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물 전쟁, 지하수에서 그 해답을 찾다
상태바
지구촌 물 전쟁, 지하수에서 그 해답을 찾다
  • 이준동 기자
  • 승인 2010.04.07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공함양 기술로 수자원을 인위적으로 땅속 저장소에 보관

‘지구촌 물 전쟁’, ‘사상 최악의 가뭄’ 등 수자원에 대한 이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당면한 물 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에너지자원 확보차원에서도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21세기는 화석연료에 의한 분쟁보다 물 분쟁이 국가 간 갈등의 주원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기존의 수동적인 개념의 지표수·지하수자원 관리방안으로는 늘어나는 수요와 부족해지는 공급을 해결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각국에서는 그 방안으로 ‘지하수 인공함양’을 꼽고 있다. 지하수 인공함양기술은 자연적인 물의 순환계에서 하천을 통해 바다나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물의 일부를 친생태학적으로 포획해 인위적으로 지하수 함양시킴으로써 가용 지하수자원을 늘리는 녹색성장기술이다. 현재 미국, 호주, 인도, 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으로 능동적 개념의 지속가능한 수자원 개발 및 관리 기술로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내유일의 지하수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연구실이 청정 대용량 지하수자원 확보 기반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실용화 해 미래 국가 전략자원을 확보하고 쾌적한 국토환경 보전을 위한 초일류 지질자원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바다로 버려지는 빗물을 지하수로 유도

미국과 포르투갈 등 세계 곳곳에서 물 부족을 해소하고 지하수 용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개발한 인공함양 사업은 남는 수자원을 인위적으로 땅속 저장소에 보관해 지하수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미국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는 수돗물이 남는 기간에 아예 파이프를 통해 지하수에 넣어 물 부족이 생기면 펌프를 통해 이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2004년∼2005년간 극심한 가뭄을 겪어 GDP 2∼3% 수준의 피해를 겪은 바 있는 포르투갈의 경우에는 수자원의 상당수를 스페인에서 흘러나오는 강물에서 얻고 있기 때문에 지하수 관리가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여겨지고 있어 인공함양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장마철이면 집중호우로 물난리 피해를 입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의 계절에는 물이 항상 부족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제주 지역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중앙은 고지가 높고 섬 주변은 해발 고도가 낮아 비가 내리면 빗물이 급속히 바다로 빠져나가고 여름에 내린 물이 고여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 정도가 심하다. 또한 건천(乾川)이 6시간 만에 풍부한 유량을 자랑하는 하천으로 바뀌었다가 또 순식간에 가는 물줄기의 냇물로 변하는 등 변화무쌍한 여건이다. 여기에 지표 침투율이 좋은 화산지질의 특성상 댐을 쌓아 빗물을 가둬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도의 이러한 수리지질학적 특성을 활용해 바다로 버려지는 빗물을 지하수로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인공함양기술이다. 바다로 흘러가는 빗물을 지하수로 인공함양 시킬 경우 홍수 저감과 먹는 물 확보 등 일석이조,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깨끗하고 풍부한 물 국민에게 제공, 블루골드 역할
이에 따라 2007년 4월부터 교육과학기술부와 국토해양부에서 추진 중인 ‘21세기 프런티어 연구 개발사업’ 중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개발 사업단」의 일환으로 현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제주도의 수리지질특성에 적합한 인공함양기술 실용화 사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이의 일환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제주도와 공동으로 2007년도에 외도천 및 한천 상류지역을 대상으로 지형·지질, 토지이용, 하천현황, 하천유출 특성 등에 대한 기초조사를 실시했고, 2008년도에는 제주시에서 추진하는 한천 상류 홍수저감 저류지 설치지역을 연구대상지역으로 확정해 시추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사업은 2001년부터 연구를 수행해 개발한 기반요소기술인 지하수 함양특성 평가기술, 지하수 순환/유동 및 체류기간 산정기술, 지하수-하천수 연계 모델링 기술을 토대로 한 J-ART(Jeju-friendly Artificial Recharge Technology) 기술로, 고지대 하천에서 집중강수에 따른 돌발유출이 발생할 때 하류 하천 생태 및 자연적인 함양현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하천 유출수의 일부를 취수하고 적절한 수처리를 거친 후 불포화대에 위치한 주입정을 통해 주입, 오랜 시간 동안 대수층을 통해 흐르게 함으로써 바다로 버려지는 하천수를 지속적으로 이용 가능한 수자원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정호주입을 통한 직접주입 방식의 지하수 인공함양기술은 현재까지 국내에 적용된 사례가 없으나 여러 번의 화산분출과 용암으로 형성된 제주도의 대수층 및 지하지질 특성은 이러한 직접주입 방법을 통해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는 1년에 약 7억㎥의 빗물이 하천을 통해 바다로 버려지고 있으며 한천을 통해 연간 유출되는 빗물의 양은 최대 1,400만㎥(평균 800만㎥)에 이른다. 이에 제주시 한천 상류지역에 홍수 저감을 위한 저류지와 연계, J-ART 시스템이 건설되었다. 현재 진행 중인 J-ART 인공함양 시설(한천 제1, 제2 저류지 내)은 연간 300만㎥ 이상의 하천유출수를 지하로 함양시킬 수 있으며, 이는 제주시민 2만 여 명이 1년간 사용 가능한 지하수의 양이 늘어남에 따라 향후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 가뭄과 용수 수요 증가에 대응해 안정적으로 지하수자원을 개발하고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하수 인공함양 기술은 기후 변화에 따른 가뭄 대응 및 녹색 성장동력으로서 정부, 지자체,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아래 지속가능한 수자원을 확보함으로써 깨끗하고 풍부한 물을 국민에게 제공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경제발전의 블루골드(Blue Gold·물 산업)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지하수연구실의 김용제 박사는 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수자원확보기술로 진행 중인 이 사업은 국내 관-산-학-연의 연구진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해외기관과도 연계되어 수행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환경자원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공주대학교, 넥스지오(주)가 참여하고 있으며, 해외기관으로서 캐나다 Waterloo대학교와 미국 GSI water solutions Inc.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