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행복,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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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행복,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
  • 박희남 기자
  • 승인 2010.04.05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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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보호와 삶의 질 향상 위한 제도들 풍년

몇 년 전 상영된 2편의 영화는 도시의 척박한 생활에 지친 바쁜 현대인들의 가슴에 한 줄기 따뜻한 단비를 선사했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잠시나마 잊고 지냈던 일상생활의 소소한 행복의 감정을 마음 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관객들이 웃고 울을 수 있었던 이유는 화면 속 주인공인 초원이와 기봉이 때문이었다. 정신지체장애와 달리기를 모티브로 삼아 많은 부분이 일치되었던 영화 ‘말아톤’과 ‘맨발의 기봉이’. 이 두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큰 이슈를 모았다. 자폐증으로 5살 지능을 가진 20살 청년 초원이가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릴 땐 함께 달리며 숨 차 했던 우리고, 7살 지능을 가진 시골청년 기봉이가 맨발로 동냥밥그릇을 들고 뛰어다니며 홀어머니를 봉양하는 모습에선 함께 엉엉 울며 슬퍼해야만 했다. 일반인들에 비하여 지능은 턱 없이 모자랐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 동안 화면 속 그들은 단 한 번도 슬퍼하거나 괴로움의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오히려 어려운 현실을 즐겼다. 장애는 하늘의 뜻이기에 담담히 받아들인 초원이와 기봉이. 이들의 모습은 감동을 넘어 장애인에 관한 오래된 편견마저 과감히 무너뜨렸다.
우는 날 보단 웃는 날이 많아졌고, 괴로워하기보단 즐거움을 택한 용기 있는 그들. 2010년 우리는 더 이상 장애인들을 불쌍하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삶의 주체가 되어 비장애인들과 행복한 인생을 꾸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밴쿠버의 감동은 쭉 계속 됐다
“우리도 금메달 따고 싶어요.”
겨울의 끝자락을 온통 행복으로 물들인 밴쿠버 동계 올림픽. 많은 이들은 올림픽이 끝났다고 말하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인 이들도 있다. 반겨주는 인파가 많은 것도, 그렇다고 후원이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지만 밴쿠버에서 그들의 활약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만큼 훌륭했다
지난 3월13일, 장애극복을 위한 지구촌 최대 감동의 축제인 2010 밴쿠버 장애인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 밴쿠버 BC 플레이스에서 화려한 개막식을 열었다. 44개국에서 약 600여 명의 선수들이 참석하는 이번 대회는 아이스슬레지하키, 휠체어컬링,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등 5개의 정식종목으로 치러졌다.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등장했고, ‘하나가 다수를 움직인다(One inspires many)’를 주제로 개막식은 성대하게 시작됐다. 앞서 치러진 비장애인 동계올림픽과는 다르게 입장속도는 매우 느렸다. 하지만 관객 누구 하나 찡그린 표정도, 비난의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 때 앞이 보이지 않은 한 선수가 입장 도중 방향중심을 잃어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은 듯 멋쩍게 웃음을 짓는 선수. 그럴수록 관객들의 박수소리는 점점 커 갔다.

카자흐스탄 선수단의 입장이 끝나고, 드디어 한국 선수들의 입장 차례. 흰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로 통일된 옷을 입고 연실 밝은 표정을 보인 한국 선수들은 천천히 한 발 한 발 꿈의 무대인 올림픽을 향해 내딛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선수들은 25명. 24명의 임원과 함께 사상 최대 선수단을 구성했다. 5개 정식종목에도 모두 출천해 동메달 1개로 종합 22위권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그렇게 10일 간의 열전은 시작됐다. 경기 시작과 함께 누구보다 주목을 받은 건 메달 기대주 임학수(21,하이원)와 한상민(30,하이원) 선수였다. 먼저 임학수는 밴쿠버장애인동계올림픽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 스키 등 2종목에 출전하며 지난해 스웨덴 월드컵에서도 동메달 2개를 따내는 등 세계 정상급 실력을 뽐냈다. 한상민 선수의 실력 역시 그에 못지않다.
하지만 임학수는 결과적으로 바이애슬론 시각장애 12.5㎞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별 다른 이유는 없었다. 주종목인 크로스컨트리 경기에서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임학수는 지난 3월16일 크로스컨트리 남자 시각장애 20㎞ 프리에 출전해 전체 9위에 오르며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하지만 메달획득에는 아쉽게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한국의 마지막 희망인 한상민도 불운의 실격으로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당연히 슬퍼하겠거니 생각하며 모두들 위로의 말을 전했지만, 정작 임학수와 한상민 본인은 슬퍼하지 않았다. 교정시력 0.1로 바로 눈앞의 사물 형체만 어렴풋이 볼 수 있는 시각장애 5급인 임학수와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마비된 중증장애인인 한상민은 고대하던 올림픽에 출전해 꿈을 이뤘다는 데 의의를 두고 더 감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편 빙판 위의 당구라 불리는 컬링 경기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깜짝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한국은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 1개로 종합 18위에 오르며 지난 22일(한국시간) 대회를 마감했다. 비록 금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가슴 찡한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를 선물한 장애인 선수단. 꿈을 위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한 이들이 진정한 챔피언이다.

나눌수록 큰 기쁨, 더해가는 행복
사회 각계각층 도움의 손길 이어져

4월20일, 장애인의 날이 어느덧 29번 째 생일을 앞두고 있다. 생일날 생일선물이 빠질 수 없는 법, 올해는 사회각계각층으로부터 전달된 생일선물도 풍년이다.
요즘 시각장애 1급 박지윤(27,가명)씨는 신이 났다. 장애인 심부름센터 차량이 추가 보급되었기 때문이다. “아침 출근 시간 마다 솔직히 막막했어요. 일반인도 힘든데 보이지 않는 우리는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하지만 요즘 그녀는 출근길이 매일 즐겁기만 하다. 장애인의 눈과 발이 되고 있는 서울시 장애인심부름센터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 한통이면 집 앞까지 달려오는 장애인 심부름센터 차량은 장애인들이 편하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24시간 내내 승합차량을 운영하고 있으며, 운전사들이 시각장애 체험과 친절교육 등을 이수해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차량 요금도 1만 1,000원 가량의 일반택시에 비하면 35%수준에 불과해 교통비 부담 해소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어요.”
지난 1984년 한 대의 차량으로 출발한 장애인 심부름센터 차량은 추가로 보급됐다. 아울러 올해 초 기존 음성만으로 전송되었던 콜 내용은 문자로도 가능하게 개선되었으며, 차량 지정배차 방식을 도입해 차량연결의 시간도 대폭 단축됐다.
장애인들의 교통 불편 해소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장애인들이 운전면허를 취득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 발간돼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국립재활원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보다 쉽게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각종 정보화 운전방법 등을 기재한 ‘장애인의 자동차 운전’책을 최초로 발간했다. 책자를 살펴보면 그 동안의 교육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들이 보다 쉽게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장애인 운전면허시험 제도 및 취득방법 ▲장애유형별 장애인 자동차 운전방법 ▲장애인 운전 보조 장치 및 복지시책 ▲알아두면 유익한 운전상식에 관한 내용 등을 담고 있으며, 장애인복지 관련기관 및 운전관련기간을 중심으로 선착순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참고로 책자 내용은 국립재활원 홈페이지(www.nrc.go.kr) 자료실을 통해서도 열람이 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평소 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장애인들의 생활체육 참여를 늘리기 위해 서울시는 올해 장애인 체육 복지서비스를 대폭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2010 밴쿠버 패럴림픽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장애인들의 체육활동 참여가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서울시는 찾아가는 장애인 생활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 누구나 콜센터(1577-7976)에 전화를 걸면 장애인체육 전문가와 체육정보, 지도자 파견, 운동참여 등에 대해 문의할 수 있으며 운동 상담을 통하여 장애인전문 생활체육 지도자가 현장을 찾아 운동지도를 실시하고, 생활체육 교실, 여가 및 레저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장애 청소년을 위한 체육교실 15개를 지원하고 동호회(클럽)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올해 지원 동호회를 40개로 확대했다. 동호회 대상으로 지역리그전, 전국최강전, 어울림대회 등 6개 대회개최를 통하여 장애인 동아리 생활체육을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해는 신규 사업으로 장애인이 운동을 하고 싶어도 고가의 운동용품을 구입하게 어려워 체육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저소득 층 장애인을 대상으로 장비를 구입해 무상으로 임대해 주는 사업을 실시할 계획으로 장애인이 행복한 도시그물망 장애인 체육 복지를 실천하기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난 셈이다.
한편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위한 정부의 손길이 바빠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근로자의 3분의 2를 장애인으로 고용한 사회적 기업을 찾아 힘들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근무하는 장애인 근로자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또 이대통령은 36차 라디오 연설을 통하여 지난 5월부터 시행된 ‘장애인 특수교육법’으로 모든 대학이 의무적으로 장애학생지원 센터를 설치하고 각종 지원을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장애인을 위한 여건을 개선하여 피부로 느끼게 하겠다”면서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은 올해부터 3% 이상, 민간 부문은 2014년까지 2.7% 이상 장애인을 의무 고용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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