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이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 불가피
미르재단 설립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재단 운영 최순실에 맡겨
검찰이 최순실 씨 등에 대한 기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를 적시하는 ‘초강수’를 뒀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주범’으로 지목한 것. 지난 11월 20일 검찰은 구속기소한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공소장에서 박 대통령을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당초 알려진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헤 게이트’로 비화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 설립을 계획하고 대기업에 자금 출연을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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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검찰수사 수용 입장을 밝히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 전 잠시 눈을 감고 있다. |
이영렬 본부장은 “특별수사본부는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이 대통령과 공모 관계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최순실 게이트’는 박 대통령이 최 씨 등과 공모하거나 지시하면서 불법을 저지른 ‘박근혜 게이트’로 사실상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불법행위를 저지르면서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과 공모한 것으로 이 사건의 구체적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 사건은 최 씨가 박 대통령을 등에 업고 각종 불법을 저지른 사건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최 씨 등에게 지시하거나 공모하면서 불법을 저지른 사건으로 그 성격이 바뀌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수사를 받는 게 불가피하게 됐다.
박 대통령, 미르재단‧케이스포츠재단 기금 직접 지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 설립 계획부터 출연기금까지 직접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공소장에 ‘박 대통령은 한류 확산, 스포츠인재 양성 등 문화·스포츠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법인의 설립을 추진하되, 재단법인의 재산은 전경련 소속 회원사 기업들의 출연금으로 충당하기로 계획했다’고 명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이니, 그룹 회장들에게 연락해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고 이에 안 전 수석은 10개 그룹 중심으로 대상 기업을 선정한 다음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삼성 등 7개 그룹을 최종적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각 그룹 회장들에게 지난해 7월 24일 예정인 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기업 회장단 초청 오찬 간담회 직후 단독 면담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이후 지난해 7월 24일에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CJ그룹 손경식 회장, SK이노베이션 김모 회장 등을, 7월 25일에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등 대기업 회장들과 순차적으로 단독 면담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기업 회장들에게 문화, 체육관련 재단 법인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적극 지원을 해 달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은 단독 면담을 마친 뒤 안 전 수석에게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돈을 각출해 각 300억 원 규모의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같은 해 7월부터 8월 사이에 이 내용을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에게 전달했다. 이후 안 전 수석은 미르재단의 출연금 규모를 3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증액하고, 추가할 만한 그룹이 있는지 등을 다시 지시했다. 각종 불이익을 두려워한 기업들이 모금에 참여해 486억 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에게 “문화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재단의 운영을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고 최 씨는 재단의 이사장 등 임원진을 자신이 지정하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아울러 재단 업무 관련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는 등 재단의 인사 및 운영을 장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2015년 9월말께 최 씨가 미르재단의 명칭을 정한 뒤 박 대통령에게 뒤늦게 재가를 얻은 상황도 포착됐다. 박 대통령은 2015년 10월 21일 안 전 수석에게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는데, 이미 한 달 전에 최씨는 ‘미르’라는 이름을 정해놓은 상태였다.
최 씨는 지난해 12월 스포츠재단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케이스포츠재단에서 일할 임직원을 면접을 거쳐 선정한 다음 임원진 명단을 정 전 비서관에게 보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같은 달 안 전 수석에게 “정모 이사장, 김모 사무총장 등을 임원진으로 하고 사무실은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안 전 수석은 전경련 이 부회장에서 체육재단 설립을 해야 한다며 미르재단 때처럼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현대차 등 16개 그룹은 케이스포츠재단에도 총 288억 원의 출연금을 납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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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11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에서 “재단 출연 기업과 관련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박 대통령을 향한 강도 높은 직접 조사를 예고했다. 뇌물죄는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범죄이기 때문에 최 씨에게는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뇌물을 걷었고, 그로 인해 최 씨가 이득을 봤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게 ‘제3자 뇌물죄’다. 결국 박 대통령을 뇌물죄로 수사하겠다는 선전포고에 가까운 발표로 볼 수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케이디코퍼레이션을 지원한 혐의에 대해 제3자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케이디코퍼레이션이 대기업에 납품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차례에 걸쳐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통해 관련 자료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최씨의 부탁을 받은 박 대통령은 2014년 11월 안종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에게 “케이디코퍼레이션은 흡착제 기술을 갖고 있는 훌륭한 회사인데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현대차가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을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이후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동석한 자리에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게 “케이디코퍼레이션이 좋은 기술을 갖고 있으니 현대차에서 활용이 가능하면 채택하라”고 요구했고 지난 2월 현대차는 케이디코퍼레이션과 계약을 맺은 후 올해 9월까지 10억 원이 넘는 실적을 올렸다.
이로 인해 최씨는 대가 명목으로 KD코퍼레이션 대표로부터 시가 1,100만 원 상당의 명품백과 현금 5,100만 원 상당을 받기도 했다. 최씨는 또 케이디코퍼레이션 대표가 박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케이디코퍼레이션은 설립한 지 20년 정도 된 자본금 18억 원 규모의 소규모 제조업체다. 이 회사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졸업한 초등학교 학부형이 운영하는 업체로 이 업체 운영자는 최 씨와도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최씨와 안 전 수석이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최씨가 사실상 실소유주인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 물량 62억 원 어치를 몰아주도록 강요한 혐의에도 박 대통령이 연루됐다고 봤다.
포스코 펜싱팀 창단 강요…대통령이 공모
포스코 펜싱팀 창단을 강요한 혐의에도 대통령이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는 지난 2월 케이스포츠재단 직원에게 포스코그룹을 상대로 배드민턴 팀을 창단토록 하고, 더블루케이가 선수단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내용의 기획안을 마련토록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포스코그룹 권오준 회장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포스코에서 여자 배드민턴팀을 창단해 주면 좋겠다. 더블루케이가 자문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권 회장은 포스코 경영지원본부장에게 대통령으로부터 요청받은 내용을 지시했으나 어려운 경영 여건 등을 이유로 배드민턴팀 창단은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안 전 수석은 포스코그룹 측에 연락해 “청와대 관심사항이니 잘 협의하고, 포스코에 있는 여러 종목을 모아서 스포츠단을 창단하는 대안도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 측은 과도한 비용이 소요돼 수용하기 어렵다고 결정하고 대신 16억 원 상당의 펜싱팀을 창단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요구대로 더블루케이가 매니지먼트를 맡기로 했다.
박 대통령 “포레카 매각 절차 살펴보라” M사 인수 공모
박 대통령이 포스코에 대해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 양도를 강요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도 드러났다. 최씨는 지난해 1월 차 전 단장 및 차 전 단장의 지인과 함께 광고기획 등을 목적으로 하는 M사를 설립했다. 그러던 중 최 씨는 포스코 계열사인 주식회사 포레카의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것을 확인하고 인수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M사는 신생회사로서 인수 자격이 없었고, 이미 주식회사 C사와 롯데그룹 계열사인 또 다른 M사가 포레카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있던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안 전 수석에게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포스코 권 회장 등을 통해 매각 절차를 살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 안 전 수석이 KT를 상대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측근을 임원으로 채용하고,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 원 어치 광고 물량을 몰아주도록 강요한 혐의에도 대통령이 공모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과 8월 안 전 수석에게 “이모 씨라는 홍보전문가가 있으니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회장에게 연락하라”며 “신모 씨도 이 씨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안 전 수석은 KT에 채용을 요구했고, 이 씨 등은 KT에 채용됐다.
뿐만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안 전 수석에게 ‘플레이그라운드가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안 전 수석은 이에 KT 측에 전화를 걸고 “VIP 관심사항이다”라며 플레이그라운드가 KT의 신규 광고대행사로 선정해달란 취지로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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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중앙상가 실개천 거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피켓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 전 비서관은 지난 2013년 10월 국토교통부 장관 명의의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대상지(안) 검토’ 문건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해당 문건에는 수도권 지역 내 복합 생활체육시설 입지선정과 관련해 추가 대상지로 경기 하남 소재 3개 대상지를 검토했고, 한 대상지가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문건의 내용 및 검토 사실 등은 직무상 비밀에 해당된다. 박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해 이 문건을 최 씨와 정 전 비서관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외부 이메일에 첨부해 전송토록 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비롯해 2013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해 총 47회에 걸쳐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 47건을 최 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 대리처방 본격 수사
검찰이 최순실·순득 자매의 박근혜 대통령 주사제 대리처방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강남보건소가 김상만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은 대통령 자문의 신분으로 주치의 보고 없이 대통령을 직접 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부터 차움의원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 자매를 진료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씨 자매는 2010년 8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약 6년간 차움의원을 총 665회 방문했다. 이중 진료기록부에는 '박대표' '대표님' '안가' 'VIP' '청' 등 박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표현이 총 29차례 등장한다.
순실 씨의 경우 2011년 1월 11일 진료기록부에 ‘상담(박대표)’으로 처음 기재된 후 이와 유사한 단어가 총 13차례 등장한다. 이어 2012년 3월부터 9월까지 1~2개월에 한 번 꼴로 등장 '대표님' 등의 표현이 적혀 있는 것이 확인됐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에는 ‘안가’라는 표현이 나오다 2014년에는 ‘VIP’라는 표시로 바뀌었다. 순득 씨의 진료기록부도 박 씨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인 2013년 전까지는 ‘박 대표’라는 표시가 등장하다 이후에는 ‘청’이나 ‘안가’라는 표현을 나온다. 순득 씨의 진료기록부에서 이 같은 표현이 총 16건의 사용됐다. 복지부는 이 외에도 최순실씨의 진료기록부에서 하루에 같은 약물을 평소보다 2~3배 많이 처방한 사례가 2012년 7회, 2013년 14회 발견돼 대리처방을 의심하고 있다. 총 21회 중 15회가 박 대통령이 취임을 앞둔 2012년 12월 7일부터 2013년 2월 12일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靑, 주사제‧의약품 등 대량 구매 논란 확산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 자매의 이름으로 각종 주사제 처방과 혈액 검사를 대리로 처방 받아 왔다는 폭로가 나온데 이어 청와대가 이른바 태반주사 등 주사제 대량 구매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4년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녹십자로부터 31차례에 걸쳐 총 2,027만 원 상당의 의약품을 구매했다. 구매처는 대통령실이나 경호실 명의였으며 의약품은 총 10종류였다. 여기에는 항노화와 피부 미백 등이 목적인 라이넥주(태반주사) 150개(74만 2,500원), 간기능 개선 효과를 갖고 있는 히시파겐씨주(감초주사) 100개(35만 5,400원), 피로회복 등에 쓰이는 푸르설타민주(마늘주사) 50개(27만 5,000원) 등이 포함됐다. 시중에서 미용이나 피로회복 등에 쓰이는 주사제를 2년 4개월간 300개(약 137만 원) 구매한 것을 두고 효능이 입증되지도 않은 제품을 지나치게 많이 구매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또 효능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주사제를 단순히 피로회복이나 미용 목적을 위해 국가 예산으로 사들이는 게 타당하냐는 비판도 있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처방이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녹십자에서 구매한 이들 주사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데다 그 효능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박 대통령 주사제를 대리처방한 것으로 의심받는 차움의원 출신 김상만 원장이 녹십자 의료재단의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으로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이번 논란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과 관련해 청와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성형시술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청와대의 주사제 대량 구매도 박 대통령을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일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주사제 등 약품 구입은 공식적으로 위촉된 청와대 주치의와 자문단, 의무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경호원을 비롯한 청와대 전 근무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궁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이다.
국립대병원의 한 의사는 “태반주사나 비타민 주사는 언제 써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쓴다면 환자가 잘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혈당을 주면서 빠른 회복을 원할 때나 암환자처럼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을 주로 대상으로 한다”며 “청와대 직원들이 움직이지 못 하거거나 먹지 못하는 환자들에 해당하지는 않을 텐데 대량구매 한 것은 앞뒤가 잘 안 맞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 25일 청와대가 실제 마약류를 구매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입수한 ‘청와대 의약품 공급내역(2013년 1월~2016년 8월)’에 따르면 항불안제 ‘자낙스 0.25밀리그램’은 2013년 9월께 300개가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희 의원이 청와대 의약품 구매목록에는 없던 약물이다.
한국화이자제약 ‘자낙스’는 불안·수면 장애 증상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로 알프라졸람 성분의 특성상 약물 의존성이 높아 질 수 있어 마약류로 지정됐다. 미국에서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조카딸의 약물중독과 가수 휘트니 휴스턴 사망시 체내에서 검출된 약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해당 의약품은 최순실씨도 처방 받았던 약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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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0일 공소 사실에 대해 박 대통령은 “앞으로 검찰 직접 조사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돌아선 상태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의 대면조사 요청에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사실상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
검찰 대면조사 요청에 ‘무대응’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의 대면조사 요청에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사실상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1월 23일 “유영하 변호인을 통해 29일까지 대면조사를 요청한다는 취지의 요청서를 보냈다”라며 “조사받는 박 대통령의 신분은 피의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24일 오후까지 박 대통령과 그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는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공소 사실에 대해 박 대통령은 “검찰조사에 협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박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앞으로 검찰 직접 조사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돌아선 상태다. 검찰 조사 대신 향후 구성될 특별검사를 통해 유무죄를 가리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특별수사본부 내부 분위기도 그렇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전날에도 "헌법상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이 이렇게 버티기를 계속할 경우 검찰 입장에서는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없이 이 사건을 특별검사에게 넘길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타의 압박 카드에도 박 대통령이 버티기로 일관할 경우 향후 특검의 조사 결과를 지켜만 봐야 하는 처지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검에서 검찰이 밝히지 못한 혐의가 드러날 경우 검찰이 입을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의자 신분인 박 대통령이 이처럼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할 수 있는 이유는 형사소추가 면제되는 대통령의 특권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직 대통령은 기소가 되지 않는 특권을 가지기 때문에 강제수사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를 벌이는 것 자체가 상당한 역풍이 예상되는 일이어서 검찰이 섣불리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에게 ‘피의자 소환장’을 보내는 방법 등으로 재차 압박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의자 소환장은 피의자를 검찰로 소환해 조사를 하겠다는 내용을 통보하는 공문서로 해당 피의자는 소환장에 적힌 조사 시기 등을 놓고 검찰과 조율할 수 있지만, 조사 자체를 거부할 수 없다. 평소 박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만큼 스스로 이를 지키지 않는 태도를 보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소환장 카드가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기호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임의수사를 거부했기 때문에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소환수사를 해야한다”고 말한 뒤 “다만 박 대통령이 소환을 거부할 경우 체포영장까지 발부해 48시간 구금이 가능한지는 법리적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일반 피의자들은 수사기관이 소환장을 보내면 거부하지 못한다”며 “대통령의 특권에 숨어 소환장을 무시하는 것도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11월 21일 “박 대통령이 조사를 안 받겠다고 했지만, 대면조사를 해야 한다는 우리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조만간 또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24일 ‘최순실 특검법’에 따른 특별검사후보추천의뢰서를 재가했다. 특검법 3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야당이 추천한 2명의 특검 후보 중 1인을 추천한 지 3일 이내에 특별검사로 임명해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강제 규정이 특검법에 없다. 박 대통령이 특검 임명을 거부할 경우, 국회에서 법적으로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 특검이 지연 또는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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