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인도는 지난 1973년 수교 이후 약 35년간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서 지속적인 관계 발전을 이뤄왔다. 특히 양국 간 교역액은 2000년 이후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2000년에 20억 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2008년에는 156억 달러로 8배나 증가했다. 특히 2003년∼2008년간 최근 5년간 투자가 빠르게 증가해 양국 간 교역액은 평균 30% 증가했다.
1월1일부터 발효된 한-인도 CEPA에 따라 자동차 기타부품, 경유(제트유), 무선전화기, 탱커, 유선전화기 부분품, 철 및 비합금강 열연강판, 철 및 비합금강 냉연강판, 기타 가정용 전자, 화물선 등 對인도 10대 수출품을 모두 포함해 수출 중 품목 및 수입액 기준 85%에 대해 관세가 철폐 또는 인하되며 수입 중 품목수 기준 93%, 수입액 기준 90%에 대해 관세가 철폐 또는 인하된다.
한-인도 CEPA가 발효됨에 따라 실질 GDP가 0.25%(약 8억불, 1조 원)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또한 39억불의 생산증대 효과, 제조업 분야 수출 17억불 증가 및 소비자 후생 9억불 증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공동연구그룹 설치 문제 검토로 CEPA 물꼬 터
우리나라와 인도의 CEPA는 200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12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2차 한-인도 공동위원회 외무장관 회담에서 양국 간 무역, 투자 및 서비스 분야에서의 포괄적 협력 관계 수립을 위한 공동연구그룹 설치 문제를 검토하기로 협의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2004년 10월5일 당시 우리나라 대통령이었던 故 노무현 前 대통령과 인도의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정상회담을 갖고 ▲정부, 의회, 정당 간 고위인사 교류 확대 ▲두 나라 외교부장관이 공동의장을 맡는 한·인도 공동위원회와 아주국장 회의 활동 강화 ▲통상장관과 재경부 장관을 비롯한 장관급 교류 정례화 등 정치 분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하면서 본격적으로 한-인도 CEPA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두 정상은 또한 경제·통상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먼저 경제·통상 협력의 확대가 양국의 공동번영에 기여한다고 보고 정부, 학계, 경제계 인사로 구성되는 공동연구그룹을 2005년 1월까지 설립해 FTA보다 포괄적인 개념인 CEPA의 타당성을 비롯한 경제협력 증진방안을 연구해 1년 이내에 보고서를 내기로 결정했다.
이 날 채택한 ▲정부, 의회, 정당 간 고위인사 교류 등 정무분야 협력 강화 ▲경제·통상 분야 실질협력 증대 ▲문화교류 증진 ▲한반도 평화·안정 및 남북관계 발전 지지 ▲대테러 상호협력 ▲서남아시아 등 지역과 UN 등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지속 등 30개항에 대한 공동성명을 이튿날 발표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인도는 2005년 1월27일, 28일 양일간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한 한-인도 간 공동연구그룹 제1차 회의를 통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CEPA)의 타당성 연구를 포함해 양국 간 경제통상 관계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키기 위한 방안을 연구할 공동연구그룹의 추진계획에 합의·서명했다.
이날 한국과 인도는 양국의 경제규모, 양국 간 교육 및 투자규모, 산업구조의 상호보완을 고려할 때 협력관계 발전의 여지가 매우 크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면서 CEPA 등 양국 간 경제통상 관계 증진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키로 합의했다.
한-인도 공동연구그룹은 2004년 10월 노 前 대통령이 인도 국빈 방문 시 양국 정상간 공동선언한 합의사항으로서 “정부·학계·재계 인사로 구성된 공동연구그룹을 설립해 상품 및 서비스 교역·투자 및 기타 경제협력 관련 분야를 포함하는 양국 간 CEPA의 타당성을 비롯한 양국 간 경제적 유대관계를 포괄적으로 검토”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12차례 협상 통해 협상 핵심쟁점 합의 도출
본격적으로 양국은 2006년 3월23일, 24일 뉴델리에서 CEPA 체결 추진을 위한 공동 작업반 제 1차 협상을 개최했다. 이 협상에서는 상품, 원산지 규정, 관세행정 및 절차, 서비스교역, 투자 자유화, 기타 무역규범 및 협력, 분쟁해결 및 일반규정 등 협상 대상을 7개 분야로 나누고 상호 주요 예상 쟁점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향후 성공적인 CEPA 협상 추진을 위해 협상추진 목표와 범위, 협상 추진체인 JTF 구성, 운영방법, 전반적인 협상일정 및 접촉창구 등 행정사항 등을 담은 협상 운영규칙(TOR: Terms of Reference)은 물론, 협상분과 구성방안, 협정문·양허안의 교환 시기 및 방법 등 세부적인 협상추진방향을 확정했으며, 분야별 자유화 방식 및 양허수준 등 관심분야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양측은 지난 2005년 1월부터 1년간 총 4회에 걸쳐 추진했던 한·인도 공동연구그룹 회의 결과로 채택된 공동연구 최종보고서 권고 내용을 바탕으로 CEPA 체결 협상 작업을 성실히 수행하며, 상품·서비스 자유화 범위 및 방식, 양허수준 등을 적절히 규정하고 투자·경제협력 분야에 대한 협력이행 메커니즘을 마련함으로써 상호 이익이 되는 포괄적이고 수준 높은 CEPA 체결을 추구해 2007년 말 이전에 협상 타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2008년 9월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에서 한-인도 CEPA 제12차 협상을 개최해 상품, 서비스 양허 수준 등 협상 핵심쟁점에 대한 합의를 도출, 실질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양국은 2006년 3월 CEPA 협상을 개시한 이래 총 12차례의 협상과 3차례의 회기 간 회의를 진행, 양국의 차관급으로 수석대표를 격상, 핵심쟁점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이후 우리나라와 인도는 2007년도 양국 교역액이 112억불을 달성했고, 우리의 대인도 투자액도 2007년 말 11억불에 달하는 등 양국 경제협력관계가 크게 신장되었다.
세계 4위의 구매력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
이후 이혜민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와 인도의 필라이 상공부 차관은 2009년 2월9일 뉴델리에서 고위급 회의를 갖고 제12차 협상을 통해 실질적으로 타결된 협정 문안에 대해 일부 조정 및 명료화를 거쳐 가서명했다. 사실 양국은 제12차 협상 당시 같은 해 11월말 가서명을 하고 12월말에 협정에 서명하는 일정을 추진했으나 협정 문안에 대한 법률 검토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져 전체적인 인정이 조정되었다.
가서명을 거친 한-인도 CEPA 서명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아난드 샤므라 인도 상공장관이 참석, 2009년 8월7일 서울에서 진행되었다.
인도는 발효를 위한 차후 국내절차가 없어 정식 서명만으로 CEPA가 발표된 반면 우리나라는 9월 정기국회 비준동의안을 제출,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2010년 1월1일부터 한-인도 CEPA 협정을 발효키로 결정한 것이다.
한-인도 CEPA는 우리나라가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와 최초로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으로, 한-인도 CEPA 발효에 따라 최근 높은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세계 2위의 인구 및 세계 4위의 구매력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의 거대시장 선점에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양국 간 교역 및 투자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우리나라와 인도는 각각 20세기 전반과 19세기 중엽에 나라를 강점 당한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성공적으로 성숙시켜 나가고 있는 우방이다. 양국 간 협력 관계는 한-인도 CEPA 협정을 통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들의 직접투자 관심 증대 전망
한국의 인도 투자는 비중이나 인도 내 투자점유율 면에서 모두 낮은 편이다. 2009년 3월 기준, 한국의 인도 누적투자금액은 156억 달러로 한국의 전체 해외투자금액인 1,225억 달러 중 1.3%에 불과하다. 또한 한국 투자 대상국 중에서도 베트남, 인도네시아보다도 뒤쳐지는 15위에 그치고 있다.
한국의 인도 투자는 제조업 분야에 편중되어 있다. 한국기업의 인도 투자 중 제조업 투자가 84.1%에 달해 제조업 투자가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한국의 전체 누적 해외투자에서 제조어이 차지하는 비율은 44.4%로 인도에 대한 제조업 투자비율보다 현격히 낮다. 도소매업, 금융, 부동산 등 제조업의 사업 확대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서비스 분야의 투자는 저조하다. 이는 인도로 유입되는 전체 외국인직접투자에서 서비스 분야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과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또한 대기업의 투자 비중이 78.9%로 압도적으로 높다. 중소기업이 투자한 경우도 진출 대기업과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인도 CEPA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인도 직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인도 CEPA는 양국 간의 전반적인 경제교류를 포괄하는 협정으로 투자 관련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도는 농림어업 및 광업을 제외한 제조업 전반에 대해 투자를 허용했다. 하지만 유보 분야를 제외하고는 한국기업의 투자를 내국민 투자로 대우하고 투자 관련 규제가 원칙적으로 없는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 한-미 FTA와 유사하게 투자자산의 간접수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의 적용대상을 확대해 투자자의 효과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만모한 싱 총리, 경제전반 개혁정책 적극 추진
삼성경제연구소는 “2008년 기준 인도의 명목GDP 규모는 세계 12위지만, 세계는 인도의 높은 성장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인도가 지속성장을 통해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는 2020년까지 연평균 약 8%의 잠재성장률을 바탕으로 경제규모에서 2025년경 일본을 추월하고, 2040년경에는 미국을 추월해 세계 2위(중국 1위)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도경제의 고도성장은 경기 순환적 현상이 아니라 경제활동인구의 증가, 자본축적, 생산성향상 등 구조적 요인에 의해 잠재성장률이 상승한 결과로 이러한 성장세는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아직도 높은 농촌인구 비율로 인해 향후 지속적인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한 성장의 이점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인도가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 데에는 친시장적이고 개방지향적인 만모한 싱 총리의 역할이 크다. 2009년 5월 인도 총선거에서 승리 재집권하게 된 만모한 싱 총리는 개방개혁 성향이 강한 인물로 유통업 등의 개방과 인프라 투자 확대, 규제 완화 등 경제전반의 개혁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민간 및 외국 자본을 활용한 인프라 확충과 제조업기반 구축 계획은 한국기업들에게도 좋은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 “수출보다 직접적인 투자가 유리”
하지만 인도는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애 요소를 안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2008∼2009년 글로벌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인프라 부문 72위, 노동시장 효율성 89위, 보건 및 교육 수준은 100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사업 환경도 중국이나 동남아국가에 비해 열악해 세계은행은 2009년도 인도의 사업 환경을 122위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인도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수출보다 직접적인 투자가 유리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인도 CEPA 체결에도 불구하고 주요 수출품의 관세인하 스케줄이 장기화되어 있어 수출을 통한 인도시장 공략에 한계가 있다. 국내 수출기업들의 기대와는 달리, 발효 후 5년 안에 무관세로 되는 품목의 비율이 한-인도 CEPA의 경우 8.3%에 불과해 수출확대 여지는 크지 않은 편이다. 5년 안에 무관세 품목 비율이 한-미 FTA는 92.9%, 한-칠레는 76.7%다. 따라서 지속성장이 기대되는 인도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직접투자가 필요하다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설명한다.
이제 인도시장은 열렸다. 그 시장을 범위 내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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