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하는 대한민국 향해 ‘거침없이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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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하는 대한민국 향해 ‘거침없이 하이킥’
  • 박희남 기자
  • 승인 2010.04.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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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도층 도 넘은 막말 논란, 의식 전환 절실해

TV를 켜도 라디오를 틀어도 인터넷을 해도 어디를 가나 막말이 판치는 요즘, 사람들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자면 기가 차고 울화통이 치밀 지경이다. 어디 하나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나, 그렇다고 바른말 고운 말을 쓰는 사람이 있나, 죄다 엉망진창이다. 다시 처음부터 ㄱ,ㄴ,ㄷ 한글을 배워야 할 판이다.
종전까지 비속어와 외계어가 우릴 괴롭혔다면 이젠 ‘막말’이라는 천둥벌거숭이가 세상을 휘젓고 다닐 형국이다.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한다는 뜻을 지닌 막말, 이 두 글자가 우리 사회를 막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웃는 얼굴로 상대방을 짓밟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 2010년 우리의 모습. 막말과 막장에 우리 사회는 시퍼렇게 멍들어 가고 있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최근 판사들과 검사들의 ‘뚫린 입 막말’ 퍼레이드가 연일 화제다. 사건인 즉 40대 판사가 재판도중 69세의 소송 당사자를 향해 “버릇이 없다”는 발언을 한 것. 이 사건은 넷심을 뜨겁게 달구며 사회적 문제로 부상, 항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 수사과정상에서의 모욕적 언사 등이 만천하에 공개됐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가관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법정에서 판사로부터 언어적으로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는 취지의 상담 신청을 20여 건이나 접수했다. 인권위가 파악한 상담 사례를 살펴보면 상담 신청인은 사법주의의 지나친 권위의식이나 모욕감을 주는 행동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꼈다는 게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 진술에 따르면 법정에서의 판사 권한은 그야말로 신이였다. 일부 판사들의 경우는 마치 자신 위에는 아무도 없는 것 마냥 으스대며 피고인에게 막말을 퍼 붓는가 하면, 판사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차렷’과 ‘열중쉬어’ 등 앉기와 일어서기까지 시키며 피고인들이 모멸감을 느끼도록 행동했다.
또 법정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사람들이 겪은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법정 방청객으로 참석한 한 신청인은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는데 한 판사로부터 “시끄럽다. 이곳에서 무조건 판사가 하라는 대로 말 들어라”라는 이유 없는 꾸중을 받아야 했다. 어이없는 판사의 행동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판사는 이름과 주소, 직업을 이야기하라며 다그쳤고, 단순히 법정 방청객으로 참석했던 신청인은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신상정보를 이야기해야 했다.
여기에 인권위가 지난 2008년 7월부터 2009년 6월까지 1년간에 걸친 검찰 관련 상담신청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검찰들의 막말은 한술 더 떴다. 인권위에 접수된 상담신청은 총 252건으로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264건보다 12건이 줄어든 수치이지만, 양보단 질이 더 거세진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한 점을 잘 반영하기라도 하듯 지난 2007년에는 눈 뜨고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때는 바야흐로 2007년 여름, 구속된 피의자는 출석 요청 전화를 받고 집 앞으로 나오던 중이였다. 그때 수사관 6~7명이 자신을 향해 전기총 6방을 쏴댔다. 정신을 잃은 피해자는 그대로 쓰러졌고, 수사관들은 쓰러진 피해자를 쇠파이프 등으로 등과 엉덩이, 가슴 부위를 구타했다. 검찰에 이송된 피해자는 “몸이 너무 아파 죽을 것 같다”고 울먹이며 하소연을 했고 그런 피해자를 향해 검찰이 한 말은 “뒈져라”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지방검찰청 검사에게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검사로부터 “이게 미쳤나. 어디에서 꼼수를 부려. 죽고 싶냐”라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었다. 검사들은 이 밖에도 “네 성씨들은 너처럼 그렇게 머리가 안돌아가니. 돌 머리야”, “너 진짜 나한테 밝혀 볼래” 등 모욕적인 말들을 내뱉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의 해명은 변명에 가까웠다. 검찰은 “검찰과 관련한 인권상담 사례 중 대부분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것이 절반”이라며 “단순한 신고일 뿐,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법원 역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막나가는 공무원 입 ‘살벌해’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공무원이 민원인을 봉 취급했다.

인권위는 지난 2월15일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너 정신병자냐”라는 발언을 한 것을 인권침해라고 판단,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해당 공무원을 경고조치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지난 1년 간 행정안전부에서 사무보조원으로 근무하기로 계약했지만 8개월 만에 계약이 해지되었고, 이에 A씨가 자신의 인사 관련 심사기록에 대해 정보공개를 신청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비공개 결정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해당 공무원이 A를 향해 “정신병자 아니냐”, “마음대로 해 XX야” 등의 욕설을 내뱉었다. 해당 공무원은 “진정인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나도 모르게 우발적으로 단 한 차례의 욕설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한 차례라 해도 욕설의 종류와 내용 등이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과도한 행위임에 명백하다”며 “법령상, 업무상 또는 사회규정상 용인되는 정당행위가 아니므로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진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밝혔다.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지도층 양반들이 도무지 왜 이러나 모르겠다. 정말 이쯤 되면 막가자는 심사다. 막말 그만하시고 나랏일이나 제대로 신경 썼으면 하는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제발 외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교사 입 거칠어, 학생 뭘 보고 배우나
대한민국 교사들의 거친 입 때문에 학부모들 단단히 뿔났다. 판사, 검사, 공무원의 모욕적 언행이 수그러들기도 전에 이번엔 학생을 벌레에 비유한 교사의 폭언이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국가 인원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졌다. 지난 2월8일 인권위는 이 같은 결정문을 통해 폭언한 교사가 소속된 서울의 명문 모 고등학교장에게 이와 유사한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자체인권교육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문제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8년 겨울. 인권위에 따르면 당시 종례시간에 2학년 교사가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교실에서 학교폭력을 주도한 반 학생들을 향해 “너희는 인간쓰레기들이다. 바퀴벌레처럼 콱 밟아 죽여 버려줄까. 너희가 사람새끼냐”라며 폭언을 한 것. 자녀로부터 이 사실을 듣게 된 한 학생의 40대 학부모가 그해 12월 진정을 냈고, 조용히 묻힐 뻔 했던 이번 사건은 이제야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학부모의 증언에 따르면 폭언 교사는 “사회에 나가면 내 눈앞에는 띄지 마라. 지겨운 것들. 보이면 뭐로 확 다 찍어버리고 싶다”라는 무시무시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해당 교사는 “폭력 가해 학생들의 폭력 행위가 얼마나 위험하고 나쁜 짓인지, 보복행위를 할 경우 가해학생들과 똑같은 처벌을 받을 것이다. 만약 가해학생과 어울리는 무리가 교내·외에서 학급의 누군가를 때리거나 괴롭히면 나라도 가만있지 않겠다는” 뜻으로 훈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선도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이야기했다. 만약 그런 인간 이하의 행동을 하는 녀석이 있으면 인간 이하의 벌레라고 취급하고서 밟아버린다고 생각할 것 이라고 애기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란 말인가. 해당교사의 변은 뒤죽박죽 엉망진창이었다.
인권위 역시 진정인과 피진정인,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교사가 학생을 벌레에 비유하는 등의 폭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행위는 교사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다. 학생들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다”고 판단했다.

방송계는 막말 천하
방송계가 막말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승리는 보기 좋게 KO패. 지구상에 막말 천국에 존재한다면 과연 이곳이 아닐까라는 착각마저 들 만큼 막말이 넘쳐나는 방송계는 쏟아져 나오는 막말들을 감당하기 벅차 보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2월16일 밝힌 지역 지상파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언어사용’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TV와 라디오 부문을 통합해 53개 프로그램에서 비표준어 2,276건, 반말 481건, 비속어·은어 176건 등 총3,111건이 지적됐다. 특히 TV의 경우 비표준어와 비속어 등이 포함된 자막이 아무런 제재 없이 빈번히 사용되고 있으며, 라디오는 무분별한 외래어가 쉴 세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토요일 저녁 예능 최강자로 군림중인 MBC 무한도전(연출 김태호)은 방송심의원위원회로부터 ‘막말’에 대한 경고조치를 받아야 했다. 방송심위는 전체회의를 거쳐 비속어와 은어, 유행어 등을 자막과 함께 반복적으로 방송한다는 이유로 MBC 무한도전에 경고조취를 내렸다. 특히 ‘돼지 뚱보’, ‘돌 아이’, ‘늙은 사기꾼’ 등이 비속어 내지 인신공격성 별칭이라며 무한도전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무한도전 멤버들의 특징을 살려 지은 별명에도 태클을 걸어왔다. ‘뚱땡이’, ‘찮은이 형’, ‘항돈이’, ‘쩌리짱’ 등에 대하여 “언어 파괴적, 인신공격성 별칭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그 내용이 자막을 통하여 다시 강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비단 무한도전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방송통신심의위 확인감사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진성호(한나라당·서울 중랑을)의원은 막말 발언으로 논란을 빚어온 인기 개그맨 김구라의 방송비디오를 상영하는 한편, 공중파의 구체적인 막말 사례를 공개해 눈길을 모았다. 막말의 대가로 알려진 김구라는 지난 2007년 방송을 통해 “개XX야”라는 직접적인 욕설을 사용해 경고를 받았고, 이듬해 2008년에도 방송 중 “이런 X같은 경우”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날 공개된 방송통신심의위 자료에 따르면 종영된 MBC 명랑 히어로는 “왜 이렇게 아가미를 크게 해”라는 비속어와 은어를 남발해 주의를 받은 적이 있으며, 출발 비디오여행 역시 ‘모가지 원추’ 등의 비속어를 사용해 주의를 받았다.
그렇다면 방송가의 꽃이라 불리는 드라마의 속사정은 어떠할까. 한마디로 독하고 폭력적이며 미쳤다. MBC 드라마 ‘밥줘’를 시작으로 KBS2 ‘수상한 삼형제’, SBS ‘천만번 사랑해’, ‘아내의 유혹’, ‘자명고’ 등 이들은 소위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며 혹평이 줄을 이었던 드라마들이다. 자극적인 말과 선정적인 장면들로 채워진 막장 드라마는 불륜과 패륜을 당연시 조장하는 것은 물론, 저속한 표현을 일삼으며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고 심할 경우 욕설을 내 뱉는 주인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지난 2월17일 방영된 MBC 일일드라마 ‘살맛납니다’에서는 주인공 유진이 기욱을 도발하기 위해 ‘막말’을 퍼부었는데, 대사 중 “인간 기생충 그대로다”라는 말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 막말 논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SBS 자명고 역시 ‘졸라리’라는 말을 사용해 시청자들의 질책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는 ‘지붕 뚫고 하이킥’ 시트콤에서 주인공 해리가 쓰는 ‘빵꾸똥꾸’라는 표현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와 관련해 ‘권고’ 조치를 취하자 네티즌 사이에서 이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됐고 급기야 문화계 정계 인사들 사이에서 옹호와 비난의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상대 연예인을 비하하는 무시 발언을 내뱉는가 하면, 타인의 사생활을 여과 없이 폭로하는 등 방송계의 막말천하가 갈수록 심각해지며 청소년층에게 비정상적 윤리관을 침투시키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품격 있는 언행, 의식 전환이 최우선
바른말, 고운 말, 예쁜 말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도통 찾을 기미가 보이지 않다. 서로 마주하기만 하면 상대방을 아프게 하는 말들로 으르렁 대기 바쁜 2010년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에 사회 각계각층은 막말 뿌리 근절을 위하여 다양한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제일 첫 번째로 막말 단속을 위해 총대를 멘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였다. 방통심의위원회는 언론사 초청 간담회를 통해 2010년 주요 업무운영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들이 빈번하게 방영되는 방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이른바 ‘막말’, ‘막장’ 방송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심의를 실시하는 한편, 장르별 주제별 프로그램 내용 분석 및 중점 심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방통심의원회는 올해 운영 목표 중 하나로 ‘품격있는 방송, 공정한 선거보도 환경 조성’을 잡고, 막장·막말 방송 및 소수자 인권침해사례를 중점 심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상황으로는 오락프로그램에서의 사회적 약자 관련 내용을 중점 심의하겠다며, “외모 비하, 성별역할 고착화 및 소득, 성차별, 직능, 세대 등 계층 간 위화감 조성 내용”이나 “어린이, 노인,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약자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실제로 KBS는 예능 프로그램 막말 방송에 대해 ‘삼진아웃제’를 도입키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욕설 및 인신 공격적 표현은 물론이고, 미신, 소문 등 사실관계가 모호한 내용이나 과도한 사적 방담도 제한될 뿐 아니라 자막도 비속어, 은어, 인터넷 조어 등의 사용을 제한키로 했다. 이러한 사항을 3회 이상 위반할 경우 ‘프로그램 퇴출’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진다.
‘말로 온 공을 갚는다.’ 이는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이 중요하다는 옛 속담이다. 또는 말은 인격을 비추는 거울과 같이 말에는 말하는 사람의 인품과 교양, 성격 등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최근엔 욕설이나, 비속어 등 막말에 점점 무뎌지는 분위기다. 성별은 고사하고 나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독설을 입에 달고 사는 대한민국 사람들. 특히 이른바 배웠다는 지도층의 막말은 ‘잘 나가는 사람들도 저런데 뭐’라는 생각을 들게끔 만들어 험한 말을 내뱉어도 용인되는 사회 분위기를 조장해 나가고 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 사회지도층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며, 체계적인 제도들을 통해 막말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해야한다. 아울러 학생을 벌레 취급하는 교사는 교사로서의 자격을 박탈해야 하고, 쇠망치가 등장하고 고래고래 떠나갈 듯 소리치는 국회에서 막말과 폭언을 일삼는 정치인은 국민의 손으로 직접 끌어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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