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유치를 향한 닻을 올리다
지난 2009년 9월14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창립총회가 개최되었다. 창립총회는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인사, 국회의원, KOC위원장, 유치위원회 위원(76명) 및 고문 등 총 100여명의 인사가 참석했다.
이날 창립총회는 1부행사로 유치위원회 경과보고, 정관 확정, 위원장 선출, 위원 위촉장 전달, 위원회 규정 및 사업계획, 예산안 등을 심의의결했고, 2부 행사로 홍보영상물 상영, 유치위원장 인사와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의 축하인사에 이어 유치염원 낭독 등 축하리셉션이 진행됐다. 유치위원회는 정관계, 경제계 인사 17명, IOC를 포함한 국제체육기구 인사 13명, 경기단체장을 포함한 전 현직 선수 20명, 체육단체 및 기관 임원 9명 등 총 76명의 인사로 구성됐다. 이밖에도 정몽준 국제축구연맹 부회장과 김영수 전 문화관광부장관 등 10여명이 고문으로 추대되었으며, 자문과 기술, 선수와 재정 등 각 기능별 분과위원회도 설치하여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총회에 참석했던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평창은 두 차례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준비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를 치를 준비를 완벽히 갖추었기에 이번만큼은 꼭 이루어 낸다는 각오로 임할 뿐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역시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위원장으로 선출된 조양호 위원장은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깊은 책임감을 느낌과 동시에 국가에 대한 소명의식으로 국민적 염원에 부응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위원회 운영과 한진그룹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 등의 가용 가능한 역량을 총동원하여 국민적 염원인 올림픽 유치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선 위원장은 “동계올림픽 유치는 국가적 염원이자 과제로, 유치위원을 비롯하여 정부, KOC, 동계종목단체 등과 긴밀히 협조하여 반드시 유치에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또한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 겸 홍보대사로 활동할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의 축하전보와 횡계초등학교의 동계 꿈나무 선수가‘평창의 소망’이라는 편지를 낭독하여 동계올림픽 유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정부는 같은 날 ‘2018동계올림픽유치지원위원회규정(국무총리훈령)’을 제정하여 ‘2018동계올림픽유치지원위원회(위원장:국무총리)’ 및 ‘유치지원실무위원회(위원장: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를 구성했다. 지원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등 관계부처 장관, 유치위원장, KOC 위원장 등 30인의 위원으로 구성됐고, 유치와 관련한 주요 정부정책 및 사업을 심의 조정하여 2018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동계올림픽은 꼭 유치되어야 하는 국가 어젠다이고, 정부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힘과 동시에 유치위원회 창립총회에 맞추어 즉시 정부 지원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정부의 강한 동계올림픽 유치 의지를 나타내는 의미 있는 출발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위원회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처를 서울과 춘천에 두고 지난 2009년 10월15일에 KOC를 통해 IOC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했고, 2010년 3월까지 IOC에 신청도시 파일을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유치경쟁 도시는 독일의 뮌헨과 프랑스의 낭시 등이 있다. 오는 6월30~7월2일 IOC는 3~4개의 공식후보도시를 선정하고 2011년 2~3월 경 조사평가위원회의 현지실사가 진행될 예정이며, 2011년 7월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최종 개최도시를 선정하게 된다. 유치위원회는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동계올림픽이 지닌 경제적 가치와 효과는…
그렇다면 동계올림픽 유치는 어떠한 가치가 있으며 동시에 어떠한 효과를 불러올지에 전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3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거둔 성과의 경제적 가치는 20조 2,000억 원(명목 GDP의 약 2%)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직접적인 국가홍보 효과는 1조 2,096억 원에 달하고, 기업이미지 제고 효과는 약 8,400억 원, 기업 매출증대 효과는 14조 8,308억 원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국민 사기진작 등 간접적 가치는 3조 2,964억 원으로 추정되며 자긍심 고취, 사회통합 기여,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의 정량화하기 어려운 가치를 포함하면 동계올림픽의 경제적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동계올림픽 유치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대표적으로 국격 및 국가브랜드 제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모범적 극복사례에 이어 동계올림픽에서의 성과는 한국만이 가진 잠재적 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변화를 유발하여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는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사회통합과 선진 시민의식을 고취시켜 룰을 중시하고 규칙을 준수하며 치열한 승부에 승복하는 건강한 가치관이 사회전반에 자리 잡게 되어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이 사회적 통합 분위기 조성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의 저력에 대한 재발견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가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 특유의 승부근성이 도약을 향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원과 높은 국제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가진 역량을 결집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국민적 자신감 역시 얻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마지막으로 스포츠 외교력의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이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하면서 국제 스포츠기구에서의 위상 변화가 기대되는 것은 물론 이러한 변화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 결정적인 이점으로 작용하여 유치 진행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동계올림픽의 성과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국격제고와 세계중심 국가 진입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가올 6월의 월드컵, 11월의 아시안게임 등의 다양한 스포츠이벤트는 물론, 11월의 G20정상회담까지 긍정적인 여세를 몰아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분위기를 다져간다면 2018년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꿈이 아닌 현실로 이루어 질 것이다.
동계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3대요소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술, 문화, 인프라 및 경제력의 3대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동계스포츠는 선수의 기초체력과 함께 장비와 복장 등의 부가적인 요소 또한 경기의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선진스포츠 형식을 보이고 있다. 설원과 빙판 등의 특수여건에서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신체 보조 장비 착용이 필수요소로 꼽히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자연환경과 함께 자본과 기술, 장기간의 경험이 모두 필요할 뿐 아니라, 선수의 경기경험에 근거한 화학공학, 공기역학, 우주항공 분야 엔지니어들이 공학이론을 접목하여 장기간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때문에 각국은 첨단기술의 경연장인 동계올림픽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본을 장비 및 경기복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밴쿠버동계올림픽의 개최국인 캐나다는 ‘Top-secret’이라는 올림픽 R&D 프로그램에 5년간 800만 달러를 투입하고 20개 연구기관에서 150명의 인력이 55개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극비리에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결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추어 한국도 동계스포츠 종목에 스포츠 과학을 접목하고 장비와 인프라 및 시설을 개선하면서 동계올림픽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빙상장이 태릉선수촌과 춘천소재 야외시설로 극소수만 운영되었으나, 지난 2000년 국제규격의 실내 빙상장을 설립했고 이정수, 이호석 등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착용하는 국내기업의 쇼트트랙 스케이트화는 해외선수들도 애용할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이다.
이와 더불어 동계올림픽은 찰나의 미학과 예술성이 조화된 고감성 문화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속도의 아름다움, 곡선의 美, 기교와 예술성의 조화 등 높은 수준의 정교함과 감수성이 요구되어‘미끄러운 스포츠(Slippery Sports)’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더불어 마찰력이 낮은 눈과 얼음 위에서 진행되므로 경기속도가 매우 빨라 찰나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순위변동 역시 빠르게 이루어지는 등 절대강자라 하더라도 1등을 장담하기 힘든 종목이 많다. 때문에 선수와 관중 모두에게 고도의 스릴을 제공하고 빙판 위를 유연하게 미끄러지거나 바람을 타고 활강하는 경기장면 자체에서 우아한 곡선미가 표출된다. 특히‘동계스포츠의 꽃’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기술 못지않게 표현력이나 음악과의 조화가 중요한 채점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예술적 감수성 또한 필수요소로 꼽히고 있다. 예술성 평가에 서구적 미의식이나 가치관이 철저히 투영되어 근래까지도 非서구인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종목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한편 동계올림픽과 동계스포츠를 올바로 즐기기 위해서는 세부종목별 사전지식 학습이 필요하며, 기존 응원문화와는 사뭇 다른 관전문화가 요구되고 있다. 생소한 종목이 많아 용어나 관전 포인트, 전술, 채점기준 등을 모르면 재미와 감동이 반감되기도 한다. 더불어 단시간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므로 함성 등의 열정적인 응원보다는 차분한 관람문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프라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겨울 휴양형 레저 스포츠라는 특징을 보인다. 스키, 스노보드, 스케이트와 같은 대표적인 동계올림픽 주요 종목은 선진 겨울 휴양형 레저 스포츠로 분류된다. 동계스포츠를 즐기는데 있어 우수한 지리적 환경을 보유한 북유럽 국가와 알프스 및 로키 산맥에 인접한 선진국가가 메달을 독식하는 상황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뛰어난 인프라와 함께 일반인을 위한 장비산업도 발전시켜 동계 생활 스포츠의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계절적 요인과 함께 리조트와 같은 시설 인프라가 밑바탕이 되어야 선수양성 및 국제대회 개최가 가능한 것이다. 지난 동계올림픽은 미국 4회, 프랑스 3회,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스위스, 노르웨이, 일본 각 2회 등 레저시설이 발달한 선진국에서 개최되었다. 밴쿠버동계올림픽 메달 경쟁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국가는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높은 선진국이 상위권에 포함됐는데, 순위별 1인당 GDP(달러)를 조사한 결과 1위 캐나다가 3만 5,669, 2위 독일이 3만 4,907, 3위 미국이 4만 5,017, 4위 노르웨이가 5만 3,481, 5위 대한민국이 1만 9,231 순으로 나타났다.
관련 인프라 완공된 평창, 유치확정만 남아
그렇다면 2010밴쿠버올림픽에서 선전한 한국선수단의 상승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2018년 동계올림픽 고시 3수에 도전장을 내민 평창은 어떨까. 이미 2번의 유치 준비 과정을 거친 평창은 IOC로부터 다양한 면에서 최고점을 얻으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창은 유치 준비 과정 중 IOC와 약속한대로 교통 및 경기장 시설 등과 관련한 인프라를 꾸준히 확충해 대부분의 시설이 완료단계에 다다랐으며 모든 선수단의 이동거리를 30분 이내로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가장 컴펙트한 콘셉트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설상 8개와 빙상 5개를 포함한 13개의 경기장 시설 중, 설상 6개, 빙상 1개를 포함한 7개의 시설은 이미 완공 되었으며 미착수된 2개의 설상 시설과 4개의 빙상시설은 이미 기본설계 등의 토대를 마련해 놓은 상태로, 유치 확정 후 즉시 추진 할 계획이다. IOC본부호텔, 선수촌 2, 미디어촌 2, IPC/MPC를 포함한 6개의 올림픽 관련 시설 중 IOC본부호텔과 미디어촌은 준공단계에 있고, 나머지 선수촌과 미디어촌을 포함한 나머지 건물 역시 유치 확정 후 추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놓은 상태이다. 또한 편리한 교통망 구축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점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원주~강릉간 복선철도 및 제2영동고속도로 착공, 국도 59호선 확포장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동계올림픽 유치 3수에 도전하는 평창의 행보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010년 유치과정부터 준비해 온 ‘드림프로그램’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리적 여건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 동계스포츠를 접하기 힘든 나라의 청소년들을 초청하여 동계종목 강습은 물론 다채로운 문화교류를 통해 올림픽 무브먼트를 실현하고자 시작된 드림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옴으로써 국제스포츠계와의 약속이행 등 신뢰도 제고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평창의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지적됐던 동계스포츠의 저변확대면에서도 많은 투자와 노력이 계속돼 왔다. 평창~강릉을 동계스포츠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동계스포츠의 저변확대 및 동계실업팀 육성 등을 적극 지원했다. 강원도청의 남자컬링과 봅슬레이, 스켈레톤과 장애인 아이스하키 팀이 실업팀으로 활동 중이고 스노보드, 스키점프, 스피드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등의 시군 및 기업체 팀이 활동 중이다. 인근지역 30개 교의 560명의 동계종목 꿈나무 선수 및 학교를 지원하고 육성하여 장기적인 동계스포츠 저변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뜨거운 국민적 성원과 유치열기에 힘입어 평창이 가진 열정을 최대한 어필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동계올림픽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IOC의 평가항목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적지지 측면에 있어 평창은 지난 2014년 당시 90%가 넘는 지지도를 확보하는 등 경쟁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다가올 2018년도 유치전에도 13만 동사모(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모임)를 중심으로 유치위원회와 함께 전 국민적 열기를 모아 앞으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유치위원회는 밝혔다.
과연 평창이 88서울올림픽, 2002FIFA월드컵, 2011대구육상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2018동계올림픽 유치를 달성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 이어 세계 4대 스포츠 이벤트의 다섯 번째 개최국이 될 수 있을지, 눈보다 더 순수하고 아름다운 열정이 담긴 평창의 행보를 주목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