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실태분석
상태바
보험사기 실태분석
  • 글/최승걸
  • 승인 2004.11.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황시대 한탕주의 보험사기에 올인'
최근 고액의 보험금을 노리는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충남에는 남편이 무능력하다는 이유로 수면제를 먹이고 청테이프로 얼굴을 감아 질식사 시키려한 주부가 구속됐다. 또, 가족, 친척, 친구, 선후배를 비롯해서 내연녀까지 동원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억대의 보험금을 받아낸 보험사기단 56명이 단체로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보험이 뭐길래, 돈이 뭐길래 이러한 보험사기가 활개를 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취재했다.


올해 발생건수만 1만 건 넘을 듯…연간 피해액 1조원 예상
최근 형제와 전처, 사촌, 선후배까지 동원, 교통법규위반 차량을 상대로 일부러 사고를 내 13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가로챈 40대 남자 등 교통사고 보험사기단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국을 돌며 교통사고 보험사기를 일삼은 혐의(사기)로 조모(49)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조씨의 누나(61) 등 친인척과 선후배 3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주고 8,500만원 상당의 진료비를 청구해 챙긴 외과 의사 황모(59)씨에 대해 허위진단서 작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범행에 연루된 14명을 수배했다.
조씨는 99년 7월 양평동 모 은행 앞길에서 폐차량에 공범 박모씨 등 3명을 태우고 차선을 위반한 차량에 일부러 추돌, 18차례에 걸쳐 7개 보험사로부터 1억1,6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형과 누나, 사촌, 형수와 전처, 내연녀 등 가족과 친인척은 물론 자신이 아는 사람을 총동원해 범행에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57명은 모두 약 13억원의 보험금을 같은 방법으로 타낸 것으로 밝혀졌다.

◆◆ 가족·선후배 망치는 한탕주의
보험사기가 늘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난해부터 빠른 증가추세를 보인 것은 경제난과 실업문제 등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만연한 한탕주의가 보험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적발된 사례도 대부분 ‘한탕주의’가 많다. 지난달 인천남동경찰서는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뒤 장기 입원하는 수법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3억8000여만원의 보험금을 탄 혐의로 보험설계사 정 모(여·43)씨와 남편 우 모(47)씨, 그리고 딸까지 포함된 일가족 보험사기단을 적발했다.
또 경기도 부천에서 전·현직 공익근무요원 8명이 보험사기 혐의로 적발됐고 지난 9월에는 서울에서 동료들끼리 짜고 보험사기 행각을 벌여온 대리운전사 일당 38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또 전남에서도 지난 9월 3일 보험사기 사건으로 41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 사건에서도 가족 선후배가 총 망라되는 등 보험사기의 경우 한 가정을 완전히 파탄에 이르게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 적발사례만 1만 건 넘을 듯
피해액수도 만만찮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보험사기 적발 실적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적발된 보험사기는 7099건에 피해액만 483억원에 이른다. 2001년 5749건(피해액 404억원), 2002년 5757건(411억원), 2003년 9315건(606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올해는 발생건수만 1만 4000여 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피해액도 1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것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공식 적발된 것만 통계로 잡았기 때문이다. 보험사기는 워낙 입증자체가 어려워 드러나지 않은 피해사례와 피해액은 훨씬 많은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연간 피해액이 1조원 대에 이를 것이라는 업계분석도 있다. 그런데도 경찰에서는 보험사기에 대한 별도의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관련부서인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에서는 사례수집만 할 뿐이다. 보험사기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나 통계는 없다. 범죄분석실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모든 사기사건을 묶어서 처리할 뿐 별도의 보험사기를 구분하지 않는다. 결국 연간 1만 건에 이르는 보험사기에 대해 과학적 분석은 어디에도 없는 실정이다.


◆◆ 보험금 노려 반인륜 범죄까지
특히 그 동안에는 아예 사기칠 작정으로 보험에 가입해 단순 교통사고를 위장하는 모럴 해저드형이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보험금을 노리고 친족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등 패륜형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근 강원도 홍천에 사는 김 모씨(35)는 보험설 계사 일을 하고 있는 애인과 짜고 아내 명의로 2~3개월 간 8개 보험에 가입했다. 그리고 6개월 후 김씨는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아내를 승용차에 태우고 호수 속으로 돌진했다. 고의로 낸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죽지 않자 일부러 목을 졸 라 살해한 후 13억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해 말 전남 화순군 도곡면에서도 보험금을 노린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식당을 운영하다 실패해 거액의 빚을 지게 된 부부가 서로 짜고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었다.
이들 부부는 부인 명의로 6건의 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에 가입한 후 남편이 부인을 살해하고 남편의 지인이 교통사고를 낸 것처럼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려고 했다. 특히 숨진 부인은 “보험금을 타서 빚을 갚고 남은 돈으로 아이들을 잘 키워달라”는 유서를 남기기까지 했다.
인테리어 일을 하는 최 모씨(38)는 최근 4개 보험사의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후 태국으로 골프여행을 떠나 칼로 자신의 왼손 엄지손가락을 절단한 뒤 사고를 당한 것처럼 신고해 3억2000만여 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 여행사·오토바이 동호회까지 가세
불황이 심해지면서 보험사기를 벌이는 집단도 여행사, 오토바이 동호회, 심지어 조직폭력배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전북 지역의 조직폭력조직 A파가 차량정비업소 직원들과 짜고 조직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보험사기를 벌인 혐의를 잡고 경찰과 함께 조사 중이다. A파는 많은 생명보험 상품에 가입한 뒤 법규위반 및 차로변경 차량을 대상으로 고의로 사고를 일으키거나, 자기들끼리 짜고 일부러 추돌사고를 일으킨 뒤 허위로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을 청구해 왔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금감원은 현재 이들이 허위사고로 받은 보험금이 100여차례 10억여원에 이른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사기금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또 서울 시내 수입오토바이 전문수리업체인 A모터숍의 사장·종업원과 동호회 회원들이 주로 외제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고의사고를 유발하거나, 차로변경 등 법규위반 차량을 대상으로 고의충돌사고를 일으킨 후 우연히 발생한 사고인 것처럼 위장해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을 조사 중이다. 이들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자신들이 직접 혹은 피해자를 협박해 보험사에 청구한 사기금액은 34회 2억여원에 달한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지난 7월 서울의 한 여행사가 여행객들 이름으로 해외여행자보험에 가입한 후 동남아여행 중 단체로 휴대폰을 도난당한 것처럼 위장신고해 보험금을 수령한 혐의를 잡고 조사 중이다. 여행자보험의 경우 사고장소가 해외라는 특수성 때문에 보험회사의 현지조사가 어려운 점을 악용한 보험사기라고 금감원은 보고 있다.
금감원 나명현 보험조사실장은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일상생활에서 비교적 범행수법이 간단한 보험사기를 이용해 보험금을 타내는 조직적인 보험사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 ◆급증하는 보험사기 전직 수사관 ꡐ인기짱ꡑ
이렇게 보험사기가 급증하면서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전문적인 조사·분석 기능을 지닌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게 됐다. 경찰출신들이 각광받게 된 결정적 이유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손해보험업계에 투신한 경찰출신은 전국적으로 2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며, 서울에서만 50여명의 전직 경찰이 활동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교통경찰이나 수사·형사 출신이다.
차량사고에 대한 이해와 정확한 조사 그리고 보험사기를 밝힐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수사기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그냥 속아 넘어가기 일쑤인 보험사기를 제대로 가려내는 일에 전직 경찰들의 오랜 노하우가 한 몫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과거 일반 보험설계사들에게 조사를 맡기던 것에서 최근에는 거의 대부분 자체 SIU(특별조사팀)를 별도로 꾸려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출신 보험관계자 모임인 경보회 회장이자 현대화재 SIU팀 실장인 전영환(64)씨는 “숫자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 업체에서 별도의 SIU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서류검토나 주변 탐문을 통해 보험사기를 밝혀내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전 회장 또한 30년 경찰 근무 후 명퇴한 수사관 출신이다.
전직 총경출신인 손해보험협회 보험범죄방지센터 이민종 상임고문은 퇴직후 10년 가까이 이 분야에 종사해 왔다. 이 고문은 “지금 판매되고 있는 보험상품이 360가지나 된다는 것은 주변에 ‘우연한 위험’이 360여 가지가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영업만 앞세우는 업계와 보험사기를 두둔하기까지 하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동시에 바뀌어야 선의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 보험사기 의심가도 보험금 줘야
이런 가운데 최근 여러 보험에 중복 가입해 ‘보험사기’로 의심되더라도 보험사측이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이진성 부장판사)는 교통사고를 당한 조모씨(45) 부부가 “여러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고 보험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은 부당하다”며 삼성화재 등 4개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한 원심을 깨고 “피고들은 9백50만~1천8백60만원씩 총 5천1백3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보험사들은 부부가 2천만원짜리 전셋집에 살면서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보험에 가입한 점이 이상하고 이를 알리지도 않은 것은 고의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하지만, 이같은 사실만으로 보험사기라 단정할 수 없다”며 “사기의 고의성 입증 책임은 보험사에 있다”고 밝혔다.
조씨 등은 2001년 2∼3월 5개의 교통사고 보험에 가입했으며 그해 6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다 맞은편에서 중앙선을 넘어온 승용차와 충돌해 허리 등을 다치자 각각의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박스1
제목:보험사기 급증…금감원 적발 사기극 백태
우리나라 보험 시장 규모는 연간보험료 약 69조원으로 세계 7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경기 악화로 인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거나 교묘한 수법으로 보험금을 노리는 생계형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다음은 금융감독원에 의해 벅발된 보험사기극 백태다.
▼ 사례1=남편이 아내 살해 유모씨(44·전남·무직)의 부인 나모씨는 식당을 경영하다 빚을 지자 본인 명의로 남편과 채무보증인인 최모씨를 수익자로 지정해 10여건의 생명보험 및 장기손해보험(재해 사망보험금 65억원)을 한달 새 집중적으로 가입했다. 나씨는 교통사고를 위장해 자신을 죽여 달라고 부탁했고, 남편 등은 보험금을 수령하면 부채를 청산하고 남은 잔액은 분배하기로 공모했다. 채권자 김모씨는 마음이 약해 끝내 범행을 실행하지 못했고, 결국 남편 유씨가 부인 나씨를 살해하고 김씨가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 스키드마크가 없는 점 등이 단서가 돼 적발됐다.
▼ ▼사례2=교도소 동기 71명 자해공갈단 결성 김모씨(33·주거부정) 등 71명은 교도소 동기, 학교 및 동네 선·후배 관계로 교도소 수감 중 출소하면 공갈단을 조직하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각각 출소한 후 경남지역의 도심 유흥가 및 횟집 밀집지역, 심야 골목길 등에서 음주운전 등 교통법규 위반차량을 발견하면 고의 교통사고를 낸 뒤, 음주운전 등의 교통법규 위반 사실을 약점 잡아 운전자를 협박하고 합의금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방법으로 피해자 59명을 상대로 총 2억8,000만원을 갈취했다.
▼ ▼사례3=일가족 보험사기단 김모씨(49·주부) 등 13명은 택시기사, 대리운전기사, 보험설계사 출신으로 구성된 가족 또는 지인들로, 월평균 보험료가 저렴하고 3일 이상 입원하면 치료비가 지급되는 각종 보장성 상해보험을 1인당 3∼8개씩 집중적으로 가입한 후 고의사고 등을 통해 보험금을 편취하기로 상호공모했다. 이들은 자녀 등 친인척을 태운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지표면에 돌출된 돌에 경미하게 부딪친 뒤 부상을 가장해 입원 후 치료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보험금을 편취하는 등 모두 31회에 걸쳐 5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 사례4=의사가 진료비 허위 청구 김모씨(47·의사)는 같은 병원 사무장인 동생 김모씨(39)와 결탁해 교통사고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실시하지도 않은 검사를 실시한 것처럼 진료비를 허위 청구하고, 물리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거나 실제 치료횟수보다 부풀려 진료비를 청구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또 자동차보험 환자 28명을 대상으로 3년8개월간 총 1,392회에 걸쳐 8,900만원의 진료비를 보험회사로부터 부당하게 편취한 혐의로 적발됐다.
▼▼ 사례5=병원장 목사 교인들과 결탁 조모씨(52·병원장 겸 목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보험회사의 설계사 및 교회신도 등과 공모해 소화성 궤양 등 간단한 질병으로 통원치료를 받은 환자를 심근병증 등으로 입원 치료했다고 허위 청구서를 작성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로 인해 총 22회에 걸쳐 8개 보험사로부터 약 7,000만원을 편취했다.
▼▼ 사례6=차량 정비업자가 고객과 공모 외제차량 수리전문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씨(44·공업사 대표)는 중고외제차 매매업자, 차량 임대업자, 견인업자, 고객 등 30명과 공모했다. 자신이 보유한 임시운행허가 상태의 중고외제차와 10년 이상된 국산 노후차량을 이용해 우천시나 심야시간대 3중 추돌사고로 위장, 보험수가를 최고로 청구하는 수법으로 총 18회의 보험사고로 2억400만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편취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