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을 시작하면서 윤 차장의 각오는 더욱 남달랐다. ‘인천 시내를 내 명함으로 도배를 하겠다’는 각오로 밤낮없이 고객들을 찾아 나섰다.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 영업의 원동력
현대차에서 승합차, 화물차량을 주로 판매하며 승용차 역시 판매하고 있는 윤 차장의 보유 고객은 약 3,000명이다. 그리고 이 고객 중 대부분은 입사 6개월 만에 맺은 인연이다. 그와 인연을 맺은 고객들이 자신의 지인을 소개시켜주면서 인연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영업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부분은 고객과의 ‘신의(信義)’다. 몇 천만 원을 호가하는 자동차의 경우에는 고객과의 믿음이 없으면 계약이 성사되기 힘들다”고 말하는 윤 차장. 간혹 견적을 잘못내거나 공채인상 등 변수가 생기기도 하지만 윤 차장은 자신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견적서대로 입금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금액을 떠나 견적을 낸다는 것은 그에 맞게 차를 판매하겠다는 고객과의 약속”이라고 설명하는 그는 결국 고객과의 관계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 영업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윤 차장과 신의로 맺어진 고객들은 시시때때로 그에게 보람을 안겨준다.
차량을 계약할 때 까다롭고 요구하는 것이 많아 차량판매를 포기할까도 생각했던, 주류업에 종사하던 고객과의 일이다. “첫 만남에서부터 까다롭게 이것저것 요구해 첫인상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고 회상하는 윤 차장은 그래도 이것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고객을 찾아가 끊임없이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러한 노력 덕분일까. 두 사람은 세일즈맨과 고객의 관계를 넘어 그 이후 점점 인간적으로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윤 차장은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고, 고객은 강원도 홍천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갑자기 급하게 화물차가 필요했던 고객은 윤 차장이 입원한 병원까지 찾아와 계약을 하고 출고까지 해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홍천에서 차를 사면 훨씬 수월했을 텐데 나와 계약을 하기 위해 일부러 멀리까지 와준 고객의 마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이는 모두 윤 차장과 고객이 탄탄한 신의를 쌓아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많은 차량을 판매하려면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한 방’을 위해서라면 대량수요업체를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도 유리하다. 하지만 윤 차장에게는 대량수요업체가 하나도 없다. 대신 그에게는 한 손 한 손 잡아가며 인연을 만들어온 3,000명의 고객이 있다.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경기가 주춤해도 윤 차장이 슬럼프 없이 실적을 쌓아가고 있는 것은 모두가 이 고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줄곧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는 그에게 사람들은 종종 비결을 묻는다. 하지만 그에게는 내세울만한 비결이 없다. 그저 세일즈맨으로의 기본에 충실할 뿐이다. 너무 당연해서 굳이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 하지만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 바로 사람을 만나는 일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공무원으로 일할 때도, 그리고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지금도 그는 사람 만나는 일이 너무 즐겁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나 판매영업을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어려울 것이다. 처음에는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 이 업계에서 계속 일을 할 생각이라면 처음의 두려움을 최대한 빠른 시일에 떨쳐내고 사람 만나는 일에 자신감을 갖고 즐겨야 한다”고 윤 차장은 설명한다.
그리고 또 하나 그가 말하는 세일즈맨이 가져야 할 자세는 자신의 욕심에 맞춰 계획하고 행동하는 것. 이것도 세일즈맨으로서는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자동차는 고객이 필요에 의해서 구입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아니면 고객이 당장 불편을 겪고 나 역시 고객이 없으면 안 된다는 ‘동반자적 관계’로 고객과의 관계를 인식하는 것이 자신감과 욕심을 갖는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만약 고객과의 관계가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면 판촉물이나 정보지 같은 홍보자료를 통해 고객과 원활한 소통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윤 차장은 넌지시 알려준다.
그에게 영업은 ‘Give and Take’다. “내가 고객에게 베풀면 고객은 반드시 나에게 그만큼의 무엇인가를 준다. 그리고 나 역시도 고객에게 무엇인가를 받게 되면 반드시 베풀어야 한다”는 그의 설명처럼 영업은 상호작용이다. 이 상호작용 속에서 신의를 쌓고 서로가 필요할 때 도움이 되어주는 관계, 이것이야말로 최상의 세일즈맨-고객의 관계다.
명예의 전당 판매명장 목표, 머지않았다
1996년에 입사해 2001년부터 2009년까지 9년 연속 전국 판매왕에 오른 윤 차장. 그는 2005년 최단기 2,000대(누계) 판매를 달성한데 이어 금년에는 3,000대를 채워 명예의 전당 판매명장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그 목표가 지금 코앞에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그에게는 또 다른 목표가 세워진다. 그것은 다름 아닌 ‘최단기 현대자동차 영업이사’. 조심스럽게 이 소망을 내비치는 그는 이것을 이루기 위해 지금 한 걸음씩 전진 중이다.
입사면접시험에서 그는 “자녀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아버지, 처에게는 좋은 남편, 회사에서는 큰 일꾼이 되겠다”는 목표를 면접관에게 말한 바 있다. 이 목표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결국 그가 꿈꾸는 것은 ‘꼭 필요한 사람’이다. 그는 윤돈기‘여도’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윤돈기‘여야만’ 하는 것. 이것이 그와 고객이 함께 그려가고 있는 미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