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고 협력하는 학교, 배움과 돌봄의 학교
상태바
소통하고 협력하는 학교, 배움과 돌봄의 학교
  • 공동취재단
  • 승인 2010.02.10 1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 간의 신뢰와 이해가 만들어낸 작은 기적

사교육비 절감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방과후학교’. 학생들은 요즘 학교 가는 것이 즐겁다고 말하며 방학 중에도 학교에 나와 공부에 열중한다. 방과 후, 과학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인 교실에 들어가 보니 20여 명의 학생들이 하얀 가운을 입고 현미경 앞에 둘러앉아 있다. 방과후학교 수업에 꾸준히 참여한다는 한 여학생은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며 “원래 공부하는 것 자체를 싫어했는데 학교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공부할 수 있어 이제는 공부에 흥미를 붙이게 됐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학생 역시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이 너무 싫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어 성적도 오르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아졌다”고 말한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유난히 긴데, 이는 강압적인 지시가 아닌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학교에 있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가득한 이곳은, 안산 석수중학교(http://www.seogsu.ms.kr /천인순 교장/이하 석수중)이다.


연중무휴 진행되는 방과 후 수준별 맞춤형 수업

▲ 천인순 교장은 “학생을 통하여 교사가 즐겁고, 교사를 통하여 학생이 행복한 학교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2006년 3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에 문을 연 석수중은 도시 변두리에 위치한 탓에, 그간 주변 초등학교에서 가장 진학하기 싫은 학교로 꼽혀왔다. 이에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머리를 맞댔고 그 결과, 지역사회에 적합한 방과 후 수업으로 수준별 다양한 반을 편성하여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받도록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석수중은 학생들이 정규 교육과정에서 부족한 면을, 방과후학교 활동으로 보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아실현 가능 수업 및 특기적성, 건강, 예능, 인성 등 체험·토론·탐구를 통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방과 후 활동의 약점인 시작과 끝이 연속되지 못하는 공백 기간을 없애 석수중의 방과 후 수업은 학년초, 방학, 학년말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운영된다. 연중무휴로 진행되는 이 수업은 학생들의 실력에 눈높이를 맞추어 진행되고 있다. 5~9명의 학생으로 소그룹을 형성하고, 교사들이 각 그룹의 담임을 맡아 수업 도중이나 수업 이후 직접 평가를 실시하고 학생별 면담을 통해 실력 향상과 진로에 대한 마무리 학습 관리 체제를 확립했다. 맞춤형·수준별 교과학습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방과후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는 학생들의 경우, 눈에 띄게 성적이 향상되어 차별화된 방과 후 수업의 효과를 증명하였다.
또, 석수중은 자율학습 방법 습득을 위해 밤 9시까지 ‘마중물’ 지역사회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하교 후 가정에서 돌봄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하여 방과 후 수업과 연계하여 학년별로 공부방을 운영, 드림노트라는 자율학습노트를 만들어 학생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공부하며 성적향상의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선생님과 함께하는 즐거운 놀토 만들기 토요체험프로그램

석수중은 방과후수업 외에도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나홀로’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선생님과 함께하는 즐거운 놀토만들기 토요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희망을 반영한 다양한 토요프로그램 개발로 학급 담임교사와 함께하는 놀토, 학교부적응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6개 영역의 ‘아싸! 기(氣)살리기’ 맞춤형 인성상담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생들의 자존감 및 자아정체감을 형성하였다. 파스칼 수학반, 오호로 논술반, Good Morning English반, 아카펠라반, Weekend Music School반, 케익만들기반, 연극반, 풍성아트반, 태권도반 등 아이들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학습반을 운영 중이다.
또한 석수중 학생 980명 중 270여 명이 기초생활수급자 및 한부모 가정에 해당하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맞벌이 부모가 많은 것을 고려하여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격차 해소 프로그램인 ‘희망날개실’을 운영하고 있다. 즉 교과학습 멘토링, 문화체험, 위기학생 관리, 봉사활동, 쉼터 등의 운영을 통해 한 사람의 낙오 없이 누구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와 교사들이 나서서 학생들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담임교사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학생들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교사들에게 개인전화를 만들어주고 사진과 연락처가 담긴 ‘교사별 브랜드 명함’을 제작해 학부모들에게 나눠줬다. 그 덕에 석수중은 학부모와의 끈끈한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H.E.R.O’를 창조하는 석수중의 교육이념

석수중은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고, 교사는 잘 가르치고,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여 영웅적 기개를 갖는 인재를 기른다(Hard work, Education, Resilience, and Opportunity)’는 뜻의 ‘H.E.R.O’라는 창의적인 석수중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학력향상 교육과정 운영에 중점을 두고 노력해왔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석수중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교육수요자의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와 만족도를 높였다. 천인순 교장은 “어려운 환경의 학생이라도 누구나 원하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을 굳게 품고,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언제나 공부할 수 있는(Study for a better life)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라며 “아직도 어려운 점은 많지만 지속적으로 극복하며 전진하는 학교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어려운 교육현실 속에서도 학생과 학부모님은 학교 공부만으로도 만족하도록, 교사들은 항시 자아연찬을 통한 발전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학생을 통하여 교사가 즐겁고, 교사를 통하여 학생이 행복한 학교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공부를 하고 자아실현을 이루는 장이며, 꿈을 키우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껏 학교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못해왔다. 석수중은 지금껏 몰라서 못한 게 아니라 너무 당연해서 등한시 했던 것들을 하나 둘씩 바로잡고 있다. ‘단 한명의 학생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는 학교, 교사·학부모·지역사회가 소통하고 협력하는 학교, 경쟁과 차별의 벽을 허물어 협동적 배움과 돌봄의 학교’를 만들겠다는 석수중의 바람이 대한민국 교육계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