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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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한국경제
  • 글/최승걸
  • 승인 2004.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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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 '비상걸린 한국경제'
경기침체의 끝은 어디인가. 우리 경제의 각종 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직(前職) 실업자 급증 △자금의 경직성 △대기업 투자기피 △소비심리 위축 △최대 규모의 가계빚 △고유가 고공행진 등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5.2%에서 4.6%로 하향 조정해 경기침체의 장기화 우려가 현실화 될 조짐이다.


실업자는 늘고 기름값은 오르고…IMF는 경제성장률 하향조정
◈대졸자 10명중 4명이 백수
경기침체 여파로 최근 1년새 일자리를 잃은 전직(前職) 실업자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이 심각한 20~30대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데다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로 인한 실직도 늘어나 경기침체로 기업의 인력구조조정이 다시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실업자 80만 1,000명 가운데 직장을 갖고 있다가 실직한 전직 실업자가 77만 9,000명으로 97.3%를 차지했다. 1년내 실직한 실업자들의 이직 사유로는 직장 휴-폐업이나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인 경우가 48%에 달했다.
또 최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취업난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ꡐ5%대ꡑ경제성장만으로는 부족하고 6% 이상 성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과 민간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2000년 산업연관표를 기준으로 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1%가 유발하는 취업자수는 9만6000명으로 추산됐다.
2000년을 기준으로 GDP 성장률을 5%로 가정하면 유발 취업자수는 48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제조업의 고용유발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인 데다 고용 확대 없이 수출을 견인하는 정보통신산업의 비중이 커지는 점, 노동생산성의 향상과 노동의 질적조건 개선 효과 등으로 인해 실제 고용유발 효과는 훨씬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제조업의 생산액 10억원당 필요한 취업자수는 95년 8.6명에서 2000년 4.9명으로 감소했으며 정보통신산업의 경우 10.1명에서 4.0명으로 급감했다. 현재 노동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인구가 연간 40만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는 4.5~5.0%의 성장률만 달성해도 충분한 고용흡수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으며 정부도 이를 토대로 5% 성장률 달성에 매진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박사는ꡒ노동생산성 향상과 노동의 질적 조건 개선 등에 따른 잉여노동력 발생을 감안하면 GDP 성장률이 6.5%는 돼야 제대로 된 고용흡수가 가능하다는 것이 통설ꡓ이라고 주장했다. 배 박사는ꡒ정부가 올해 40만개, 내년 5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5%대의 성장률 목표 달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의 능력을 감안할 때 실업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6% 이상의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ꡓ면서ꡒ만일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내년부터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 경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ꡓ고 말했다.

◈대기업 투자 기피ꡒ현금 쌓아둔다ꡓ
실업난과 함께 시중 자금이 생산현장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금융권 내부에서만 맴도는 현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 금융 부문의 자금운용액 가운데 금융채에 몰린 돈은 10조 560억원으로 전 분기 5조 62억원의 2배가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기업들이 경기전망 불투명을 이유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를 꺼려 현금성 자산 보유 규모가 1년새 50%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삼성 현대차 등 10대그룹의 상반기 사업보고서상 현금성 자산을 조사한 결과, 지난 6월 말 현재 27조 1,066억원으로 작년 같은 시기의 17조 6,941억원보다 53.2%나 늘었다고 밝혔다.
현금성 자산은 현금과 현금등가물, 단기금융상품을 더한 것이다. 이 가운데 현금과 3개월 내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등가물은 10조794억원에서 11조9435억원으로 18.49%가 늘었으며 만기 3개월 이상 1년 이내 예적금 등 단기금융상품은 7조6147억원에서 15조1632억원으로 99.13% 폭증했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9조6623억원으로 1년 전의 5조5391억원보다 74.44%나 증가해 절대액수로는 가장 많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5조7452억원에서 8조97억원으로 39.42%가 증가했고 이 가운데 단기금융상품은 2조9045억원에서 5조7217억원으로 96.99% 늘었다.
한진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1조6615억원에서 3조1894억원으로 91.96%나 늘었고 이 가운데 한기금융상품은 99.21% 늘어난 1조2482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SK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1조1151억원으로 1년 전의 1조9853억원보다 43.83% 줄었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1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61.19%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이처럼 시중 자금이 생산현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현금성 자산이 급증하고 있는 것과 관련,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ꡒ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나는데도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ꡓ이라고 분석하며ꡒ투자 부진이 장기화되면 성장 잠재력에 차질이 발생할 것ꡓ이라고 내다봤다.


◈지갑 닫아도 너무 닫는다
이런 가운데 소비심리 위축도 너무 지나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기본적인 생활에 들어가는 최소 비용마저 아끼는 과소(過少)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국내 백화점 월평균 판매액은 1조3081억원으로 지난해 1조4376억원에 비해 9%나 줄어 2000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백화점의 월평균 판매액은 2000년 1조2502억원, 2001년 1조3636억원, 2002년 1조4828억원 등으로 늘었으나 지난해 소폭 줄어든 뒤 올해는 감소세가 본격화됐다. 온라인시장도 소비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ꡐ8월 사이버쇼핑몰 통계조사 결과ꡑ에 따르면 사이버쇼핑몰 거래액은 6024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7.1%(459억원) 줄었다.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크게 줄면서 각종 소비활동 지표는 5년 전 수준으로 추락했다. 8월 서비스업 활동 동향을 보면 소매업 부가가치 지수 가운데 식생활과 직결된 음식료품(담배 포함) 지수는 70.8을 기록, 1999년 서비스동향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의생활과 관련된 섬유․의복․신발(가죽의류 포함) 지수도 67.5로 사상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소비부진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는ꡐ생산위축→소득․고용감소→소비침체ꡑ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전국 30개 도시 2,302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29일 발표한 3분기 소비자 동향결과에 따르면 향후 6개월 동안의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8로 나타났다. 소비지출전망 CSI가 100을 넘으면 소비지출을 늘리겠다는 소비자가 소비를 줄이겠다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지수인 반면 100 미만이면 반대를 의미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소비심리 위축정도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LG경제연구원 조용무 연구원은ꡒ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활동마저 크게 위축되고 있으니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이중고를 겪는 셈ꡓ이라며ꡒ일반 가정의 재무구조가 악화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결국 경기회복 속도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것ꡓ이라고 말했다.

◈가계빚 458조 사상최대
그렇다면ꡐ가계대출 증가는 약일까 독일까ꡑ 얼핏보면 가계대출이 늘어서 좋을 것이 없어 보인다. 그만큼 가계대출은 가계의 빚이고, 상환부담에 허덕여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를 긍정적인 요소로 보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의 추이가 나름대로 거품을 뺀 ꡐ알찬 대출ꡑ이라는 것이다. 가계의 신용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고, 이는 소비부문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ꡐ2004년 2․4분기중 가계신용 동향ꡑ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가계신용잔액은 458조 166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3월말의 450조 4552억원보다 1.7% 증가했고, 증가폭도 1분기의 0.6%보다 훨씬 큰 규모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잔액(카드로 물품을 외상으로 구입한 것)을 합친 수치다. 2분기에 판매신용잔액은 1분기(23조 7660억원)와 비슷한 24조 257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주택담보 등을 통한 가계대출은 433조 7590억원으로 1분기(425조 6880억원)보다 무려 8조원가량 늘었다. 2002년에는 분기별로 가계대출이 22조원가량 늘었고, 지난해에는 분기별로 5조~6조원가량 증가했다.
따라서 한은은 2002년 가계대출의 거품이 올 들어 서서히 제자리를 찾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급격히 줄었던 가계대출이 개인의 신용회복 등을 통해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소비진작에 긍정적인 신호라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ꡒ가계대출이 2․4분기 들어 다소 높아진 것은 단순히 부채증가라는 측면에서만 볼 수는 없다ꡓ며 ꡒ가계의 신용도가 높아지고, 특히 부동산시장에 돈이 쏠리지 않으면서 소비쪽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ꡓ고 말했다.
한편 가계신용 잔액을 지난해 11월의 전체 가구수로 나눈 가구당 채무는 2994만원으로 지난 3월말보다 49만원이 늘었다. 가구당 채무는 2000년말 1827만원, 2001년말 2303만원, 2002년말 2915만원, 2003년말 2926만원, 올 3월말 2945만원 등으로 늘고 있다.


◈高유가, 고개 든 물가…고개 돌린 정부
게다가 최근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2.67달러에 마감되는 등 국제유가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자 하반기 물가 불안에 대한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지난 9월 공산품 생산자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0% 급등하는 등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는 생산자 물가의 폭등으로 올해 말 소비자 물가가 크게 불안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부는 하반기 물가가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ꡐ낙관론ꡑ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가운데 올 하반기 물가에 대해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민간경제 연구소들은 고유가 등으로 인해 하반기 물가가 4%대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당초 올해 4․4분기 물가 상승률을 4.0% 정도로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유가 상승세가 가파르자 올 하반기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재조정할 방침이다. 삼성 연구소 관계자는 ꡒ유가 상승분을 감안해서 새로 작성할 계획이지만 어림잡아도 4%대는 넘길 것ꡓ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소측은 물가상승은 곧바로 서민들의 실질소득 하락으로 이어져 위축된 소비심리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진단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올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4% 중반대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병식 책임연구원은 ꡒ유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11월 물가는 4.5%대까지 폭등할 것ꡓ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7,8월 4%대에 있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9월에 3.9%대로 다소 안정됐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9월 물가가 워낙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물가가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해외에서도 한국 경제가 고유가에 취약하다고 지적하면서 물가 급등 가능성을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6일 내부 보고서를 통해 ꡒ한국의 물가 상승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ꡓ며 하반기 물가 급등 가능성을 언급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도 ꡒ소비자 신뢰지수의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다ꡓ고 보도했다.
이같이 경기, 투자, 고용 등에 대한 각종 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지난 4월의 5.2%에서 4.6%로 하향 조정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이같이 밝히고, 통화 재정정책이 경기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리 경제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년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정부는 소비가 4%늘어나면 내년 성장률이 5%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현재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특히 IMF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도 한국의 2005년 경제성장률을 4.0%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비투자 끝없는 추락
◈2000년 이후 국내 기업 투자 거의 정체상태

국내총생산(GDP)에서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설비투자가 부진에서 헤매고 있다. 이는 GDP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성장에 필수요소인 설비투자 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암울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도 하계 최고경영자세미나에서 ꡒ지난 2000년 이후 국내기업의 투자는 거의 정체상태ꡓ라며 ꡒ이같은 투자부진이 우리나라의 성장을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ꡓ고 우려했다.

◆설비투자율 외환위기 이후 최저
한국은행은ꡐ최근의 설비투자 동향과 특징ꡑ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설비투자율(설비투자액/GDP)은 올 1․4분기 현재 8.9%로 지난 1998년의 8.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설비투자율은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1997년 12.2%에서 1998년 8.4%로 떨어 졌다가 1999년 10.3%, 2000년 12.8%로 일시 상승했으나 2001년 11.0%로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2002년 10.4%, 2003년 9.5% 등 내리막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 지난 2002년 7.5%를 기록했던 설비투자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작년 1․4 분기에만 1.9%로 플러스를 기록했을 뿐 같은해 2․4분기 -0.6%, 3․4분기 -5.0%, 4․4 분기 -2.4%, 올 1․4분기 -0.3% 등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또 설비투자의 내용을 보면 기계장치에 대한 투자와 수입자본재에 의한 투자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운송장비에 대한 투자와 국내자본재에 의한 투자는 부진한 등 불균형의 양극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기계장치에 대한 투자는 반도체 등 수출주도 업종의 투자증가로 작년 연간 1.9%, 올 1․4분기 5.5% 등으로 신장세를 보였지만 운수장비에 대한 투자는 작년 연간 -12. 4%, 올 1․4분기 -18.8%로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또 국산자본재에 의한 설비투자는 작년 연간 -13.3%, 올 1․4분기 -14.1% 등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수입자본재에 의한 설비투자는 작년 연간 21.1%, 올 1․4분 기 20.8%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출, 국내 설비투자로 연결 안돼
설비투자가 불균형속에 부진을 지속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경제성장을 홀로 이끌고 있는 수출업종들의 투자가 국내투자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은 반도체, TFT-LCD(초박막액정화면), 핸드폰 등 IT(정보․기술)업종은 생산 설비의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아 이들 업종의 설비투자 증가가 국내 자본재산업의 생산 등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다고 지적했다.
IT업종은 중간재의 수입의존도도 상당히 높아 이들 업종의 수출증가가 국내 다른 산업의 생산증가에 끼치는 파급효과도 크지 않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결국 현재의 수출주도 업종에 대한 투자는 국내투자를 통한 내수 진작보다는 전체 무역수지의 흑자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기계장치와 함께 투자의 한 축인 운수장비 투자도 1999~2000년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데다 내수부진이 지속되고 화물운송업계의 구조조정과 주요 광역도시의 지하철 개통 등으로 2002년 이후 계속 위축되고 있다. 운수장비에 대한 투자 증가율은 2002년 연간 10.5%에 달했지만 2003년에는 -12. 4%로 반전됐고 올 1․4분기에도 -18.8%로 감소폭이 커졌다. 이와 함께 불안한 노사관계, 지정학적 위험, 내수부진 장기화 우려 등의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투자심리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기업들도 주주들의 눈치를 보느라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를 하기보다는 효율성과 단기실적 위주의 보수적 경영을 하고 있고 투자를 하더라도 국내 신규투자보다는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선호하고 있다.

◆설비투자 회복속도 완만 예상
한은은 앞으로 전체 설비투자 전망에 대해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계류 설비투자는 작년 3․4분기 이후 설비투자 감소 추세가 완화되고 있고 지난해에 감소세를 유지했던 국내 기계수주가 올 1․4분기에 19.0%의 높은 증가세로 반전되는 등 회복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하지만 내수관련 업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운송장비 투자는 소비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지 않는 한 당분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한은은 이에 따라 기계류 설비투자 회복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운송장비 투자 회복의 곤란으로 전체 설비투자의 회복도 완만한 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불확실성 제거, 수출 산업연관 효과 제고 정책 필요
한은은 설비투자 회복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우선 반도체, 무선통신 등 수출 주력업종의 수출증가가 국내의 부품, 소재 산업 등의 생산증가에 이어 국내의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출→설비투자 증가→고용 증대→내수 호황 등으로 이어지는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와 함께 4.15총선, 대통령 직무 복귀 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상당히 해소됐지만 국제유가,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경제의 연착륙 여부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과 노사정책, 기업규제 등 경제정책을 둘러싼 대내적인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같은 불확실성을 없애는데도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ꡒ기업들이 수출해서 번 돈을 국내에서 쓸 수 있는 연결고리가 끊어졌다ꡓ며 ꡒ기업들이 국내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출자총액제한 등과 같은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ꡓ고 말했다. 홍 상무는 이어 ꡒ제도개선과 함께 기업이 투자할 마음이 생길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조성돼야 한다ꡓ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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