘생활 필수 제품’이나 다름없다. 농심과 삼양은 어느 누구보다 우리네 과거 배고픈 시절을 잘 안다.
서민들의 배고팠던 시절을 누구보다 잘 알고, 또 그런 시절을 보내면서 기업이 괄목할 성장을 했다. 이번 유통업체들의 라면 가격 인하 경쟁을 보면서 ‘농심이나 삼양이 한번쯤이라도 라면 가격을 먼저 자진해서 내리는 훈훈한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농심이나 삼양은 라면 가격을 내릴 계획이 전혀 없다.
농심과 삼양 관계자들은 오히려 “그동안 물가가 오른 것을 생각하면 그나마 라면값이 제일 저렴하다. 유통업체들이 자기들끼리의 경쟁 다툼에 제조사들만 힘들게 된 만든 꼴”이라며 현재의 ‘라면값 유통전쟁’에 대해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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