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2주기, 문화재 안전관리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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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 2주기, 문화재 안전관리 이대로 좋은가
  • 편집국
  • 승인 2010.04.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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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복원공사 첫 삽 뜬 숭례문, 앞으로의 문화재 안전관리 대책 및 방안은

숭례문방화사건 발생 후 안타까운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소실된 국보1호 숭례문 복원공사에 대한 논의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8년 5월 말 1차적으로 현장을 수습했고, 6월부터 12월까지 발굴조사를 비롯한 고증 및 설계 작업을 거쳐, 지난 2월10일 본격적인 복원 공사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위풍당당’다시 일어서는 숭례문
본격적인 복원 공사가 시작되기 전 국민들의 기원을 담은 고유제 의식이 진행됐다. 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의 주최로 숭례문 현장에서 거행됐던 고유제는 성균관석전보존회의 조관으로 고유제를 올려 숭례문의 복원을 기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고유제는 조선시대에 국가에서 나라의 의례(儀禮) 절차로 규정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중 좋은 일에 치르는 길례(吉禮) 중에서 국가와 주현(州縣)의 대문에 지내는 제사에 근거하여 진행됐다. 이날 이건무 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화재 후 2년간 숭례문을 사건 발생 이전의 모습으로 복구하기 위한 모든 준비 작업을 완료 했고, 오늘 본격적인 첫 삽을 뜨려한다”면서 “이제 숭례문은 지난 화마로부터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고의 장인들이 철저한 고증과 전통기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화재 직후 현장에서 추가 붕괴위험 부재를 해체하는 등 신속히 현장을 수습하는 한편, 피해현황 기록을 위한 실측작업을 진행했다. 피해 부재는 부재의 특성에 따라 분류 및 정리하여 2008년 5월말까지 경복궁내 부재보관소로 운송했고, 지난 2008년 5월 말 ‘숭례문 화재 피해현황 및 수습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으로 수습 단계를 마무리 했다. 이후 지난 2008년 국민들이 기증의사를 밝힌 소나무 166건 중 80건에 대한 현지조사 및 법률 검토 등의 과정을 거쳐 선별된 소나무 입목 21주와 원목 338개를 기증받아 지난 2009년 2월에 벌채, 운반해 경복궁내 목재보관소에서 건조했다. 건조된 소나무는 숭례문의 대들보와 기둥 등의 중요 부재로 사용될 예정이고, 상량문 등 주요복구 기록에 남겨질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또한 조선태조 이성계 5대조 묘소인 삼척시 준경묘역 내 소나무 10주를 벌채하여 경복궁 목재보관소에 옮겨 놓아 지난 2년 여간 자연 건조를 거쳐 복구공사에 사용한다. 더불어 숭례문 복구공사에 앞서 숭례문 주변 지형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2008년 6월부터 2010년 말까지 발굴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화재 당시 소방대원에 의해 긴급하게 수습된 현판은 지난해 양녕대군 사당인 지덕사(至德祠)에 소장된 숭례문현판 탁본자료를 제공받아 진위를 확인한 결과, 한국전쟁 이후 잘못 수리된 부분을 확인하여 이를 바로잡아 복구 작업을 완료했다. 뿐만 아니라 숭례문 복구공사 설계는 여러 조사와 연구 자료를 반영하여 작성했다. 손상 목부재에 대한 재사용 가능성을 검토하여 국보 1호의 진정성을 확고히 다지고 육축에 대한 구조안전성 검토를 거쳐 육축 보수에 대한 기초자료를 작성했으며, 공장제작 기와 사용에 따른 지붕 하중 증가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전통공법을 활용한 기와 제작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반영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2009년 말 가설덧집 공사와 복구공사 설계를 마무리했고 올해 2월10일부터 본격적인 복구공사에 착수하여 문루해체 및 복구, 육축 보수, 좌우성벽 복원, 문루 단청, 주변 환경정비 과정을 거쳐 2012년 복구를 위한 긴 여정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문화재 안전관리도 부익부 빈익빈
숭례문화재사건 발생 이후 문화재의 안전 및 관리를 강화하고 이에 따른 방안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국보는 법령에 의해 국가적인 보물로 지정된 최상급 유물인 만큼 ‘문화재보호법’의 보호를 받는다. 유형문화재 중 역사, 학술, 예술 등의 가치가 높은 것은 보물로 지정되고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을 골라 지정한 문화재가 국보이다. 1962년에 만들어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는 훼손 시 수리할 필요가 있고, 보존 처리가 필요한 경우, 국고와 지자체 예산의 보조를 받을 수 있다. 심지어 국가지정문화재를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자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면서 관람료를 받을 수도 있다. 대신 문화재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한편 서울시는‘2009년 문화재 안전관리 예산’을 전년보다 18억 원 많은 61억 원으로 대폭 상향 책정하고 지난 2월7일 서울소재 주요 문화재에 상시 경비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 종합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해 주요 건축물 문화재 127곳을 중점 관리하고 있다. 104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주요 건축 문화재 23곳에 경비인력 113명을 배치해 3교대 24시간 감시체제를 구축했다. 또한 경비 근무 체제를 강화하고자 이달 중으로 29명의 감시 인력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문화재 79곳을 대상으로 CCTV와 적외선 감지기를 설치하고 나머지 51곳을 대상으로 화재감지기를 설치하는 등 원격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흥인지문과 문묘, 사직단 정문, 대원각사비 등 60개의 목조 문화재에는 화재 발생 시 확산을 늦추는 방염제가 뿌려졌다. 특히 흥인지문에는 9명의 경비인력을 배치하고 방범펜스와 CCTV, 불꽃감지기, 하론 소화기, 자동경보기 등을 집중적으로 설치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올해는 환구단과 광희문, 약현성당 등에 화재감지기와 소화전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흥인지문 등 62개소의 재난 대비용 설계도를 제작해 자치구와 소방서 등에 비치했다. 또한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문화재의 이력과 기본 현황, 보수 이력과 도면 등의 정보를 모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충세 서울시 문화재과장은 “제2의 숭례문 화재 사고를 막고자 종합적인 목조문화재 안전 대책을 마련해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소방서 등 관련 기관과 협조체제를 갖춰 재난대응 능력을 높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화재 안전관리 강화 및 방안 대책에 대한 실효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라 다시 한 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 유명 문화재에만 예산이 집중돼 있을 뿐 실시간 감시 시스템은 여전히 허술하다는 것. 대표적으로 종로6가 소재 흥인지문(보물 제1호)에는 지난 2월 예산 6,000여만 원을 투입해 불꽃감지기 5대와 침입감지기를 설치했다. 각각 2층과 3층에는 18개의 청정소화기가 비치됐고, 관리사무소 직원 9명이 한 시간마다 순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숭례문 화재가 떠올라 한시도 마음을 놓기 어렵다”며 지나가던 시민들이 호기심에 경계선 안으로 들어오기만 해도 울리는 경보음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홍지동 소재 홍지문(서울시유형문화재 33호)은 통행로에 CCTV 2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았다. 우선 주변에 관리사무소가 없었다. 대신 1.6㎞쯤 떨어진 창의문 관리사무소에서 홍지문 CCTV 화면을 감시하고 있었다. 홍지문을 실시간 모니터하고 있다는 종로구 측의 설명과는 달리 홍지문 정면에서 1m쯤 앞에 있는 벤치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이틀 동안 방치돼 악취를 풍겼다. 문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쓰레기더미와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출입문 옆에는‘흥지문’으로 잘못 표기된 CCTV 설치 안내문이 볼품없이 붙어 있어 허술한 관리체계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관계자는“홍지문 내부에는 분말소화기 2개가 갖춰져 있어 화재가 날 경우 즉시 진화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분말소화기는 문화재를 손상시킬 수 있어서 현재는 대부분 수소화염화불화탄소 성분 등 가스로 불을 끄는 청정소화기로 교체하고 있다. 흥인지문에도 분말소화기 2개가 있었지만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 2월 청정소화기로 교체됐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숭례문 화재 이후 막대한 예산을 투입, 곳곳에 CCTV를 설치했지만 문화재 근처에서 음주를 하거나 담배를 피울 경우 곧바로 제재하는 등의 운용 시스템은 구축되지 않았다”며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관계자는 “인력과 예산의 한계로 흥인지문과 서울문묘 등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부터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며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나머지 문화재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경비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의 가치여부에 따라 안전관리의 경중이 판가름 나는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현상은 각 지자체 소재 문화재도 피해갈 수 없었다. 일부 지자체에는 학예사의 부재로 인해 담당자의 전문성 결여는 물론 체계적인 문화재 보호 및 관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특히 전문가가 아닌 기술직공무원이 문화재 관리를 전임할 뿐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유지보수, 공사, 시설보수 등도 겸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재 관리직이 인사이동 시 잠시 거쳐 가는 자리로 전락해버려 전문성과 연계성, 문화재를 대하는 소명의식 부족으로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문화재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비전문가인 공무원들이 공사, 시설보수, 관리 등을 복합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안목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인사 때마다 문화재 담당이 바뀌어 체계적인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문화재의 많고 적음을 떠나 문화재에 대한 가치판단과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전문지식을 가진 학예사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문화재의 경우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력이 부족해 문화재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며 “학예사를 바로 채용할 수 없는 지자체는 다른 지자체와 연계하여 해당 학예사들과 교차업무를 실시하거나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주민들의 참여를 유발하여 도움을 받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 법제 재정비로 문화재 관리에 만전을 다할 것

이에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을 「문화재보호법」(12장 104조문),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7장 38조문),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7장 62조문) 등 3개의 법률로 분법하여 문화재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체계화하는 방안이 지난 2009년 12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분법은 현행 문화재보호법이 1962년 제정 이후 34차례의 개정을 거치면서 입법체계가 복잡·난해해진데다가, 문화재 보호 대상 및 관리시스템의 다변화 등 행정환경이 변하여 문화재 관련 법제를 체계화하고 다양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분법으로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기초조사제도, 매장문화재 조사기관 등록제도, 문화재수리 의무감리제도 등 신규 제도를 도입하고, 국외소재 문화재보호 및 환수 정책 추진규정, 문화재 보존조치에 따른 해당 토지의 매입근거규정 등을 새롭게 마련함으로써 문화재행정의 품질을 제고하고 실효성 확보에 앞장서겠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입장이다. 문화재 관련 3개 법률은 2011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문화재청은 각 법률에 대한 하위법령 제·개정을 법률 시행일 전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근 안동시는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비지정문화재의 관리를 위해 지난해 지역 내 활용성과 보존가치가 있는 비지정문화재를 선별해 ‘안동시문화유산’으로 37점을 추가 지정하여 고시했다. 안동시는 2006년도에 안동시 문화유산 보호조례를 제정하면서 이를 근거로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일제조사를 실시, 약 200여 점의 비지정문화재를 발굴하고 관계 전문가의 감정을 거쳐 2009년 1월에 27점을 ‘안동시 문화유산’으로 지정했고 올해 37점을 더했다. 전문가의 감정과정에서 제외된 나머지 136점에 대해서는 안동시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남겨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안동시의 이와 같은 문화재 관리 정책은 지정문화재에만 치중되왔던 지금까지의 문화재 관리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비지정문화재 역시 우리가 보존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재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월10일 소방방재청(청장 박연수)은 소방시설 보강과 방화관리제도 개선 등 그간 추진해 왔던 ‘문화재 안전관리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국보 혹은 보물로 지정된 목조건축물의 화재예방을 위해 목조건축물을 방화관리대상물에 포함시키고 목조건축물에 대해 물분무와 같은 소화설비, 옥외소화전설비와 같은 소방시설을 의무 설치토록 했다. 지난 2008년 11월에는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 간 ‘문화재안전지킴이’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주요 목조건축물 등 145개소에 상근 안전관리요원 656명을 배치해 외부인 침입을 차단하고 위험요소 및 방화의 소지 사전 차단 등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주요 국가지정 목조문화재(145개소)와 중요문화재(2,238개소)의 지리적·구조적 특성을 파악해 화재대응 매뉴얼을 제작하고 첨단 화재진압장비인‘다기능 무인 파괴방수차’를 서울과 제주 등지에 배치해 화재진압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관계자는“문화재화재 재발방지를 위해 목조건축물 특성별 화재조기감지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목조문화재의 화재위험성에 대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전국의 전통사찰 및 중요 목조문화재에 대한 특별소방안전점검도 곧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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